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거부당한 몸' 책 표지.ⓒ그린비

TV 채널을 돌리다 무심코 환자들의 투병기를 그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을 때, 미간을 찌뿌리며 채널을 다시 돌렸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대중매체들은 건강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라도 하듯,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모습과 절망적인 모습을 클로즈업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런 묘사 속에서 질병은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공포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장애 역시 두렵게 그려지기는 마찬가지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은 건강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낳는다.

즉, 질병과 장애는 삶의 재앙이며,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는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는 편협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

이 책 ‘거부당한 몸’은 우리 사회의 차별적인 장애관에 근본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다.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여성주의의 시각에서 질병과 장애 문제에 접근한다.

오랜 시간 여성주의 이론을 연구해 온 저자는 만성질병인 근육통성 뇌척수염으로 인해 심각한 몸의 한계를 맞닥뜨린 이후, 삶의 모든 면면이 재구성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질병과 장애에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몸소 알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잘 살아갈 수는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아는 바가 없기에 질병과 장애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질병과 장애를 정상적인 삶의 범주 안에 통합시키고 이러한 삶에 대한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자는 장애인의 경험과 통찰 속에서 그런 지식을 배울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여성주의의 이론과 접근을 빌려 와 장애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여성주의의 이론적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보완하기도 한다.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던지면서 장애여성의 시각에서 윤리적인 문제들을 재고찰하는 이 책은, 앞으로의 여성주의 이론과 윤리학에 장애여성의 시각이 반영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수전 웬델 지음, 강진영 김은정 황지성 옮김, 그린비, 348쪽, 값 2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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