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장애인부모회 등 대구지역 장애인단체와 사회단체 회원 40여명이 5일 오전 경주시처 앞에서 경주푸른마을 문영자 원장 구속을 촉구했다. ⓒ윤삼호

지난해 ‘경주푸른마을’에서 생활하다가 ‘호흡곤란’으로 죽은 박재호 군(사망 당시 14살) 사망 1주기를 맞아 시설비리 규탄 집회가 열렸다. 경북장애인부모회, 전교조경북지부특수교육위원회, 대구DPI 등 대구·경북지역 장애인단체와 사회단체 회원 40여명은 5일 오전 경주시청 앞에서 ‘경주푸른마을’ 문영자 원장을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경주푸른마을이 재호 군의 죽음 이후에도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경상북도청 감사 결과 수많은 비리를 저질러 온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감사 결과 푸른마을은 2005년 개원 이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생활인들의 개인 금전 수천만원을 유용하고 후원금과 국고보조금 수억원을 쌈짓돈 쓰듯 했다”고 제시했다.

실제로 감사 보고서를 보면, 경주푸른마을은 시설 운영비로 지출해야할 에어컨, 조경수 묘목, 리빙박스 등을 생활인들의 돈을 빼내 구입했고, 기초생활수급자인 생활인들의 수당과 시설종사자들의 급식비를 유용하고, 연간 1억이 넘는 후원금은 대부분 간접비로 지출했다. 그러면서 문영자 원장은 지난 3년 동안 후원금 등으로 6차례에 걸쳐 총32일 동안 해외를 다녀왔고, 특히 2005년에는 법인 후원금 1,500만원으로 4일간 일본을 다녀왔다. 그 아들인 정재훈 사무국장은 2004년 10월~2006년 6월까지 자격이 없음에도 시설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부당하게 인건비 4천여만원을 챙겼다. 이렇게 확인된 비리만 13개 항목에 이른다.

참여 단체들은 이 같은 비리가 시설 개원 초기부터 자행됐는데도 감독 관청이 제대로 파악조차하지 못했고, 비리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원장 해임, 부당이득 환수 조치 등을 취하기는커녕 계속해서 비리 시설을 감싸 돌기만 한다며 경주시청도 규탄했다.

집회가 끝나고 참여 단체 대표자들은 경주시청 관계자들과 대책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단체 대표자들은 시청이 의지를 가지고 문영자 원장을 해임한 다음 새 원장을 공개 채용할 것과 법인 이사회를 민주화 시켜 시설을 정상화시킬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청 관계자는 “시청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한편, 대구DPI는 "사회복지사업법, 장애인복지법, 근로기준법 등을 위반하면서 개원 초기부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국고와 후원금, 그리고 생활인들의 돈을 유용하고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문영자를 처벌해 달라"며 경주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대구DPI 육성완 대표는 “그동안 전국적으로 장애인 시설의 비리가 수없이 드러났는데도 아직도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시설에 권력과 돈이 집중되어 있는 탓이다. 국민의 세금과 선량한 시민의 후원금으로 운영하는 시설이 비리를 저지르고도 버젓이 행세하는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윤삼호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몇몇 장애인 단체 활동가를 거쳐 지금은 부산에 있는 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화의 정치>, <장애학: 과거, 현재, 미래>, <동정은 싫다>, <장애와 사회, 그리고 개인> 같은 장애학 서적을 번역했습니다. 장애학 특히 장애 역사에 관심이 많고, 지금도 틈틈이 자료를 읽으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주류 학계가 외면하는 장애인의 역사를 현재와 연결하여 유익한 칼럼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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