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베를린에 위치한 녹색당사 세미나실서 욜로와 만난 스벤 장애인정책담당관이 당의 장애인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사. ⓒ하지혜

독일 녹색당은 ‘환경보호와 핵 폐기’를 기조로 1979년 창당됐다. 이후 환경 분야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소수자를 보호하는 정당으로 거듭났다. 지난달 치러진 총선에선 8.4%를 얻어 메르켈 정부의 연정 파트너로 유력하다.

이런 녹색당엔 이상한 공천제도가 있다. 지난 8월 27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위치한 당사 세미나실서 장애청년드림팀 욜로팀과 만난 스벤 장애인정책담당관은 “장애인들에게는 의무적으로 비례대표를 할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선거시 여성 출마자의 비율은 50% 이상이 되도록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적 상식에 비춰보면 오히려 여성들보다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의무적으로 비례대표를 할당하는 것이 옳다.

이에 대해 스벤 담당관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직 남아 있기에 여성 할당제를 의무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출마자는 실력이 있으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굳이 그들에게 비례대표를 인위적으로 줄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베를린자유대 돌테퍼 교수나 연방정치교육원 스테판 교수의 설명과 같았다.

이에 대해 박상현(25‧카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 4학년) 팀원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는 증거”라며 “오히려 장애를 딛고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예직(24‧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팀원도 “장애가 있다는 것이 그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에 결격사유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장애당사자로서 적극적으로 정책을 입안하려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이 의회에 진출하더라도 필요한 지원을 많이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며 “활동보조인제도와 팀제도(의원 한 명당 4명의 보좌관이 함께 일하는 것)를 통해 의정활동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장애 의원들이 불편함 없이 의정활동을 하게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녹색당이 장애인에게 의무적으로 비례대표를 할당하지 않는 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혜 팀원(26‧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은 “장애인을 믿지 못해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남녀의 지적수준에 차이가 있다고 보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장애인보다 여성들의 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것은 여성들을 더 필요로 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정치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기회를 주지만, 굳이 인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에 필요성을 느끼진 못한다는 얘기다.

한편, 녹색당의 장애인 정책담당자는 68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스벤 담당관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은 적다. 그는 “올해도 장애인 정책담당자 중 몇 명이 선거에 나가긴 하지만 장애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회의를 마치고 당사 복도에서 단체사진 찍는 담당관과 욜로팀. ⓒ하지혜

*이글은 ‘2013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욜로’팀의 심지용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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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용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대학생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에 5년간 기명칼럼을 연재했다. 2013년 12월부터 1년 간 KBS <사랑의 가족> 리포터로, 2017년 5월부터 약6개월 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며 장애 문제를 취재해 사회에 알리는 일을 했다. 장애 청년으로 살며 느끼는 일상의 소회와 장애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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