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듣는 장애대학생과 수업을 돕고 있는 학습도우미. ⓒ에이블뉴스DB

2018년 기준 장애대학생은 총 9345명이다.

하지만 2017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 따르면 전국의 348개 대학 중 장애대학생의 교육여건에 있어 ‘개선요망’ 결과가 나온 대학이 37.5%로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이 학습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

장애대학생에게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대학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최근 발간한 장애인정책리포트 제387호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대학을 꿈꾼다’를 통해 장애대학생 지원 현 주소를 살펴보고, 학습권 보장을 위한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똑같은 대학 등록금 내고 다니는데 왜 우리 장애학생들만 더 어렵고 힘들게 공부해야 하나요? 동등한 학습권 보장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장애대학생 현황, 지원의 현 주소

1995년 장애학생의 대학교육 기회 확대 및 직업재활을 도모하기 위해 장애인 등에 대한 특별전형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 포함) 제도가 실시된 이래,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의 수 및 장애학생의 수가 매년 증가해 왔으며, 장애의 유형 및 정도도 점차 다양화돼 왔다.

1995년에 8개 대학 113명이었던 특별전형 실시 대학의 수 및 장애학생의 수는 2018년도 기준116개 대학 944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특별전형뿐 아니라 일반전형을 통해 입학 하는 장애학생들까지 포함하면 대학 장애학생의 수는 더욱 많아져 2018년도 기준 462개 대학에 9345명이 재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대학생(337만8393명)의 약 0.28%에 해당하며 10년 전인 2008년 3837명에 비해 2.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장애학생은 장애로 인해 학습기능, 지적기능, 감각기능, 신체기능, 의사소통 기능, 대인관계 및 사 회적 능력 등의 영역에서 한 가지 이상 상당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장애가 없는 학 생과 동등한 교육기회 및 학교생활에의 완전한 참여에 어려움이 있다.

실제 장애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에 적절한 대학 생활 관련 지원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 수학능력 부족, 학업 부적응, 중도탈락률이 높게 나타나고,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대책이 없어 고급 장애인 인력만 양산하고 장애학생들은 더욱 좌절하게 되는 악순환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중 1개 캠퍼스 장애학생 지원 ‘미흡’

국립특수교육원이 실시한 ‘2017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평가’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355개 대학 422개 캠퍼스(97% 참여) 중 ‘개선요망’ 평가를 받은 캠퍼스가 158개(37.5%)로 3개 중 1개 이상의 캠퍼스가 여전히 장애학생 지원이 미흡하다.

“우선 수강신청을 7월 초에 해요. 그런데 수강신청 과목이 온라인 수강신청 페이지 상에 뜨는데 주변의 도움 없이는 접근이 어려워요. 또 교수님이 정해지지 않은 상 태에서 수강신청을 해야 해요. 장애학생도 학교에서 한 명의 소비자인데 교수를 모르고 수강신청을 하게 돼요. (중략) 학생카드를 강의실 입구에 설치된 기기에 대거나 터치하는 방식으로 전자 출석체크를 하는데, 저처럼 안내견과 함께 다니는 경우에는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출석체크하기 쉽지 않아요.”

전자출결, 온라인 강의 등 변화하는 강의 환경에도 불구, 웹 접근성 향상, 대체수단 마련 등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며, 강의 대필지원이나 대체시험·과제 부족 등 장애를 고려한 학습지원이 마련되지 않아 학업 시 곤란을 겪는다.

점자교재의 경우도 학교에서 일부 제작 비용을 지원해주기는 하나, 인당 한도가 있어 그 이상 제작해야 하는 경우 자부담으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되며, 제작 기간도 오래 걸려 학기 중에 점자교재가 나오기도 해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경우 많다.

청각장애학생의 경우 재원 한정으로 인해 속기 지원이 어려워 고비용의 음성-문자변환기기를 자 부담으로 활용해야 할 때도 있다.

“보조기기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있어도 너무 노후화된 게 더 문제에요. 예전에 팔을 다쳐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요청해 전동휠체어를 빌렸는데 급발진으로 큰일 날 뻔했어요. 그래서 휠체어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봤는데 2005년도에 만들어졌고 관리도 제대로 안된 것이더군요”

보조기기 대여 서비스의 경우 휠체어, 한소네, 높낮이 조절 책상, 노트북 등 학습에 필요한 보조기 기가 부족하거나 설령 구비되어 있어도 노후화로 인해 사실상 사용이 어려운 경우 많거나 보조기기 의 정기적인 기술점검이 미흡하다.

많은 장애학생들이 어떤 서비스와 학습보조기기를 이용하면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 몰라 서 이용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기기가 구비되어 있으며, 장애 유형 및 정도에 따라 어떤 기기를 활용하면 학습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안내와 교육 부족이 문제인 것.

■있어도 유명무실한 ‘이동편의지원’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싶어도 어디서 타고 어디까지 가는 지 전혀 알 수 없어요.(중략) 음성안내 서비스도 없고 정류장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중략)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장애학생의 경우 기숙사 식당이 7시면 문을 닫아 수업이 늦게 마치면 밥을 못 먹어요. 그래서 학교 근방으로 외출을 해야 하는데 외식 하는 곳까지 도우미 이동지원이 되면 좋겠어요.“

학내 장애학생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장애인 이동 지원차량 지원, 이동지원 도우미 제도가 마련되어 있으나 실제 운영하지 않거나 운영이 미흡하다.

실례로 포항공대에 재학 중인 한 지체장애학생은 비나 눈이 오는 날 전동 휠체어를 탈 수 없어 본인이 소유한 개조 차량을 운전해 연구실과 교실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학교에 차량운전 도우미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받지 못했다.

또한 장애학생 중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중증 장애를 가진 경우, 교내 어디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는지, 어느 길로 가면 휠체어 이동이 편리한 지 관련 정보 부족도 문제다. 입학 시 학교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및 이동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안내서(지도)를 제공해야 하나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부실한 경우가 많다.

2009년 '장애인고등교육권 확보 및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올바른 시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장애대학생이 학습도우미 지원을 받지 못해 학업이수에 겪는 어려움을 바닥에 누워 퍼포먼스로 표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제 역할 못 하는 장애대학생 도우미

시·청각 장애학생의 경우 속기사, 점역사, 수화통역사 등 전문성을 갖춘 도우미가 필요하나 수요 대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2018년 교육부 자료 기준, 장애대학생 도우미는 3167명으로, 이 중 대학생 등 비전문가로 구성된 일반 도우미가 3010명(약 95%)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관련 자격증을 소유한 전문 도우미는 고작 157명(약 5%)에 그친 것.

또한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는 도우미를 모집 및 운영 기준이 모호하고, 매칭 시기도 학기 시작 전이나 초에 이루어지지 않아 장애학생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장애학생이 도우미 신청서를 제출하면, 심사 후 홈페이지에 공고를 띄워 지원자를 모집하는 방식 상 도우미 연결이 원활히 이뤄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늦게 구하거나 끝내 구하지 못한 경우도 생기는 것.

아울러 현행 장애학생지원 서비스가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보니 도우미에 대한 서비스 의존성이 높다.

열의가 없거나 수업내용을 잘 설명해주지 못하는 도우미와 연결되면 도움이 되기보단 오히려 학습에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영문학과나 컴퓨터공학과 등 전공과목 수강 시 비전공 도우미가 해당 강의 내용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해 수업 내용을 온전히 전달(대필)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 없어 답답함을 토로한다.

이에 교육부는 ‘2019년 장애대학생 도우미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 도우미 교육 강화를 위해 대학별 도우미 상·하반기 사전교육의무 실시 시간을 기존 회당 100분에서 120분으로 늘렸다.

또한 기본 교육(장애 이해교육 및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필수), 도우미 역할 및 활동 교육 등) 외 추가로 현장 실습형 교육(장애 체험 교육, 장애인 복지시설·기관 방문 교육 등)을 병행해야 하며, 서류 대체교육 및 40분 이내의 단기 교육은 사전교육 시간 불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해당 교육 내용과 운영방식(횟수, 소요시간 등)이 봤을 때 과연 도우미의 역량과 장애감수성 증진에 얼마나 큰 효과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대학 캠퍼스 내 설치된 장애학생지원센터 모습.ⓒ에이블뉴스DB

■유명무실 ‘장애학생지원센터’

현행 법률상 장애학생이 10명 이상일 경우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 그 이하인 소규모 대학들이 장애학생 지원부서 또는 전담직원을 둠으로써 장애학생지원센터를 대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8년 대학 알리미에 공시된 장애학생지원 관련 행정인력 구성현황을 살펴본 결과, 전체 대학(전문대학, 대학원 포함)의 장애학생 관련 행정인력의 77.5%가 겸직이며, 전담직원은 2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겸임 직원은 전담직원에 비해 장애학생을 지원하는 업무에만 몰두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센터 내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대부분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짧아 전문성·지속성을 갖춰 장애대학생을 위한 체계적 지원을 담당하기 어렵다.

이렇다보니, 장애학생의 효과적인 서비스 지원이 이뤄질리 없다. 담당 직원의 자격요건 관련 규정이 없는 바, 사회 복지 혹은 특수교육 전공이 아니거나 장애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태에서 해당 지원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비장애학생과 장애학생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시 올바른 중재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전문가로서 역할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한다.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대학이 되려면

먼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우선시 돼야 한다. 대학별 지원 서비스의 구체적 내용은 학생처장 을 비롯한 교수진과 입학본부, 지원센터, 시설지원과 직원 등으로 구성된 ‘장애학생 복지 위원회 (복지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에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복지위원회에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장애학생의 장애유형과 정도뿐만 아니라 장애 특성까지 고려하고 당사자의 개별 욕구를 사전에 파악해 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교내 장애인용 화장실이나 엘리베이터, 무인단말기 등에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접근할 수 있도록 배리어 프리 기준에 부합하도록 교내 설비를 점검, 개선해야 한다.

장애학생 도우미 개선을 위해서는 혼란 방지를 위해 도우미 모집 기준 및 지원 시간에 대해서는 장애인 활동지원과 같이 공통기준을 마련, 적용해야 하며, 적극적인 도우미 관리를 위해 중간 평가를 제도화화하고, 학생들의 필요에 대비해 도우미의 전문성과 예비인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장애학생지원센터의 경우 장애학생의 요구 혹은 필요에 따라 적극적인 자세로 타 부서와 긴밀 히 협조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장애 학생이 장애로 인해 강의를 따라 갈 수 없다고 판단되면 센터 담당 직원은 학기가 시작하기 전 학과장과 상의해 교과과정을 변경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전문자격 기준을 갖춘 전담인력을 필수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대학 규모 및 장애학생 수 등을 고려해 조직 및 인력 운영 기준 마련을 법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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