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세계 최대규모 학술지 출판사인 ‘엘스비어(ELSEVIER)’는 격월로 <선거 연구(Electoral Studies)>라는 저널을 발간하고 있다.

이 저널의 2016년 6월호에 실린 논문 ‘유럽 내 장애인의 정치참여: 권리, 접근성과 행동주의(The political participation of disabled people in Europe: Rights, accessibility and activism)’는 유럽 내 장애인의 정치참여 현황을 체계적으로 진단했다. 아태지역에서도 장애인의 정치참여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어 시사 하는 바가 크다.

2회에 걸쳐 ‘장애인의 정치참여 당위성과 증대되는 관심, 유럽지역 내 장애인의 정치참여조사 방법론 등’과 ‘조사 결과 분석 및 결론’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는 ‘장애인의 정치참여 당위성과 증대되는 관심, 유럽지역 내 장애인의 정치참여조사 방법론 등’이다.

유럽연합 내 장애인 정치참여 관련 관심 고조

이 논문의 연구팀은 유럽 내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조사하기 위해 인권 지표를 개발했으며 선행연구와 이번 조사 결과 사이의 차이를 규명하고 있다.

‘정치적 참여(Political Participation)’란 광범위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공공 영역에서 인권에 기반을 둔 개인적‧집단적 참여를 의미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국제사회와 지역사회를 아우르는 다차원적인 거버넌스도 포함한다.

유럽연합(EU)의 각국은 유럽 내 장애인의 낮은 선거 참여율과 관련해 관심이 늘고 있다. 유럽연합의 시민권 보고서(Citizenship Report)는 유럽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고, 실제로 유럽의 장애인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의 권리와 유럽 시민권, 정치적 참여를 연결하기 위해 유럽연합은 ‘유럽장애전략(European Disability Strategy 2010-2020)’에 ‘유럽연합 시민들의 선거권 행사 활성화를 위한 투표 접근성 마련’을 포함시켰다. 이를 통해 ‘원칙적으로 동등한 정치적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접근 가능한 참여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유럽연합에 가입한 28국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UN CRPD)에 서명했고, 그 중 25국이 비준을 완료했다. UN CRPD 29조(정치와 공적 생활 참여)는 회원국들이 모든 국민에게 정치적‧공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운영조약(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이하 TFEU) 20조에는 유럽연합 회원국의 모든 국민은 연합의 시민권을 취득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의 시민권은 투표할 권리, 유럽 선거에 입후보할 권리 등을 포함한다.

다양한 연구에 사회경제적 변수로 ‘장애’ 포함해야

장애운동과 행동주의는 정치적 어젠다에 장애인의 권리를 포함시키도록 했고, 법적으로 중대한 결실을 맺기도 했다. ⓒ FREEDOM Resource Center

여타 사회적 그룹에서도 정치적 참여도의 차이가 나타나곤 한다. 유럽 내 24국에서는 성별, 나이, 사회적 지위, 교육, 수입, 민족 및 고용상황에 따라 정치적 참여도는 불균형적이었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성별 혹은 민족에 따라 더욱 두드러졌다.

선행연구를 통해 우리는 정치적 참여를 위한 자원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규정되는 그룹들 사이에서 서로 다르게 분배된다는 것, 그리고 유럽 국가들 간의 불평등이 수입 수준과 정치참여도 간의 관계성을 강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애인은 빈곤 상황에 놓이기 쉽고, 고용 및 교육 등에서는 배제되는 등 구조적으로 더 높은 위험에 처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연구는 대체로 장애를 변수로 포함하지 않는다. 정치적 참여도를 논할 때 장애인의 평등은 다른 사회경제적 변수들과 함께 연구되어야 하기도 하지만, 장애 고유의 특징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참여를 촉진하는데, 장애운동(장애인의 권리를 주창하는 움직임 또는 활동)도 예외는 아니다. 장애운동과 행동주의(시위, 데모 등의 행위)는 정치적 어젠다에 장애인의 권리를 포함시키도록 했고, 법적으로 중대한 결실을 맺기도 했다.

굳이 UN CRPD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장애운동은 그 자체로 다양한 정치적 참여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여러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정치적 참여’를 고려할 때 더 이상 ‘장애’를 제외하고는 논할 수 없는 이유다.

장애인 정치참여 측정 조사 지표 개발

1965년 당시 미국에서 흑인의 투표권을 주창하던 사람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치적 참여에 대한 움직임은 이들로부터 나온 게 아닐까? ⓒ preceden.com

이 연구의 목적은 유럽연합 회원국 전역에 걸쳐 장애인의 공적‧정치적 참여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비교지표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초기 연구는 2013년에서 2014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 방법으로는 UN 인권지표의 유형분류체계인 ‘구조(structure)’, 과정(process)’, ‘결과(outcome)’를 따랐다. UN의 체계 내에서 ‘구조적’인 지표는 법적 수단의 비준과 채택, 기본적인 제도적 매커니즘의 존재를 의미한다.

‘과정’의 지표로는 각종 전략, 프로그램 및 투자 등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행해지는 각국의 노력을 본다. ‘결과’의 지표는 실제로 반영이 된 사례의 성과를 포착한다. 즉, 권리를 보장받은 이들이 어떠했는지 그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기존의 장애 분야에서는 ‘권리’, ‘접근성’, ‘참여’라는 유형분류체계가 존재했다. 그러다 2009년부터 유럽장애전문가학술네트워크(Academic Network of European Disability experts, 이하 ANED)에서 일련의 장애평등지표를 개발했는데,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과 ANED는 ‘구조’, ‘과정’, ‘결과’를 각각 법에서의 장애 평등, 장애인의 더 나은 접근성을 위한 투자, 참여와 접근가능성에 대한 측정으로 해석했다.

이와 동시에 유럽연합기본권사무소(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FRA)는 아동의 권리를 포함한 본인들의 소관에 활용할 지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양질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 주요 연구파트너 2곳(FRANET(FRA의 다학제간 연구 네트워크), ANED)을 지정하였고, 28개국에서 양 기관 소속의 5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광범위한 주제의 국가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힘썼다.

자료 분석 결과의 요약본은 유럽연합 회원국의 22개 공식어로도 번역됐다. 개발된 27개의 지표는 구조화된 방식으로 FRA의 웹사이트에 인포그래픽과 함께 등록되었다.

분석에 사용된 유형분류체계는 ‘구조’, ‘과정’, ‘결과’로 UN 인권지표의 체계와 동일하나 분석 주제(Analytical Theme)가 추가되었다. ‘법적‧행정적 장벽 제거’,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 ‘정치적 참여를 더욱 접근 가능하도록 변화’, ‘정치적 참여에 대한 기회 확대’가 그것이다. 동 주제를 결과 분석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 출처:

Electoral Studies (2016). The political participation of disabled people in Europe: Rights, accessibility and activism.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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