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진보신당 노회찬 등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0일 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개최한 서울시장후보초청 장애인정책 토론회에서 장애인분야에 대한 각자의 정견을 밝혔다.

세 후보는 이미 토론회에 앞서 서울지방선거장애인연대의 장애인정책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통해 각자의 구체적인 장애인 정책 공약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일 진행된 토론회는 후보들의 공약을 일일이 재확인하기보다 후보들이 평소 장애인현안에 대해 가져온 관심과 장애인정책에 대해 가진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오세훈 후보는 준비해온 연설문을 그대로 낭독하며 민선 4기의 장애인정책 달성내용을 열거하고, 민선 5기의 계획을 밝혔다. 오 후보의 연설에 대해 이미 발표된 공약 외에 새로운 내용이나 장애인문제에 대한 후보의 개인적인 관심은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한명숙 후보는 서울시 장애인정책 현황의 문제를 비판하며 오 후보에 대한 대립각을 세웠고, 무엇보다 장애인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를 갖겠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후보는 그간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접 현장을 둘러보며 쌓아온 다양한 생각과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세 후보의 정견발표 후에는 각 당의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 및 정책 담당자가 세 후보를 대신해 서울시 장애인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준비한 연설문만 낭독…“장애인행복도시프로젝트 이어갈 것”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오세훈. ⓒ에이블뉴스

가장 먼저 단상에 오른 오 후보는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낭독하며 “서울시는 지난 4년 동안 장애인의자립생활기반 조성을 장애인정책의 기조로 삼아서 장애인 행복 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고 민선 4기 장애인정책의 결과물을 열거했다.

이어 “민선 5기에서는 민선 4기에서 부족했던 점들을 충족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며 장애인가족지원체계마련, 자립생활체험홈 도입, 미래형장애인직업재활시설 마련, 장애아통합보육시설 확대 등의 장애인정책 공약을 제시했다.

오 후보는 정견 발표를 하는 내내 장애인자립생활정책에 중점을 두고 장애인정책을 꾸려나가겠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립생활체험홈을 도입해 시범 운영 후 확대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장애인행복도시프로젝트가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드리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는 말로 공약 발표를 끝맺었다.

“서울시, 도시미관 강조하며 점자블록 없애…장애인 목소리 담아 정책 만들 것”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한명숙. ⓒ에이블뉴스

“범야권의 단일화후보로서 서울지방선거장애인인연대의 정책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서두를 꺼낸 한명숙 후보는 현 서울시의 ‘장애인행복도시프로젝트’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한 후보는 “서울시가 2008년 장애인행복도시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무장애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디자인서울, 도시미관을 강조하면서 디자인거리를 조성해 점자블록을 없애버리고, 황색 점자블록 대신 검은색 점자블록을 깔았다”고 오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한 후보는 “‘장애인행복도시프로젝트’라는 명제는 훌륭했으나, 채 1년도 안 돼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장애인의 눈과 가슴으로 만들지 않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역력히 보여준 것”이라며 “제 장애인공약의 핵심은 장애인으로부터 출발한 장애인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아픔으로부터 출발하는 정책이 아닌, 그냥 정치인들이 만든 정책은 여러분의 생활과 유리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장이 되면 시장 직속으로 장애인위원회를 설치해 여러분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드는 정책을 시행하겠다. 여러분의 요구에 따라 장애인예산도 2%로 늘리고, 정책 공약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장애인이 이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서울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는 장애인정책을 실현하도록 하겠다. 여러분의 가슴이 아프고 눈물을 흘릴 때, 여러분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주는 그런 시장이 되겠다”며 장애인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을 만들겠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편의시설·장애인고용 문제 등 열변…“실현가능성 1위, 믿어 달라”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 노회찬. ⓒ에이블뉴스

노회찬 후보는 시각장애인 안마업, 장애인자립생활, 버스정류장 편의시설, 장애인고용 및 활동보조서비스 등 다양한 장애인 관련 사안을 넘나들며 서울시 장애인현안에 대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공약을 피력했다.

노 후보는 서울시의 장애인편의시설 설치현황에 대해 “서울의 버스정류소 1만 546개 중 점자표지판과 점자안내블록이 설치된 곳은 35%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이 12번째 경제대국이라는 곳에서 가능한 일인가. 도대체 그간 정부는 뭘 했나”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 달 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갔는데, 디자인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안내블록이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장애인화장실 안내표지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만들어져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당장 고칠 수 있냐고 물어 고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선되지 않더라도 다시 그곳을 방문해 드러누워 싸워서라도 고쳐놓을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인데도 장애인고용률은 2.04%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고 꼬집으며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시 공공기관의 장애인고용률을 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노 후보는 “서울시는 민간기업에는 손을 댈 수 없다고 변명하지만, 열과 성이 있으면 다 해결해나갈 수 있다"며 "장애인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는 위생검사나 주차단속을 자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장애인고용률을 지키도록 만들고, 장애인고용률을 준수하는 기업은 우대해 장애인고용률을 준수하는 것이 상식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도 활동보조인서비스 확대 및 활동보조서비스 처우 등의 공약을 밝힌 노 후보는 “누구는 용산에 60층짜리 빌딩을 지어서 서울의 격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진정으로 국격을 높이는 것은 복지를 넓히는 것이고 그 출발점은 장애인복지를 높이는 것이다. 복지문제, 장애인복지문제에서만큼은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는 것을 다짐한다”며 “진보정당이라 말은 세게 하지만 실현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며칠 전 경향신문에서 각 후보들의 공약 실현가능성을 점수로 매겼는데, 제가 1등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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