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는 통계에 대하여 ‘현상을 보기 쉽게 일정체계에 의해 숫자로 나타낸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애와 관련된 통계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국립재활원에서 장애인실태조사, 장애인복지패널조사, 장애인 고용패널조사, 고용현황, 장애인건강통계 등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다.

그런데 이 통계가 척수장애인에게는 체감이 떨어진다면 큰 문제인 것이다. 척수장애인으로써 그들의 통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장애에 억지로 맞추어지는 느낌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척수장애는 독립적인 장애유형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지체장애에 속해 있다. 지체장애는 등록장애인의 50%에 육박한다. 이 안에 다양한 장애유형이 몰려있다. 절단, 저신장, 소아마비, 근육장애, 척수장애, 관절장애, 척추장애 등 무수히 많은 장애유형을 담고 있다. 그 장애유형들은 신체적인 이유라는 공통점 외에는 장애원인도 특성도 욕구도 전혀 다르다.

이들을 얼버무려 나온 통계들에 대해 갸우뚱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법률상 어쩔 수없이 묶어서 통계치를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그 안의 세분화된 장애유형에 대한 통계가 한번쯤은 나와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각 장애인단체에서 어렵사리 통계를 내놓고 있지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는 장애등록 이후 삶의 변화(장애수용, 사회복귀 등)를 파악하고, 삶과 관련된 다양한 항목을 장기적으로 파악하여 향후 관련정책의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만들고자 ‘장애인의 삶 패널 조사’를 구축하고 1차로 2018년 보고서를 배포하였다.

패널조사(panel survey)는 주어진 한 표본의 조사 단위를 시간을 두고 반복 추적하는 조사이다. 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구주나 가구원까지 복수의 관찰결과를 제공하여 종단조사라고도 한다.

장애인의 삶 패널조사 영역별 구성지표 체계. ⓒ한국장애인개발원

하지만 이 보고서에 나오는 수 백 가지의 결과물이 척수장애인의 삶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당연히 가구주에 대한 여러 결과물들도 제대로 반영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전체 조사대상인 5,800명의 16.1%가 지체장애인이고, 그 안에서 척수장애인에게 해당되는 상하지 기능장애는 그 안에서 19.3%에 해당되지만 이곳에는 소아마비나 근육장애인도 포함되어 있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가 없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척수장애인은 전체 지체장애인 수의 3.5%였다.

그럼에도 지체장애라는 집단화를 통해 척수장애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너무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척수장애인들이 패널조사의 내용을 수용하려면 척수장애인과 관련된 별도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어야 한다. 이제 막 시작한 패널조사를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장기적인 추적조사가 필요한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연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맞춤형 복지란 무엇인가? 가려운 데를 정확히 긁어주고 원하는 것을 콕 집어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패널조사의 목적처럼 장기조사를 통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라면서 척수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없다면 그들과는 동떨어진 제도가 계속 양산될 것이다.

‘장애인의 삶 패널 조사’를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다른 조사와 통계들도 체감도가 떨어지 는 것은 다르지 않다. 어떤 방법으로 장애유형에 맞는 세분화된 통계를 내놓을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결론적으로 유형의 세분화를 통해 통계의 세분화와 맞춤형 정책으로 이어져서 한다. 그래서 신뢰받는 맞춤형 복지제도가 완성되기를 희망한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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