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손 끝의 기적'.ⓒ샘터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셔터를 누르는 것까지야 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된 사진은 못 찍지 않을까? 누구나 의문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시각장애 아이 여섯 명의 이야기를 보면, 앞이 보이지 않기에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더욱더 감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신간 ‘손 끝의 기적’은 시각 장애 아이들의 마음으로 찍은 사진 여행 이야기다. 서울 한빛 맹학교 여섯 아이들이 강영호 작가와 함께 강원도로 3박 4일간의 사진 여행을 떠났다.

나라, 성희, 소정, 종서, 범빈, 정완. 이 아이들은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눈앞으로 가져가지 않는다. 대신 귀 옆에 댄다. 소리를 듣고 찍는 것이다.

허공을 향해 손을 뻗어 올려 찍기도 하고, 소중한 것을 다루듯 가슴에 대고 찍기도 한다. 강영호 작가는 아이들의 그런 포즈 자체가 예술이었다고 말한다.

파도 소리, 갈대 흔들리는 소리, 나뭇잎 밟는 소리, 불꽃이 터지는 소리… 그런 소리들에 반응하며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담아낸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흔들리고 아무것도 찍히지 않을 때도 있다. 반면 일반인의 시선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색다른 구도의 사진들이 탄생하기도 한다.

추상화 같은 아이들의 사진은 때로는 눈보다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 감각에 집중해서 그 순간을 담아낸 이 사진들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볼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잖아요.” 아이들이 그렇게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새로운 기쁨을 맛보면서 찍은 사진들은, 보는 이들에게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며 평범한 일상 속에 안일해진 감각을 일깨워 준다.

<인사이트 캠페인을 만드는 사람들 지음, 출판사 샘터, 25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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