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일정부분의 장애인은 늘 있어왔다. 과거에는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이제는 함께 가야할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복지의 대상이다. 유엔에서는 오래전에 사회인구의 10%를 장애인으로 규정하였다. 우리나라 인구가 5천만이라면 장애인구도 5백만이 되어야겠지만 아직은 5%정도인 250만 명 정도이다.

한국의 장애인의 날은 4월 20일이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그날부터 365일 그리고 살아있는 날까지 장애를 안고 장애와 함께 때로는 장애를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비장애인들에게는 1년에 하루 4월 20일 즈음만 잠시 잠깐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 떠올려지는 것이 장애인이다.

제36회 장애인의 날 퀴즈. ⓒ네이버

2015년 현재 전국에 167개의 특수학교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일반학교는 11,526개교의 초‧중‧고에 608만 명 정도의 학생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유치원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에 특수학급은 거의 다 있다.

성인들은 4월 20일 전후하여 언론 등을 통해 더러 장애인을 생각해보기도 하겠지만 초‧중‧고 학생들은 선생이 장애인 관련 숙제를 내주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좋다.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하지만 이러한 장애인 이해 관련 퀴즈 내용들이 형식에 치우친 일회성 행사로, 오히려 비장애인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아래의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한번 쯤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네이버 지식iN에 ‘장애인복지’라는 디렉터리가 있는데 필자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들어가서 답변을 하곤 했다. 해마다 4월 20일 무렵이면 장애인 관련 퀴즈 문제가 많이 올라왔고 더러는 답변을 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잘 안 한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돕기 위해 초‧중‧고 학생들에게 내는 문제를 필자가 답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답할 기회를 뺏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떤 문제들이 나오나 싶어서 훑어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런 문제를 누가 출제하나 싶어서 교육청에 문의를 해 보니 잘 모른다고 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니 아마도 특수교사들이 문제를 낼 거라고 했다. 아니면 특수교사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공유된 문제를 가져왔던가. 그래서 4월 20일 전에 문제를 내고 4~5일의 여유를 주고 정답을 작성해서 특수학급 교실 앞에 있는 응모함에 제출하면 00명을 추첨하여 상품을 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유산-조선시대 명통시. ⓒKBS

문제는 가로세로 낱말 맞추기인데 ‘조선시대 장애인 지원기관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단체’라는 문제가 있었다. 답은 ‘명통시’였는데 과연 누가 이런 답을 아는가 싶어서다.

명통시(明通寺)란 조선초기 매복독경(賣卜讀經 - 돈 받고 점을 쳐 주거나 경을 읽어 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시각장애인 단체이다. 절이름에는 사(寺)로 읽고 관청이름에는 시(寺)로 읽는다고 한다.

그리고 지식iN에 올려 진 거의 모든 유형마다 ‘시각장애인의 길을 인도하는 개’ 라는 문제가 있었다. 답이 5자인 때는 ‘맹인안내견’이었고 3자 일 때는 ‘맹인견’이라고 했다. 출제자가 어떤 답을 정답으로 해 놓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기 위해 훈련된 장애인 보조견은 ‘시각장애인 안내견(혹은 안내견)’이라고 한다.

그밖에도 몇 가지 문제를 추려보았다.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다르게 대접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 이를 금지하는 법도 있지요 "장애인 00 금지법" =차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고유의 특징, 장애도 그 사람의 하나의 00으로 보아야 합니다. =개성

-팔도 없고 다리도 없지만 몸통과 머리만으로 수영과 여행을 즐기며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지요, 장애를 극복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허그' 라는 책을 쓰기도 했지요. =닉부이치치

-발이나 입으로 그린 그림 =구족화

-인간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갖는 권리 장애인들도 인간이기에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이지요. =인권

-휠체어가 타기 쉽도록 계단을 없애고 땅과의 폭을 좁힌 버스 =저상버스

-영국의 유명한 물리학 박사 장애로 인해 말도 못하고 손도 못 쓰지만 우주의 신비에 밝혀내 캠브리지대학교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티븐 호킹

-영화배우 강민휘 씨는 이걸 앓고 있습니다. 23번 염색체의 이상으로 생기며 지적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운증후군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우리는 이것을 버려야 합니다.=편견

-팔도 다리도 없는 일본의 오토다케 씨가 쓴 책 제목. =오체불만족

-영화배우 탐크루즈는 이것에도 불구하고 영화배우로서 정상의 자리에 있지요. =난독증

-인간은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인간이든 타지 않은 인간이든 말이죠. =이동권

-지체장애인들이 휠체어에 앉아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포츠 중 하나. 공을 굴려서 상대편의 공을 맞추며 점수를 얻습니다. =보치아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는 000 장애를 가지고 있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건 어려워 하지만 천재성을 보이기도 하는 장애랍니다. =자폐증

-많은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이 직업. 커피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바리스타

시각장애인 안내견.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세계자폐증인식의날, 서번트증후군, 휠체어컬링, 오디스타, 순회교육, 촉지도, 제프 핸슨 등을 묻는 문제도 있었는데 학생들에게는 좀 어렵지 않았을까 싶다. 특수교사나 장애인복지 일을 하는 전문가라도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평소 사용하지 않는 용어인데 하물며 비장애학생들이 평소에는 한 번이라도 들어는 보았을까.

비장애학생들에게 장애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면 좀 더 쉽고 간단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를테면 ‘길을 가다가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 뭐라고 인사를 하면 좋을까요?’ 청각장애인은 수어로 대화를 하고, 시각장애인은 점자로 글을 쓴다. 지체장애인은 목발이나 휠체어를 사용하고, 모든 건축물에는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길에서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물어 보고 원하는 것을 도와주면 된다. 안내견(장애인보조견)에게는 먹이를 주거나 장난을 쳐서는 안 된다는 등…….

그리고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인 ‘배리어프리’, ‘장애의 유무나 연령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인 ‘유니버설디자인’도 많이 등장하는 문제였다.

배리어프리는 한마디로 하자면 무(無)장애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1974년 유엔 장애인 생활환경전문가 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설계>로 출발했다는데 1974년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복지법」도 만들어지기 전이었다. 우리나라는 1981년에 법이 제정되었으니까.

필자가 장애인복지 일을 하면서 배리어프리라는 용어를 몰랐을 때도 장애인에게는 몇 가지 제약이 있었다. 첫째, 법적‧제도적인 장애이다. 법이나 제도로 장애인은 못하게 막아 놓았던 것이다. 둘째, 편의시설의 부재로 인한 턱이나 계단 등 물리적인 장애이다. 셋째, 첫째나 둘째의 장애가 있게 한 기본적인 마음자세 즉 심리적 장애이다.

계단과 경사로. ⓒ충청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

그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고 장애는 조금씩 제거되어 갔다. 그리고 이제는 장애인복지 뿐 아니라 건축계나 문화계에서도 배리어프리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편의증진법이나 차별금지법 등이 제정되기도 했지만…….

1980년대 미국에서는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라는 장애인 건축가에 의해 배리어프리라는 개념을 넘어서는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유니버설디자인이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으로 처음부터 보편성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배리어프리영화라는 것이 나오고 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수어나 자막으로 해설해주거나, 시각장애인을 위해 영상에 보이는 모든 것을 음성으로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배리어프리영화는 일반영화보다 비용은 더 들어가고 관객은 더 적기 때문에 제작이나 상영을 재능기부나 정부지원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은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디자인하고는 거리가 멀다.

요즘은 대부분의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다 있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을 때 베를린을 갔다 온 사람이 베를린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장애인이나 노약자를 위한 것이므로 비장애인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현재 우리나라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뿐 아니라 청장년도 다 이용한다.

장애인의 날에만 반짝하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서 차별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장애‧비장애를 구분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 모두가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일 뿐인데…….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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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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