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물건에 욕심이 많아요. 집에서 가지고 놀던 인형이나 자기 담요를 가지고 어린이집에 가요.”

몇 년 전 K시 어린이집 부모교육을 하러 갔을 때 아이의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다. 직장에 다니는 딸 대신 손녀를 돌보고 있는 할머니가 교육에 참석했었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은 물건이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서 보이는 ‘불안정 애착 행동’이다.

불안하기 때문에 집에서 자신이 가지고 놀던 인형이나 담요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 물건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하고자 하고 있다. 아이는 엄마, 아빠나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어 자신의 물건을 통해서나마 안정을 하고자 보이는 행동이다.

영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발달은 애착형성이다. 애착은 양육자와의 정서적 유대관계로, 그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평안하고, 사랑받는다는 믿음과 확신이 드는 것이다. 애착 형성이 안 될 경우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그로 인해 위의 사례와 같은 행동을 보인다. 교육봉사를 다녀온 학생들이 전해준 불안전 애착 행동을 살펴보자.

“만 3세 여아였습니다. 친구들과 놀이할 때 말을 하지 않고, 주로 혼자 놀이를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다가가서 말을 건네도 피하고 경계하였습니다. 공원으로 현장학습 갔을 때 계속 울면서 교사에게 안기려고 했습니다. 하원 때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데리러 왔습니다.”

"만 7세 남아로 또래보다 마른 편이었습니다. 또래나 교사와 상호작용이 거의 없었고,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떼를 쓴다고 합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뛰어내리거나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엄마에게 매달리고 안아달라고 하지만 갑자기 손을 뿌리치고 때리는 등의 행동도 보인다고 합니다. 엄마는 동생의 병간호와 직장 일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이혼 상태로 아빠가 종종 오시지만, 무서운 편이었습니다."

"만 2세 아이가 또래와 상호작용이 전혀 없었습니다. 매일 자신의 담요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항상 교사 옆에 붙어있었으며, 교사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소리를 지르면서 우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만 5세 유아가 다른 친구와 어울리려고 하지 않고, 혼자 있으려고 하였습니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할머니가 종종 데리러 오셨는데,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물으면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7개월 된 아이는 맞벌이로 인해서 할머니께서 돌보다가 할머니의 건강 악화로 17개월 이후에는 가사도우미가 돌보게 되었습니다. 가사도우미는 아이를 돌보지 않고, 집 안 청소나 TV를 보면서 지내다 보니 17개월까지는 정상적인 발달이 이루어지는 듯 했습니다. 이후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반응이 줄어들고, 부모가 안아주어도 멍하니 있거나, 이유 없이 떼를 쓰는 일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4개월 영아(사진은 내용과 해당없음). ⓒ최순자

교육봉사 중 학생들이 만난 사례는 내가 직접 본 상황이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반응성 애착장애아도 있을 수 있다. 반응성 애착장애는 영유아가 부모와 건강한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하는 정신장애이다. 이는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는 자폐증의 경우와 달리 후천적으로 양육의 영향으로 애착형성에 문제가 발생한 사회적 기능장애이다. DSM-5에서도 별도 기준을 제시하고 대체로 보이는 행동 특징은 다음과 같다.

양육자에게서 위안·지지·애정, 보호를 얻으려고 시도를 하지 않음, 달래주어도 최소한으로 반응, 대인관계에서 안정된 관계를 맺지 못하며 전반적인 무관심과 사회적인 반응성 부족 등 사회적 상호작용에 있어 현저한 부족함, 냉담하고 위축되어 있음, 적대적 또는 공격적인 성향, 심각한 언어 지연과 운동발달의 지체, 호명에 반응이 없음, 또래의 자극에 반응이 없음, 특정한 사물·놀이·상황에 대해 집착, 옆에 누군가 있어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혼자서 고립된 놀이를 즐김, 반향어나 고음의 발성을 하는 등 비정상적인 언어양상

위 행동이 9개월 이상으로 5세 이전 최소 9개월 이상 지속해서 보였다면, 반응성 애착장애일 수 있음으로 전문가 의뢰와 진단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반응성 애착장애의 치료는 놀이치료나 부모상담 등이 있다.

위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아이가 제대로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음으로 무엇보다 양육자의 양육태도 변화가 중요하다. 아이와 자주 눈을 맞추고 표정을 보면서 대화하기, 신체적 접촉 행동 늘리기,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양육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같이 놀아주기, 아이가 잠들 때까지 양육자가 꼭 붙어서 신체적 접촉을 해주기 등이다.

무엇보다 사랑은 아이가 느껴야 한다. 그러므로 양육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진심으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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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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