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여의도 진행된 제3차 장애인아고라에서 참가자들이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정착에 관한 진단,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정신장애 유형의 장애인 수는 10만 1175으로 전체 등록장애인의 3.97%를 차지해 지체장애, 청각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지적장애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5.4%(남자 28.8%, 여자 21.9%)로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번 이상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하지만 현행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상 정신질환자를 장애인으로 규정하면서도 정신장애인이 정신건강복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보편적 장애인 복지전달체계에서 배제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3차 장애인아고라(부제 정신장애인도 지역사회 정착을 원한다!)를 갖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에 관한 현실을 진단하고 방안을 모색했다.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이길성 활동가. ⓒ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정착 걸림돌 ‘언론’도 한 몫=아고라에 참석한 전문가, 당사자들은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로 언론의 보도행태를 꼽았다. 언론이 정신장애인을 보도할 때 자극적인 요소를 부각해 마치 ‘위험한 자’ 프레임을 씌운다는 것이다.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이길성 활동가는 “사람들은 정신장애인 혹은 정신질환자를 범죄 이슈로 알게 된다. 방송국 보도를 보면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내용을 자극적으로 구성하고, 사실을 왜곡해 당사자를 마치 위험한 자로 인식하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이 활동가는 “2017년 대검찰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범죄건수가 200만 건이지만, 정신장애인 범죄는 8300건으로 범죄율은 0.4% 수준이다. 언론의 알량한 상술(자극적 보도 등)은 누군가의 인생을 흔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신재활협회 윤선희 사무총장 역시 장애인장애인 사건에 관한 편향된 언론 보도행태를 지적하고 피해사례를 언급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보도된 후 한 정신장애인이 잘 다니던 회사로부터 퇴사를 권유받았다는 것이다.

윤 사무총장은 “언론이 정신장애인의 한 부분만 부각하다 보니 일상생활은 물론 열심히 일하는 당사자 모습조차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살인, 성폭력 사건에 관한 것은 보도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정신장애인 사건에 관한 것은 없다. (이 때문에) 기자가 추측성 보도를 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하루 속히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신중한 보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초열린세상 문경진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역시 “강남역 살인사건 보도 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함께 추진하던 정신장애인 대규모 고용 사업이 좌초됐다”면서 “기업들은 (보도를 접하고)최초 사업을 연기하자고 했고, 나중에는 채용계획이 취소돼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취업 기회를 놓쳤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초열린세상 문경진 정신건강사회복지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정신장애인사회복귀시설 설립·운영 열악=정신장애인사회복귀시설(이하 사회복귀시설)은 정신병원을 퇴원한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수행한다.

유형별로 직업재활시설, 주간보호시설, 직업재활시설, 주거제공시설, 생활거주시설, 아동청소년 시설 등 9개로 나뉜다.

전국에는 총 349개소(2017년 12월 기준)의 사회복귀시설이 운영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비스 이용자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시설이 가득 차 대기자 수만 10~30명에 이른다는 게 문경진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문 사회복지사는 “시설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10~30명의 당사자들이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시설 규모를 키워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지원이 없어 힘든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 사회복귀시설에서 보조금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시간제 직원의 신분을 전일제로 속여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 돈은 시설 임대료를 지불하는데 사용됐다. 횡령은 사실이지만 (사회복귀시설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마음이 답답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장애인복지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먼저 건물을 신축하고 민간에 위탁하지만, 사회복귀시설은 설립을 희망하는 사람이 자부담으로 임대공간을 만들고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해 실무자들의 월급에서 후원을 받는다. 물가상승률, 건물주 간 원만한 관계 유지 등 고려할 게 많다. (장애인복지법 및 정신건강복지법 등)법 개정를 비롯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더군다나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지원 및 관리를 주로 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인력이 부족해 사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현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전국에 총 243개소가 설치됐으나, 중증정신장애인 사례관리인력은 센터당 4명 내외로 1인당 70~100명정도의 중증정신장애인을 담당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자살방지, 청소년 정신건강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극히 제한적이다.

마포구 정신건강복지센터 김우형 팀장은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지원되는 예산은 600억원 수준이다. 이 규모로는 센터 실무자들의 인건비 정도 밖에 안 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운영은 (정신장애인 사회복귀 중심이 아닌)의료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중심인)약물복용이 정신장애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데 회의적이다. 이 분야에 몸 담은지 15년이 됐지만, 과거와 지금 정신장애인의 욕구는 다르다”면서 “사회복귀시설 등 여러 기관이 모여 정신장애인의 욕구를 귀담아 듣고 다양한 재원을 개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문제해결 ‘주체’ 정신장애인 리더 육성 필요=참가자들은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정착 및 탈원화를 위한 과제로 당사자 중심의 참여, 당사자 리더 육성을 손으로 꼽았다. 정부 정책담당자, 국회 입법자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은 당사자라는 것이다.

한국정신장애연대 권오용 사무총장은 “제도적 장벽을 허물고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문제를 자각하고, 탄탄한 조직이 없는 게 큰 문제”라면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서비스 제공 등)이 반영되는 구조로 바뀌려면 큰 장벽이 해결돼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신장애인과 관련한 활동을 한 지 15년 가까이 됐다. 정신장애인에게는 수십에서 수백까지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신장애인들이 깨어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래야 제대로 해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이길성 활동가 역시 “정신장애인 리더를 많이 키우는 것도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데 긍정적일 것”이라고 정신장애인 지도자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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