정말 짜증이 확 일어나는 말이다. 한마디로 데모꾼들이 판친다는 말인데…….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처참하고, 비굴하고, 억울한지 아는 사람이 그런 말을 서슴없이 했다는 것은 가슴이 아프기 이전에 얼마나 많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려 진다.

이승만 정권이래로 지금까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어떻게 해왔는지 알고 있다면, 또한 장애인들의 삶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알고 있다면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한다면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주었는가? 감 떨어지기를 바라니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만들어 주었는가? 지금 진행되는 안마사 문제, 시설비리 문제, 연금, 노동, 교육 등 장애 전반에 걸친 사안들에 대해서 이 정부가 무엇을 약속하고, 무엇을 계획하고,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복지예산이 삭감되고, 교육예산도 삭감을 이야기 하는 마당에 데모꾼들에 의해 불신이 생겨나고, 데모꾼들로 인해 복지사회 실현이 늦어지고, 데모꾼들로 인해 사회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가당키나 한가.

암흑기를 지나 여명기로 접어들었다면 변화가 생겼다는 말인데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 했으면 좋으련만 그런 말은 없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인 복지의 근간이 만들어 졌다고 봐야하겠는데 현실은 여전히 장애인을 외면하고 있음이니 이 역시 주관적인 추측에 불과하다 하겠고, 더군다나 복지선진국의 1/8수준에서 어떤 희망을 품어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경제성장이 위축되어 왔습니다. 청년실업자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수준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 표현 속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당장 2009년 복지예산이 삭감된 마당에 행정부와 정치인들이 어려운 현실인식을 함께 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한강의 기적이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과 피로 만들어 졌으며 그 혜택은 온전하게 가진 자들이 차지하고 정작 그 기적의 주인들은 지금도 가난으로 허덕이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을 할 수 있을까.

복지는 단순한 믿음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요구와 주장으로 만들어 가야 할 몫이란 것은 이미 수 년 간의 ‘데모만능주의자들’의 경험 속에서 확인이 됐다.

지금 누릴 수 있는 장애인 관련법과, 제도, 그리고 사업들은 장애인들이 나서서 눈, 비 맞아가면서 길바닥 잠을 자며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그 성과들을 단순하게 폄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복지를 문화 아이콘으로 해석을 하는 것도 마뜩찮다. 복지는 권리의 한 부분이며 이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국가가 책임을 지고 수행해야 할 국가의 역할로 봐야 하는 것이 올바른 시각이라 본다. 불신과 갈등 대립은 정책 입안자들이 만들어 놓은 함정이며 그것을 고쳐가자는 것이 우리들의 주장인 것이다. 계급과 계층별 갈등은 분배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불평등을 조장하면서 생긴 것이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된 것이지 단순하게 데모로 인해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장애인과 관련한 대부분의 것들은 서비스가 아니라 권리의 측면으로 봐야 하는데 그런 경우 공공기관에서 행정서비스를 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행정서비스야 민원을 넣고 기다리면 지금도 정해진 기간 안에 친절하게 답변이 오고 있지만 권리 적 측면으로 접근을 한다면 제도와 법, 규칙 등으로 봐야 하고,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문제가 당연히 따르게 마련인데 기득권자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문제들이 진전이 없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다수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내는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집회와 농성이 일어나는 것이다.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어긋나 있으며 마치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해 줄 테니 기다리면 된다는 표현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보여 진다.

불신과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는 찬성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발단으로 데모만능주의를 이야기 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불신과 갈등 분열과 대립의 해소는 권력자와 가진 자들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해야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감나무 아래 누워 입만 벌리고 있다고 감이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일부 장애인 단체들을 선동주의자로 몰아가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 단체의 대표라면 더 깊이 고민하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 지고 운영되고 있는지 되새겨 보지 않는다면 우물 안에서 보는 하늘이 전부인 줄 알고 지내야 할 것이다.

이제 겨우 장애운동이 자리를 잡아가려 하고 있고, 장애인에 대한 권리 보장이 이루어지려 하고 있는 시점에서 권리를 접어두고 권력자들에게 빌붙어 찔끔찔끔 나눠주는 것에 만족하려 하는 것인지 깊이, 아주 깊이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지금의 사회구조 속에서 장애인복지는 결코 앉아서 얻을 수 없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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