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불안케 하는 4대 사회악 즉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했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4대악 근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할 경찰의 당연한 책무이며, 국민 행복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열쇠라고 했다.

경찰에서도 4대악 근절 추진본부와 성폭력 특별수사대를 차례로 출범시키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4대악을 체계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많은 문제 중에서 경찰에서 집중적으로 근절하겠다는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 중에서 성폭력을 좀 살펴보자.

성폭력이란 국립국어원에 의하면 ‘성적인 행위로 남에게 육체적 손상 및 정신적·심리적 압박을 주는 물리적 강제력.’이라고 한다. 성폭행은 ‘강간(强姦)’을 완곡하게 이르는 말’이다.

성추행은 ‘일방적인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하여 물리적으로 신체 접촉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고, 성희롱은 ‘이성에게 상대편의 의사에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행동’이라고 한다.

이상은 국립국어원에 의한 사전적 의미인데 성폭력이란 범죄에 해당되는 법률용어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가해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성폭력이란 성폭행과 성추행 그리고 성희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의 성범죄이다.

‘성폭력 = 성폭행 > 성추행 > 성희롱’이라고 할 수 있다. 성폭력은 곧 성범죄인데 가장 중범죄인 성폭행은 폭력이나 협박 등 강제로 인한 강간 또는 강간 미수이다. 성추행은 가해자의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하여 여성의 신체부위(가슴, 엉덩이, 성기 등)를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신체접촉 행위이다. 그리고 성희롱은 추행에는 이르지 않으나 성적인 말이나 행동 등으로 물리력이 동반되지 않은 일종의 언어추행이다.

장애인의 성폭력에 대해서는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나온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는 온 동네사람들의 노리개 감이 되거나 집단 성폭행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런데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지난 1월 15에는 어린 여학생의 손등에 뽀뽀를 한 것이 성추행이라며 벌금 15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사건이 있었다.

손등에 뽀뽀하면 성추행. ⓒ네이버 뉴스

서울의 한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4학년 여자아이를 평소에 이웃으로 알고 지내던 60대 남성이 만났는데 여자아이가 인사를 하자 남성이 악수를 청했다. 여자아이도 손을 내밀었는데 남성은 악수를 하는 게 아니라 여자아이 손등에 입을 맞추고는 자신의 손에도 뽀뽀해 달라고 말했는데 여자아이가 싫다고 하자 자전거 앞을 잠시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피해 당사자가 어떻게 느끼는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았다.

얼마 전 한 어머니가 필자에게 전화를 했는데 격앙된 목소리였다. 어머니의 전화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들이 26살 된 자폐성장애인인데 A 기관에서 장애인 일자리로 행정도우미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상급자 B 씨 등이 자꾸 놀린다는 것이다. 아들이 자기도 부끄러운지 집에 와서 말을 잘 안하는데 어제는 직장에 가기 싫다 해서 차근차근 물었더니 아들이 말하기를 B 씨가 자꾸 '꼬치 좀 보자'고 해서 여러 번 싫다고 했는데, 화장실까지 따라와서는 억지로 보더니 ‘와, 꼬치 너무 작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자하고 자 봐야 장가 잘 간다면서 00와 사귀어보라는 등 잊을 만하면 하고, 싫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또 하고…….

어머니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당장 A 기관으로 전화를 해서 B 씨를 찾았는데 처음에는 B 씨가 자기는 그런 일이 없다고 딱 잡아떼더니 아들이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다 해 왔더라니까 미안하다고는 하더란다.

그렇잖아도 가슴 아픈 장애아들인데 아들에게 성희롱을 하다니 너무나 괘씸해서 참을 수가 없다며 울먹거렸다.

그 어머니에게는 우선 흥분을 좀 갈아 앉히시고, 가까운 경찰서 상담실로 가 보시라고 했다.

성희롱이란 말 그대로 ‘성적으로 실없이 놀리는 것’을 의미하므로, 성희롱에 대한 형사 처분 규정은 없지만,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라면 피해자가 사업주에게 가해자에 대한 부서전환과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성폭력에 관한 것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제2조(정의)의 “성폭력범죄”는 형법에 의거한다고 되어 있다. 형법에는 성을 매개로 착취하는 추행 간음 성매매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이 같은 형법에 간음이나 추행은 있지만 성희롱은 없다.

‘성희롱’이란 국제사회에서 사용되는 ‘섹슈얼 허래스먼트(sexual harassment)’를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섹슈얼 허래스먼트(sexual harassment)’란 통상적으로 업무와 관련해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성적 언동을 의미한다. ‘성희롱’은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말과 행동으로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성희롱이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고 한다. 현재 성희롱에 대한 개념 규정을 두고 있는 법은 ‘여성발전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다.

‘여성발전기본법’ (시행 2011.12.8.) 제3조(정의)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4.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단체(이하 "국가기관등"이라 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性的) 언동(言動)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나. 상대방이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

‘국가인권위원회법’(시행 2013.3.23.) 제2조(정의)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라. 성희롱[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공공기관(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초·중등교육법」 제2조, 「고등교육법」 제2조와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각급 학교, 「공직자윤리법」 제3조의2제1항에 따른 공직유관단체를 말한다)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여 또는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행위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시행 2014.1.14.) 제2조(정의)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성희롱이란 엄연히 성폭력에 속해 있지만 마땅한 처벌규정은 없다. 더구나 성희롱은 우리 사회지도층에는 만연되어 있는 문화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희롱에는 관대한 것 같다. 장애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장애인의 성폭력 문제는 인권적 측면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음란한 농담이나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도 하고 회식이나 야유회 자리에서 여직원을 옆에 앉히거나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도 성희롱에 속한다. 따라서 이런 행위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술은 여자가 따라야 제 맛’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싫다는 여자에게 억지로 술을 따르게 하는 고약한 버릇은 정말 고쳐야 될 못 된 습관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자존심도 자기결정권도 없는 무성(無性)인양 업신여기며 막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몰이해와 편견은 또 다른 상처가 된다는 점도 다시 한 번 상기해줬으면 좋겠다.

연못에다 돌멩이를 던진다면 개구리가 맞을 수도 있다. 누구라도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낀다면 성희롱은 성립되므로 설사 형사 처분은 안 된다 해도 징계를 받을 수도 있고 민사책임을 질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