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소년' 책 표지.ⓒ도서출판 부키

심각한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을 보며 우리는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갖는다. ‘저 사람에게도 과연 내면의 삶이 있을까? 온전한 영혼이 있는 걸까?’ 그러곤 어쩐지 죄스런 마음에 얼른 물음표를 털어 낸다.

그런데 이런 물음을 끝까지 내려놓지 않는 이가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다름 아닌 장애를 지닌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워커가 훌륭한 공동체에서 전일제로 살게 된다면 비용이 1년에 최소한 20만달러는 들 것이다. 워커가 쉰 살까지 산다면 총 비용은 800만달러가 된다. 내게는 800만 달러라는 큰 돈이 없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온타리오 주의 인구가 800만명이다. 워커는 온타리오 주에 사는 사람들 각자에게 1달러의 가치가 있을까? 밤이면 그런 계산이 내 머릿속을 채웠다 (본문 中)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가 자기 아이의 영혼에 내비치는 의구심은 낯설고 불편하다. 부모만큼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지 않나? 이 책의 저자에겐 그렇지 않았다. 서툰 위안과 희망에 기대지 않고 냉정하게 때로는 집요하게 아이의 영혼과 존재 의미를 더듬어 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고독한 수행자를 떠올리게 한다.

‘달나라 소년’은 아들의 와해된 삶- 그리고 아들에 의해 규정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삶- 이 의미와 목적을 갖길 열망한 한 아버지의 기록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지독하게 외롭고 고단한 이 여정을 따라가다 문득 마주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근원적인 가치와 존재 이유다.

이 책의 저자 이언 브라운은 캐나다 일간지 ‘글로프 앤드 메일’ 기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슬픔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나아가는 한 아버지의 초상은 읽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이 가슴 아픈 모색이 사실상 답이 없는 질문이기에 더욱 애잔하다.

끝내 아무 답도 찾지 못한 이 아버지의 황량한 여정이 오히려 읽는 이들에게 어떤 자각을 주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가장 낮고 약한 곳에서 던진 삶에 대한 의문이 ‘고장 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안위하는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을 묵직하게 두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부제 네가 어디에 있든 아빠는 너와 가장 가까이 있을께, 지은이 이언 브라운, 옮긴이 전미영, 펴낸 곳 도서출판 부키, 값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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