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권오태 씨는 만 65세 생일이 지나, 월 591시간을 받던 활동지원이 끊긴 채 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에이블뉴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권오태 씨는 목회자로 살아오다 2012년 11월 교통사고로 경추 3번을 다쳐, 전신마비 척수장애인이 됐다. 지난해 10월 5일 65번째 생일이 지나며, 월 591시간 받던 활동지원도 끊기고, 현재 부인의 전적인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다.

10일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1층 로비에서 그는 죽음 앞에 닥친 자신의 이야기를 긴 시간에 걸쳐 털어놨다.

“나 같은 장애인에게 살 수 있는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차라리 죽을 수 있는 권한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스위스에 안락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사를 하고, 비행기를 알아보기도 하고,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집사람이 눈물로 말렸기 때문에 차마….”

척수장애인인 그는 음식물도 제대로 삼킬 수 없어, 한 달에 한 번씩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폐렴이 생긴단다. 음식을 먹다가도 재채기가 나올 시, 바로 가래를 배출하지 않으면 콧속으로 넘어가 한 달에 한 번꼴로 입원을 해야 하고, 늘 항생제를 먹어야 한다.

“65세 이전까지는 활동지원사가 있어 제가 좋아하는 책을 볼 때, 책장을 넘겨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특수마우스를 통해 글을 쓰고, 시와 자서전까지 발간하며, 사회에 빚을 갚으려고 애를 썼는데, 65세가 되고 난 후부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1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에 ‘장애인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하라’가 쓰인 종이가 붙어있다.ⓒ에이블뉴스

현재 그는 활동지원이 끊긴 상태로, 생계를 유지하던 부인이 직장을 그만둔 채, 그를 24시간 돕고 있다.

“집사람도 발가락 골절로 지팡이를 짚고 나를 케어합니다. 집사람이 나를 휠체어에 못 올리기 때문에 오늘은 사비로 활동지원사를 구해 이곳까지 오게 됐습니다.”

사는 것이 ‘전쟁’ 같다던 그는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발언을 뱉어냈다.

“우리 장애인들을 도울 수 있는 활동지원사 제도를 해주신다면, 우리도 그냥 생존의 의미만 두지 않고, 우리가 생존함으로써 국가에 진 빚을 갚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발 저희들의 호소를 짓밟지 마십시오.”

10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활동가들 모습.ⓒ에이블뉴스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급자격은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까지로, 활동지원을 수급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는 해에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수급심사를 받도록 하게 돼 있다. 문제는 장기요양등급이 나오면 하루 최대 4시간만 받을 수 있어, 최중증 독거장애인의 경우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면서 지난해 8월 중순부터 릴레이 단식, 9월 4일 중증장애인 당사자 3인에 대한 긴급구제 요청 등을 진행했다. 이후 인권위는 이들 3인에 대해서는 ‘긴급구제가 필요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면서 지자체에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한발자국의 움직임도 없다. 문재인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65세 연령제한 문제와 관련, “빠른 시일 내에 해법을 찾아나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지만, 복지부는 올해 5억원의 연구용역 예산만 반영했다. 국회 또한 4월 총선을 앞두고, 활동지원 연령제한 폐지가 담긴 4개의 활동지원법 개정안 심의를 멈춘 상태다.

이런 가운데 활동지원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권 씨와 함께 장애인당사자 14인이 11월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상세하게 담아 긴급구제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최근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기각’ 당했다.

한상철 씨는 월 492시간의 활동지원을 받다가, 만 65세가 되며 장기요양으로 넘어갔다.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입원까지 했다.ⓒ에이블뉴스

함께 기각당한 한상철 씨는 서울 강서구에서 월 492시간을 받다가 활동지원이 끊긴 만 65세 장애인으로, 가족 구성원 중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그의 부인과 아들 모두 중증장애인인 것.

한 씨는 장기요양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에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는데,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위궤양 천공이 와서 병원 중환자실에서 15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한 씨는 “지금 너무 힘들고, 국가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 500시간 가까운 시간을 쓰다가 하루 4시간으로 줄어드니 활동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담긴 종이.ⓒ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요청했더니, ‘제도가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면서 기각했다. 이를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국회가 심의하지 않고 있지 않다”면서 “장애인이 신종 코로나도 아닌데, 왜 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격리당해야 하냐. 당장 긴급구제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지난 1월 활동지원에서 강제로 장기요양으로 넘어가는 활동지원법 5조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 등을 위반하고 있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면서 “국가가 최소한 인권국가, 복지국가라고 한다면 생존 위협을 받는 상황을 조속히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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