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호 (hynews20) 기자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라고 할 수 있는 지승호, 그가 말을 걸어오고 있다. 제목처럼 '쉘 위 토크', 즉 '우리 대화할까요?'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말이 범람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지승호가 건네는 말을 뿌리칠 수 없는 건 왜일까? 말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쉘 위 토크>에서 만난 사람은 김미화, 김어준, 김영희, 김혜남, 우석훈, 장하준, 조한혜정, 진중권 등 모두 8명이다. 지승호가 이들을 만난 이유는 뭘까? 이들이 활동하는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화는 어떤 것을 제시할 수 있을까. 지승호는 그것을 '보통 사람의 눈'으로 설명한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미화는 본래 개그우먼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처음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할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떠했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지금 손석희 등과 비교되어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누구나 공감하는, 보통 사람의 눈과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것으로 시사프로그램을 꾸몄기 때문이다.

단지 시사프로그램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여성과 비정규직 문제나 개그맨들의 활동에 대한 것들도 그렇다. 그녀의 시선과 말은 정치적이거나 편파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사람의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불합리하다고 생각될 때 발언하고 행동에 나설 줄 아는 것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나누려고 하는 세태에서 그녀의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투를 빈다>의 저자이자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은 어떨까. 그는 겁에 질린 사람들, 그리고 20대에게 도전을 주문한다. 사랑이든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든 간에 유한한 삶을 산다는 의식으로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인생경험들이 더해져서인가. 그가 말하는 '도전'이 사전적인 의미로 머무르지 않는다.

"나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무섭고, 두렵고, 비용을 지불하기 싫은 거지. 무섭고 두려운 것은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무서움이 없는 사람은 없는 거거든. 그러니까 무섭고 두렵고 이뤄낼 수 없다고 단정하면 안 되고, 무섭지만 선택해보고, 거기서 상처도 받아보고, 지가 아물고, 다시 한 발 더 나가서 다른 선택을 해보고 이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거야." - 도전과 감정이입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랑가 _ 김어준 편에서

<느낌표>,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으로 스타PD가 된 김영희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와 휴머니티의 조합이 어떤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설명하며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30대를 위한 심리학책으로 유명한 김혜남의 말에서는 '다양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즉각적으로 뭔가 판단하려 하고 반응 오기를 기다리는 이 시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때에, 그녀가 전하는 말들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어떻게 각자 위치를 차지하고, 자기 역할과 자기 능력에 만족하고,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고, 성공하고 최고가 되지 않으면 실패라는 것을 가르쳐줬기 때문에 이 아이들은 조금만 실패하면 숨어버리거든요. 사실은 사회적인 문제죠. 우리나라는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잖아요. 내가 그 줄의 어디에 들어가는지를 파악해야 되기 때문에 힘들죠.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쳐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양성을 인정하고, 실패한 사람들도 껴안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애들은 장애인이 지나가면 쳐다보고 욕하고 그러거든요." - 다양성을 인정하라고 고언하는 인생 여정의 동반자 _ 김혜남 편에서

<쉘 위 토크>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가치는 20대의 혁명, 사민주의, 상생하는 돌봄사회, 디지털 유목민 등이 있는데 그것들 하나하나의 의미가 묵직하다. 한편으로는 희망적이다. 이념간,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한 답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정답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다. 하나의 방향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고민하고 찾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이것이 대화의 힘일까? '쉘 위 토크'에서 새삼 그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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