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는 17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인(청각장애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수어통역의 질 관리를 하지 않다”며 지상파방송 3사와 방송정책을 집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인권위에 차별진정했다.ⓒ에이블뉴스

“KBS-1 일요일 방송인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나 ‘TV쇼 진품명품’ 등 교양이나 다큐프로그램을 수어통역으로 보고 싶은데 못 봅니다. ‘생방송 오늘 저녁’(MBC), ‘TV 동물농장’(SBS) 등도 수어통역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이하 장애벽허물기)는 17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인(청각장애인)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수어통역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수어통역의 질 관리를 하지 않다”며 지상파방송 3사와 방송정책을 집행하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인권위에 차별진정했다.

농인 진정인 5명은 이번 진정을 통해 ▲수어통역 30% 확대 및 장애인방송 지침의 개정 ▲수어통역 질적 평가제 도입 및 관련지침 제정 등을 요구했다.

장애벽허물기에 따르면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가 장애인 등 방송소외계층을 위한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 추진을 발표했다.

OTT(오티티)와 VOD(브이오디) 등 비실시간 방송의 장애인 접근환경 마련이나 음성합성을 통한 화면해설 서비스, 수어 아바타 등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나 비대면 환경을 고려하고 있어 대체적으로 과거와 다르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수어통역사 평가제 방송사에 도입하라!', '방송사의 수어통역 30%로 확대하라!'가 쓰인 종이 피켓을 든 농인들.ⓒ에이블뉴스

하지만 들여다보면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정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어통역방송 비율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디어 포용 종합계획’을 통해 지상파방송의 수어통역방송 비율을 5%에서 7%로 올리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2019년 기준 KBS 8.8%, MBC 7.45%, SBS 7.1%의 수어통역(국가인권위원회, 2020)이라는 것으로, 지금의 5%의 수어통역 비율은 2012년 장애인방송 고시를 정했을 당시 비율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진행하는 수어통역 방송도 수어통역 질이 고르지 않다는 농인들의 불만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방송사들이 이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농인들의 시청권이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

장애벽허물기는 “그동안 4차례에 걸쳐 고시를 개정했지만 수어통역은 손조차 안 대다가 9년이 지난 지금 고작 2% 올린다는 것”이라면서 “그것도 지상파방송이 하고 있는 7~8%비율 그대로, 말로만 놀렸다고 했을 뿐 달라진 것이 없는 오히려 퇴보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어는 농인의 언어다. 누구나 자유롭게 방송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듯이 농인들도 수어로 방송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면서 “수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향상됐고, 수어통역 전송기술들도 발전해 수어통역을 확대한다고 일반시청자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진정인인 농인 오영준 씨가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 기자회견에서 수어로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진정을 제기하는 농인 오영준 씨는 “수어에 익숙한 농인들은 올라오는 자막을 모두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끔 자막이 늦게 올라와 흐름이 끊기는 경우도 있다”면서 “방통위가 수어통역을 7%로 올린다고 했는데 지금도 방송사에서 7% 내외의 수어통역을 하고 있다. 실망스러운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방송사마다 통역의 질도 제각각으로 일부 방송사의 경우 모호한 표현을 해서 갑갑하다”면서 “교양이나 다큐 프로그램에도 수어통역을 하고, 양질의 수어통역을 제공하도록 방송사마다 평가기준을 만들고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아인협회를 걱정하는 모임 강주해 고문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정책은 7%에 불과하다. 너무 적다. 농인들에게 7%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수어통역을 30%로 늘려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볼 수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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