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한·중·일 장애인정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장애인의 날 30주념 기념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기획]한·중·일 장애인정책의 과거, 현재, 미래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의 백범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한·중·일 장애인정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장애인의 날 30주념 기념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국내 장애인복지정책을 재점검하는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 장애인정책의 발전방안과 상호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 이 국제포럼에는 한·중·일 3국의 장애인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국의 장애인복지정책 현황을 전하고,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3국의 전문가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한·중·일의 장애인 정책은 모두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54년 만에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장애인정책의 기틀을 재점검하고 있고, 중국 정부는 그 동안 경제발전에 집중하느라 소홀히 했던 복지제도를 바로잡아야할 큰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장애인정책의 주요 대상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중이다. 3국의 전문가들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해 한·중·일간의 국제적 협력과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장애인, 문맹·빈곤 심각…“낙후된 사회보장제도 개선해야”

쩡꽁청 중국인민대학 노동인사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에이블뉴스

쩡꽁청 중국인민대학 노동인사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006년 발표된 제2차 전국장애인 표본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장애인 정책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짚었다.

이 조사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장애인은 8,29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3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비율이 높고, 문맹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6,225만 명으로 전체 장애인의 75.04%를 차지하고 있고, 15세 이상의 장애인 중 문맹인구는 3,591만 명(43.29%)이다.

빈곤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의 도시인구 평균소득은 11,321위안, 농촌인구 평균소득은 4,631위안이지만, 도시 장애인가정의 평균수입은 4,864위안, 농촌 장애인가정의 평균수입은 2,260위안이다. 장애인가정의 평균수입이 전국 평균 수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회보장제도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도시 장애인 중 275만 명(13.28%)만이 최저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도시의 16세 이상 장애인 중 연금, 의료, 산업재해, 실업사회보험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은 각각 27.87%, 36.83%, 1.11%, 1.35%뿐이다. 농촌의 경우 상황은 훨씬 더 열악했다.

이에 대해 쩡꽁청 교수는 “계획경제 시기에는 장애인들이 국가보장제도나 집단보장제도를 통해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개혁개방이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복지모델이 쇠퇴했고, 그 결과 장애인이 경제발전의 성과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루트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쩡꽁청 교수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정부는 각종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각종 제도를 무질서하게 도입함으로써 오히려 장애인복지제도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쩡꽁청 교수는 “최근 각 지방정부에서 최저생활보장제도 대상자 기준에 건강상태 및 연령구조 등을 포함시키고 있지만, 최저생활보장제도가 장애인복지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복지제도가 필요한데, 아직 이러한 제도가 별도로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장애는 개인과 가정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전통 관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쩡꽁청 교수는 “전체적으로 낙후된 사회보장제도를 개선해야 하고, 이와 함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보장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54년만의 정권교체, 장애인정책도 재검토

나가세 오사무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연구과 특임 준교수. ⓒ에이블뉴스

일본에서는 지난해 8월 총선거에서 54년간 정권을 잡아온 자유민주당이 물러나고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다. 나가세 오사무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연구과 특임 준교수는 “민주당은 자유민주당이 그간 시행해온 장애인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총선거 당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을 향한 국내법 정비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장애인학대방지법 제정 ▲장애인자립지원법의 근본적 재검토 ▲장애인 고용·일자리 창출 ▲장애인의 충분한 소득보장 실현 등 17개 항목을 담은 ‘장애인제도 개혁추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본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 내각부에 정책입안기관인 ‘장애인제도 개혁추진본부’를 설치했다. 이 기구는 지적장애인을 비롯한 11명의 장애인 및 비장애인 등 총 24명으로 구성됐다.

장애인제도 개혁추진본부는 현재 ‘장애’에 대한 법적 재정의부터 시작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통합교육 시행 등을 추진하기 위해 월 2~3회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총리대신, 내각부특령대신, 후생노동대신, 여당 국회의원등도 참석한다고 한다. 일본의 장애인계는 장애인 정책이 새 정권 하에서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정책대상·패러다임 변화…정책도 바뀌어야”

김종인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 ⓒ에이블뉴스

김종인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은 이날 한국 장애인정책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 후, 오늘날 장애인 정책이 직면한 변화 및 과제를 제시했다.

김 원장은 중요한 변화 중 한 가지로 장애인 정책의 대상자가 바뀌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30여 년 전에는 소아마비 등 신체 장애인이 장애인 정책의 중심 대상이었지만, 향후에는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 발달장애인이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대상자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등록장애인 250만여 명(2009년 기준) 중 지체장애인의 비율은 51%(127만 명)이지만, 0~24세의 장애인 중에서는 지적·자폐성·뇌병변 장애인 등 발달장애인이 74%를 차지한다. 여기에 정신장애인의 비율을 합치면 80%를 넘는다.

김 원장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재활치료바우처 프로그램의 다변화 등 정책대상자 변화에 부응하는 복지제도 모형을 개발해야 하고 연금, 보험제도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원장은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장애인의 권익신장, 자기결정권 행사, 사회재활 및 통합을 위해 장애인당사자가 중심이 되고 장애인당사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행정부처로서 ‘장애인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원장은 “현재 보훈대상 장애인, 교통장애인, 산재장애인 등을 각기 다른 행정부처와 법이 관장하고 있어 중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정책 수행에 많은 난관이 있다. 또한 한국정책기획평가원의 2007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과 관련된 법률만도 무려 586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개발 및 시행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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