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저녁 일일 드라마 '우아한 모녀' 기획의도에는 ‘자식들의 인생을 비극으로 몰고 간 어른들의 그릇된 탐욕과 악행, 세 집안을 둘러싼 원한과 복수 그리고 사랑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런데 말미에는 ‘아무리 비극적이고 암담한 상황일지라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이 있다면 세상은 살만한 가치가 있고, 인간에 대한 희망 역시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우아한 모녀'는 지난 4일 월요일에 1회를 방송했는데 시작부터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악마 같은 범죄로 시작했다. 남의 것을 훔쳐서 사기를 치고, 교통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이고 의료과실로 아이를 바꿔치기하고 거기다가 유괴까지 저지른다. 그래서 출생의 비밀이 생겼다. 거기다 재물손괴죄에다 허위사실유포죄, 공금횡령죄도 첨가된다.

이처럼 ‘우아한 모녀’는 범죄의 종합백화점으로 시작하면서 그러고도 인간에 대한 희망이 살아있다니……. ‘우아한 모녀’는 오상희 작 어수선 연출인데, 이들은 어디서 무슨 희망을 본다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는 특별히 범죄에 연루되지 않더라도 불가항력으로 장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갖가지 희비가 엇갈리는 등 인간사는 파란만장한데 꼭 인간이하의 범죄로 엮어야만 했을까.

한명호의 트럭 백미러를 깨뜨리는 오토바이. ⓒKBS

조그만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한명호(이정훈 분)은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허브 화장품을 개발했다. 아내 차미연(최명길 분)은 그런 남편을 자랑스러워하면서 만삭의 몸인데도 시장에서 남편이 개발한 허브 화장품의 샘플을 나눠주곤 했다.

그런데 한명호가 개발한 허브 화장품을 대기업인 제이화장품에서 훔쳐 갔다. 제이화장품에서 외국 바이어와 계약을 하는 자리에 한명호가 들이닥쳐 제이화장품이 자신의 특허를 훔쳐 간 도둑이라고 소리쳤다.

제이화장품은 조순자(반효정 분)가 남편과 같이 창립했는데 남편은 죽고 딸 조윤경(조경숙 분)만 남았다. 조 회장은 제이화장품을 사위에게 넘겨주려고 했으나 조윤경이 임신한 채로 남편은 죽고, 평사원으로 입사했던 구재명(김명수 분)이 그 자리를 꿰찼고 사장이 되었다.

제이화장품과 계약하려던 외국 바이어는 한명호에게 만나자고 했다. 한명호는 후배인 홍인철(이훈 분) 기자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으나 홍인철 기자는 출장을 가야 된다면서 갔다 와서 얘기하자고 했다.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오토바이. ⓒKBS

한명호는 외국 바이어를 만나러 가면서 평소대로 1톤 트럭을 몰고 나갔는데 제이화장품의 구재명 사장이 사주한 오토바이가 트럭의 백미러를 깨뜨렸다. 그래도 한명호는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백미러가 깨진 트럭을 몰고 나갔는데, 백미러를 깨뜨린 오토바이가 앞에서 이리저리 알짱거리며 진로를 방해했다. 그 바람에 마주 오던 차를 피하려던 한명호는 공사장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제이화장품 딸 조윤경도 만삭이었는데 시장에서 배부른 차미연을 칠 뻔했으나 다행히 차미연이 다치지는 않았다. 조윤경은 운전기사가 있는 승용차에서 내려 차미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차미연은 괜찮다며 조윤경의 배를 보더니 “우리 남편이 개발한 건데 임산부가 사용해도 괜찮다.”며 허브 화장품 샘플을 권했다. 그 후 조윤경은 제이화장품에서 남편을 만났으나 갑자기 산기를 느껴 병원으로 향했다.

차미연은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듣고 이모와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한명호가 뇌사상태라는 것을 알고 쓰러져서 분만실로 향했다. 차미연과 조윤경은 같이 분만실로 들어갔는데 둘 다 8개월이라 조산아를 출산했다. 차미연 그리고 조윤경의 아이는 조산아라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병원은 하나밖에 없었다. 중환자실에는 한명호가 누워있고, 차미연과 조윤경은 둘 다 같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둘 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다.

조산아를 출산한 조윤경과 차미연. ⓒKBS

민국병원의 원장은 제이화장품 창립자 조윤경의 아버지와 동창이었는데, 그 아버지는 죽었으나 민국병원의 돈줄을 조윤경의 어머니 조 회장이 쥐고 있었다.

민국병원의 원장 딸이자 산부인과 의사 서은하(지수원 분)는 조윤경과 친구였다. 서은하는 조윤경에게 아이의 호흡이 고르지 않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윤경의 어머니 조 회장도 “우리 손주만 살려 주면 무슨 일이라도 다 하겠다.”고 했고, 민국병원 원장은 신생아실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를 조 회장에게 떠맡길 심산이었다.

그러나 조윤경의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도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차미연의 아이도 조산아였으나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차미연은 아이를 안아 보기도 했다.

한명호의 후배 홍인철 기자는 대학 때부터 서은하에게 목을 매고 있었으나, 서은하는 홍인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다른 남자를 넘보고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서은하가 당직인데 그 다른 남자가 호텔 방에서 만나자고 했다. 서은하는 당직도 팽개치고 호텔 방으로 달려갔으나 그 남자는 서은하에게 “다시는 만나지 말자”며 이별을 통보했다.

어머니와 남편이 지켜보는 조윤경의 아기. ⓒKBS

병원에서는 조윤경의 아들이 위독해서 서은하에게 ‘8282’ 삐삐를 쳤는데 서은하는 호텔 방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가 병원에 전화를 하니 아이가 위독하다고 했다. 서은하가 병원에 갔을 때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차미연의 고향 선배 설 간호사가 아이의 사망을 부모에서 알리자고 했을 때 “안 돼!” 서은하는 안 된다고 했다.

서은하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고 아버지 역시 안 된다고 했다. 신생아실 리뉴얼은 어떻게 하고? 그렇다면 어떻게 해요? 바꿔! 서은하는 산모 차미연 아기와 산모 조윤경 아기의 발목에 묶인 이름표를 바꿨다. 자신이 병원을 비우고 술을 마신 사실이 들통 날까 봐, 그래서 병원이 문을 닫게 될까 봐 안절부절못하면서…….

서은아 :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침에 갑자기 호흡이 불안해지면서, 심장이 느려지고 산소 수치가 떨어졌습니다.”

차미연 : “무슨 소리예요? 우리 아기 좋아지고 있었잖아요?”

서은하 : “아이가 죽었다는데, 돈을 더 원하는 거예요?”

차미연 : “제 아기가 사경을 헤맬 때, 선생님은 술을 마시고 계셨어요. 의료과실 이야기하는 거예요. 돈 얘기가 아니라.”

그러나 차미연은 서은하를 붙잡으며 아기를 살려달라고 오열했으나 서은하는 모르쇠로 차갑게 일관했다.

차미연 : “선생님도 이 병원도 못 믿겠어요. 부검하겠어요.”

한명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홍인철 기자가 달려왔다. 게다가 차미연 아이의 사망 소식도 들어야 했다.

아기를 바꿔치기 하는 서은하. ⓒKBS

홍인철은 서은하가 병원장과 하는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는데, 서은하는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다. “모른 척해줘. 선배만 모른 척하면 돼” “그러면 너는 나한테 뭘 해줄 건데?” “선배도 이제부터 공범이야.” 홍인철이 서은하에게 원한 것은 결혼이었다.

차미연의 아기는 잃었으나 뇌사상태라던 남편 한명호가 깨어났다. 한명호는 차미연을 만나자 “모든 것이 제이화장품의 짓”이라며, 관련 서류는 홍인철 기자에게 주었다고 했다.

제이화장품 구재명 사장은 한명호가 깨어났다는 사실을 알고는 입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차미연 : “깨어난 남편이 갑자기 왜 죽어요?”

아이도 죽고 남편도 죽었고, 차미연은 통곡했다. 차미연은 남편의 장례식장에서 소복을 입은 채 제이화장품으로 향했다.

차미연은 제이화장품으로 갔으나 입구 안내에서 막혔다. 조윤경이 다가왔고 구재명 사장이 무슨 일이냐고 했다. 차미연은 우리 것을 훔쳤잖아, 도둑놈이라고 소리쳤다. 경비원은 차미연을 끌어냈다. 조윤경은 그 여자(차미연)가 약자이므로 그냥 풀어주라고 했다.

제이화장품이 내 남편 죽였어. ⓒKBS

차미연은 제이화장품을 나오다가 홍보 가판대를 만났다. 차미연은 제이화장품의 화장품을 열어서 냄새를 맡아 보고는 화장품을 던졌고, 가판대를 뒤집어 엎었다. 차미연은 구속되었다.

홍인철이 면회를 가니 경찰은 재물손괴죄와 허위사실유포죄로 구속되었으니 하루빨리 합의서를 받아오라고 했다.

홍인철은 제이화장품 구재명 사장을 만나서 합의서를 요청했다.

구재명 : “왜 태도가 바꿨어요? 예전에는 내가 허브 화장품을 훔쳤다고 했잖아요?”

홍인철 :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겁니다.”

그런데 조 회장이 그 사실을 알고는 구재명을 닦달했다. 그러자 구재명은 차미연에게 횡령죄를 덧씌워 차미연은 2년을 구형받았다. “저는 억울해요.” 차미연의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홍인철이 한명호 편이었던 시절. ⓒKBS

차미연은 어느 날 신문에서 제이화장품의 허브 화장품을 자랑하는 구재명에 관한 기사를 읽었는데 그 기사를 쓴 기자는 홍인철이었다. 차미연은 울부짖었고, 감방 동료들은 차미연에게 담요를 뒤집어씌우고 린치를 가했다. 그때 차미연을 살펴본 사람이 정미애(김도연 분)였다.

2년의 형을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온 차미연은 남편의 공장은 제이화장품에 넘어가고 홍인철은 자신의 아기를 죽인 서은하(지수원 분)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차미연은 서은하를 찾아가 살인자라며 뺨을 때렸고, 그때 등장한 홍인철이 첫째 딸을 안고 차미연을 막아섰다.

차미연은 감방 동기 정미애와 여관방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차미연은 정미애와 여관방에서 술을 마셨다. 정미애는 캐나다에 부자 엄마가 있어서 곧 캐나다로 갈 건데 언니(차미연)도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런데 술이 떨어졌다. “언니 코트 좀 입을 게요.” 정미애는 술을 사러 나가면서 벽에 걸려 있던 차미연의 코트를 입고 나갔다.

정미애는 술에 취해 잠이 들고 차미연은 남편 한명호를 뿌린 강가로 나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차미연이 살아나갈 방도가 없어 차미연은 강물로 걸어 들어갔다. 그때 남편 한명호의 목소리가 발목을 잡았다. “원수를 갚아다오. 우리의 억울함을 풀어 줘야지.”

차미연은 남편 한명호와 죽은 아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관으로 돌아왔는데, 여관에 불이 났다. 경찰은 노부부와 차미연이 죽었다고 발표했다. 여관방에서 차미연의 신분증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정미애의 신분증이 든 지갑은 차미연의 코트 주머니에 있었다.

차미연은 엄마가 된 서은하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만삭인 서은하가 큰딸을 데리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산기가 있어 쓰러졌다. 서은하가 119를 불러 병원으로 가는 사이에 차미연은 서은하의 큰딸이 탄 유모차를 밀고 나갔고 그리고 정미애가 되어 캐나다로 향했다.

‘우아한 모녀’가 시작되고 지난 일주일간 진행 된 줄거리다. 그다음은 정미애(최명길 분)가 딸 한유진(차예련 분)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28년 후의 이야기다. 28년이 지난 후 정미애와 한유진, 그리고 제이화장품에서 길러진 차미연의 친아들 구해준(김흥수 분)의 복수극이 어떻게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서은하에게 살인자라며 따귀를 때리는 차미연. ⓒKBS

다만 ‘우아한 모녀’의 2년 남짓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서막이 범죄의 종합 백화점 같은 내용이라 어이가 없을 뿐이다.

첫째,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한 제이화장품 구재명 사장의 교통사고 유발이다. 필자가 장애인 복지를 하는 동안 수많은 교통사고 장애인을 만났지만, 다행히도 범죄에 연루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걸핏하면 일부러 교통사고로 사람 죽이거나 다치게 하고 있으니 필자가 잘 모르는 범죄에 연루된 교통사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둘째, 제이화장품 구재명 사장이 유발한 교통사고로 한명호는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한명호는 며칠 만에 깨어났는데 한명호가 두려운 구재명은 한명호의 입을 막았다.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괴한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허술하다는 것일까.

셋째, 차미연과 조윤경이 낳은 아기는 조산아로 둘 다 인큐베이터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의사 서은하가 당직임에도 자리를 비우고 그사이에 조윤경의 아기는 숨을 거두었다. 서은하는 물론이고 병원장 아버지도 아기를 바꾸라고 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어디로 갔으며,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까 봐 겁난다.

넷째, 차미연은 아기의 죽음도 억울하고 남편 한명호의 죽음은 더 억울하다며 제이화장품을 찾아갔다가, 재물손괴죄와 허위사실유포죄로 구속되었다. 차미연이 제이화장품의 홍보 가판대를 박살을 냈으므로 재물손괴죄에 해당 될 수는 있겠지만, 구재명은 한술 더 떠 차미연에게 횡령죄까지 덮어씌웠고, 법정에서는 2년을 구형했다.

다섯째, 결국 이 모든 것이 돈과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악덕이고 범죄이니 이쯤 되면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대한민국에는 법도 없고 정의도 없고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일 뿐이다.

물론 ‘우아한 모녀’가 드라마지만 공영방송은 사회의 귀감이 되어야 하거늘, 현실에서도 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가끔 언론을 장식하고 있으니 정말 누군가가 따라할까 봐 모방 범죄가 두렵고 겁이 나는 세상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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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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