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회장 임성현)가 장애인의 개별욕구를 존중하고 개개인의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애인거주시설 우수사례’ 공모를 진행했다.

이번 공모에는 협회 소속 시설의 이용장애인과 직원이 총 53편의 우수사례를 제출했다. 여기에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삶의 이야기가 담겼다.

협회는 외부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수상작으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3편, 장려상 2편, 우수작 3편 등 총 12편을 선정했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네번째는 우수상 ‘나는 세번 피어났다’ 이다.

나는 세번 피어났다

김정희(편한세상)

1장. 꽃망울

1964년 나는 3남 2녀의 막내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의 사랑으로 온실 속 화초로 자랐지만 불의의 자전거사고로 인하여 등이 굽은 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일로 어여쁜 연분홍치마와 저고리를 입고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는 몇날며칠을 울면서 보내셨습니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 9살 추석을 며칠 앞둔 날 집의 희망이었던 큰오빠가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께서 “내자식 내자식”하면서 통곡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어린 나는 큰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머리가 영특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하여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습니다.

공부를 더하고 싶었지만 저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는 걸로 만족해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향수

시골개울가 졸졸 흐르는 개울가에서 어린 시절 푸른 산과 들에서 소 울음소리가 향수처럼 가슴을 쨍쨍 울립니다.

이른 새벽부터 쇠죽을 끓이시던 우리 어머니 어린자식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고생하시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생각하면 안쓰럽지만 그래도 그때가 행복한 시절 이였습니다. 새록새록 가슴에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 지금 나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부릅니다.

2장. 탐화봉접

짧은 학창시절 끝마치고 20대 초반에 컴퓨터를 배워서 직장을 구하려고 했지만 서울에 있는 오빠의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하여 서울에 가서 오빠집의 집안일을 도우면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오빠의 아이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니 나도 가정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도 언젠간 나의 결실을 맺어 행복한 꽃밭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몇 년이 흐른 뒤 남원에 내려와서 복지관과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던 중 나의 두 번째 봉우리의 꽃을 피워 준 꿀벌을 만나 나의 분신인 씨앗을 가지게 되고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은 꽃밭을 이루어 살게 되었습니다.

씨앗이 자라 나의 옆자리에 피어나니 집안에서도 우리 가정을 인정하게 되고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루고 행복한 나날을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늘도 행복했던 나를 시기하였는지 꿀벌은 “나”라는 꽃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였고 나의 꽃밭에 태풍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매서운 바람과 비가 지나가고 나의 꽃밭에는 부러진 꽃줄기와 이슬 맺힌 꽃잎만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옆자리에 싹을 피운 여린 새싹이 있었기 때문에 희망을 잃을 수 없었고 다시 힘을 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독하다고 손가락질을 할 만큼 열심히 일을 하면서 지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차 나의 꽃밭을 짓밟는 사람이 왔습니다. 그 사람으로 인하여 나는 큰 상처를 입고 지금의 편한세상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통에서 배움을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순간의 현재에서 삶을 찾아라.

혼돈과 절망을 이겨 지금도 살고자 한다면 하늘의 동아줄을 기다리지 말고 흐르는 시간을 버리지 마라.

포기하고 싶다면 지금 눈을 뜨고 살아있는 것을 느껴라.

지금 눈을 뜨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너를 제일 부러워 할 것이다.

현실에 절망하지 말고 너를 사랑하는 한 사람을 위해 살아가라.

3장. 피고 지고 만개하다

큰 수술과 장기입원, 새싹과의 헤어짐 등의 시련을 겪고 나는 지금 지내고 있는 편한세상이라는 꽃밭에 옮겨 심겨졌습니다.

이후 우울하고 절망스러워 살기 싫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고 내 자신이 너무도 싫었습니다.

화분에 심겨있는 꽃처럼 남이 나를 옮겨주지 못하면 움직일 수 없었고 낯선 사람들과 마음을 여는 것은 힘들었으며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나는 안 좋은 생각도 많이 하고 모든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고 나에 대한 이야기가 모두 험담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서두르지 않았고 부담스럽지 않았으며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씩 이곳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고 예전과는 다른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점점 화분에 다가와서 물을 주는 사람이 많아지고 햇볕에 옮겨주는 일들이 잦았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적 상상만 했던 꽃 가꾸기와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이 내가 해보고 싶었던 취미들을 마음껏 할 수 있고 나의 작품을 전시를 하게 되었고, 우연히 이곳 편한세상에서 보치아라는 생소한 운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보치아는 표적구에 청색공과 빨강색공을 던져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점수를 합하여 승패를 겨루는 경기로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과 운동성 장애인만이 참가할 수 있는 게임이며, 내가 이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연습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 일상은 보치아 연습과 글쓰기, 그림그리기가 주였고 열심히 보치아 연습을 한 결과 처음 나갔던 대회에서 행운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선수등록을 하고 여러 대회들을 접해보고 전국대회에 나가 국가대표들과도 경기를 해봄으로 아!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갇혀있는 꽃이 아닌 여기저기 날아다닐 수 있는 꽃이 구나” 라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날고 있고 언젠간 땅에 떨어질 수 있겠지만 바람이 불면 다시 세차게 날아오를 수 있는 그런 꽃이 되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꽃

사랑은 누구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화내지도 않습니다.

그냥 묵묵히 바라만 볼 뿐...

모든 사랑은 미움도 없습니다.

사랑은 가슴으로 품습니다.

모든 것은 사랑에서 생겨나 사랑으로 꽃을 피웁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랑입니다.

{공고}2016년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공개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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