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읽는 조현병' 책표지.ⓒ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

조현병은 결코 희소한 병이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1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한국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12만 명(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2019년 기준)이지만 실제로는 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조현병이 무엇인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환자와 가족의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주는 책은 거의 없다. 조현병이란 ‘현악기의 줄을 적절히 조율해서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뜻이고, 약을 먹으면서 일상생활에 주의를 기울여 증상을 제어해가면 되는 병이다.

하지만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 급성기와 휴식기를 오가는 환자 자신은 어려운 책을 읽을 수 있는 집중력을 갖추기 어렵고, 가족은 가족대로 혼돈과 시행착오 속에서 기진맥진하기 십상.

우리 사회 또한, 어쩌다 일어나는 정신질환자 관련 사건사고들에 대한 무지하고 무책임하며 선정적인 언론보도 탓에 무지와 공포와 차별과 혐오의 악순환에 빠져들 우려가 없지 않다

신간 ‘만화로 읽는 조현병’은 34년째 조현병을 앓아온 엄마를 둔 작가, 연인이 조현병을 앓게 되면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된 책들을 뒤지고 뒤졌던 번역자,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환자와 가족, 모임과 단체들, 의료 및 복지행정 현장의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뜻과 힘을 합쳐 만든 조현병 가이드북이다.

거기에 더해, 영어 schizophrenia의 번역어 ‘정신분열병’ 탓에 정신이나 인격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것 같은 잘못된 이미지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2011년 ‘조현병’으로 병명을 바꾸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조현병의 세계적인 권위자 권준수 교수가 감수를 맡았다.

조현병은 10대, 20대에 발병할 확률이 높다. 백화점 직원 1년차 사회초년생인 주인공 수진은, 친구에게 남친을 빼앗기고 직장 일에 과몰입, 그러다가 실수를 저질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게 된다. 지켜보던 엄마의 부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 진찰을 받지만,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만화는 이처럼 어려움을 겪는 수진의 가족 이야기를 먼저 보여준 다음 ‘내비게이터’ 유미네 가족을 등장시켜 문제의 원인과 대처방법, 꿀팁을 정리해 알려준다.

그 외에도 갑작스러운 재발이나 돌발상황, 약 복용을 중단했다가 병이 악화된 경험, 부작용, 생활상의 이런저런 장애와 같은 다양한 문제상황이 제시되어 있으며 각각의 대처방법, 임신과 출산,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취업 정보, 국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사회제도에 대해서도 정리되어 있다.

수진의 가족은 내비게이터 유미네 가족이 알려주는 대로 차근차근, 자신의 병과 마주하고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일상을 되찾아간다.

무려 다섯 쪽에 걸쳐 깨알같이 세세한 제목을 모두 적어둔 차례, 그리고 본문 위쪽에 또 낱낱이 달아놓은 제목은 ‘찾아보기’ 쉽도록, 환자와 가족이 늘 옆에 두고 필요한 상황에서 언제든지 바로 펼쳐볼 수 있도록 궁리한 결과다.

<저자 나카무라 유키, 옮긴이 권준수, 감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 및 당사자,도서출판 뿌리와이파리, 212쪽, 값 1만6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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