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장애인 동현 씨와 그의 부모 김미라 씨 모습.ⓒ에이블뉴스

“보건복지부가 활동지원 개선책으로 내놓은 게 뭐예요? 뭐가 달라진 것인지….”

26살 근육장애인 김동현 씨의 부모 김미라 씨(54세, 여)는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를 보더니,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시설에서 나온 근육장애인 아들에게 활동지원 24시간이 너무 절실한데, 이 개선책으로 도저히 답이 없을 것 같단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미라씨는 일주일에 1번정도 동현 씨가 사는 인천의 아파트를 찾는다.

2019년 12월 근육병 환우들을 위한 생활시설 ‘더불어 사는 집’ 폐쇄 이후, 독거로 등록돼 같은 근육장애인과 공동생활하는 동현 씨가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를 통해 받은 활동지원 시간은 6구간에 해당하는 330시간. 인천시 자체적으로 지원한 70시간을 포함하면 월 400시간이 고작이다.

시설에서 나와 6개월간 자립준비 목적으로 특별지원급여 20시간을 추가로 받았지만, 그것마저도 지난달 말 소멸된 상태다.

‘2017년 11월 시설에 들어가기 전, 인정조사를 받았을 땐 월 481시간이었는데, 왜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오히려 줄어들었을까?’

답답한 마음에 미라 씨 부부는 지자체, 국민연금공단 지사 등 여기저기 두드려봤지만, ‘복지부 툴이다’는 답만 받았다. 그렇게 복지부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는데. 지난 8일 발표된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개편 2단계 추진방안’ 속 활동지원 보완책은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수요자 중심 장애인 지원체계 개편 2단계 추진방안’ 속 활동지원 보완책.ⓒ보건복지부

복지부가 발표한 보완책은 장애인 서비스 종합조사표상 기능제한(X1)상 최고 수준인 독거, 취약가구에 한해 하루 최대 16시간을 받는 1구간까지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6구간인 동현 씨가 기능제한(X1)에서 최고점을 받을 리 없었다. 종합조사표 자체를 장애 유형별 특성에 맞게 바꿔 달라고 했지만, 이는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 애는 모기 한 마리 못 잡고, 코도 못 긁어요. 밤 시간에 호흡기를 끼고, 체위변경을 해야 하는데, 종합조사표상 6구간이거든요. 기능제한에서 점수를 받을 수 없는데, 보완책이 무슨 소용이죠?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근육장애 특성에 맞는 조사표였는데.”

2018년 국회의사당 앞에서 활동지원 휴게시간 적용에 반발한 근육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DB

한숨을 ‘푹’ 내쉰 미라 씨는 동현 씨가 활동지원 24시간이 절실했던 이유를 쏟아냈다. 7살 무렵 발병한 아들의 근육병으로 온 가족이 고통에 갇혔던 사연, 돌봄에 지친 미라 씨가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갔던 사연, 도저히 활동지원사를 구할 수 없어 시설에 보내야 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까지.

“정말 죽고 싶었어요. 도저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 정도로.”

2001년 7살이 되던 해, 무릎이 아프다던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 조직검사를 한 결과, 의사는 ‘14살까지밖에 못 살 것’이라며 희귀난치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내렸다.

“너무 충격이었죠. 설마 내가 잘못해서 천벌을 내린 건지, 3개월간 자책감에 미쳐 살았어요. 좋다는 것은 다 해보고. 14살이 되던 해에는 얼마나 긴장을 하며 살아왔는지 몰라요. 애가 죽을까 봐.”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병행한 학창시절을 마친 후, 20살이 된 동현 씨는 직업을 갖지 못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직업능력개발원을 방문했지만, 신변 처리를 스스로 할 수 없고, 기능 부족 등의 제약으로 직업 연계가 힘들다는 답만 돌아온 것.

다시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돌봄은 오로지 엄마의 몫이었다. 걷다 넘어지는 아들을 들고, 업고, 뛰다 보니 목 디스크 수술까지 받게 된 미라 씨는 119대원, 아파트 경비, 성가대 사람들까지 불러 도와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밤에는 호흡기를 끼고 자는데, 깊은 수면에 들어가면 호흡을 못 받아들여요. 그러면 기계에서 소리가 나서 아이를 깨워야 하죠. 새벽마다 소리가 울리니까 가족들 신경도 예민해지고, 잠도 못 자고. 가족들끼리 갈등도 심했어요.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시설 입소를 알아보던 중, 우연히 근육병 환우 생활시설 ‘더불어 사는 집’을 알게 됐고, 2017년 11월 입소했다.

“시설에 보내는 것에 대해 고민이 너무 많았고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더불어 사는 집’ 원장님이 근육병 환우의 아버지였고, 근육병 친구들이 같이 살면 효율적으로 케어할 수 있고, 부모들의 삶의 질이 나아지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100% 공감했죠. ‘아 저 정도면 보내도 되겠다’ 싶었어요.”

시설 폐쇄 후, 동현 씨는 같은 시설에서 거주했던 근육장애인과 함께 공동가정 형태로 생활하고 있다. 생활 공간 모습.ⓒ에이블뉴스

그렇게 시설에 들어갔지만, 경제적 문제 등으로 2년 만에 시설이 폐쇄되며, 아들이 다시 지역사회로 나왔다.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던 근육장애인과 아파트 전세금 등을 각각 부담해 함께 거주하며, 총 3명의 활동지원사가 케어하고 있다. 부족한 활동지원 시간으로 인해 사실상 ‘무급노동’ 중인 상태다.

활동지원사 A씨는 “밤중에 체위변경, 호흡기 기계 문제 등으로 혼자 두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봉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활동지원사의 경우 ‘더불어 사는 집’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동현 씨를 케어한 경험이 있어 근육장애인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했던 점이다. 동현 씨의 활동지원 시간이 늘어나면 한 명의 활동지원사를 더 쓸 수 있어,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달 6개월분의 특별지원급여가 소멸되자, 미라 씨 부부는 구청과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았지만, 이렇다 할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복지부의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획기적 개선은 물 건너간 시점에서,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활동지원 24시간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 것만 기대할 뿐.

“예산이 부족하니까, 지금 당장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내년에 대상자가 늘어난다고, 그것만 기다리는 거예요. 근육장애인은 누가 곁에 없으면 안돼요. 호흡기 호스가 빠지면 사망에까지 이르거든요. 생사를 다투고 있는 근육장애인인데, 활동지원 시간이 고작 이 정도라면, 어떻게 살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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