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강민정 기자

휠체어 5대와 보호자를 함께 태울 수 있는 지체장애인 전용 버스 '다인승 두리발'이 장애인들 사이에서 외면을 받고 있어,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영도구 장애인복지관 앞에 설치된 '다인승 두리발' 버스정류장.

1시간여 시간이 지나도 탑승하는 장애인 한 명을 볼 수 없고, 기사도 운전석에서 자리를 아예 비웠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옆에 버젓이 다인승 두리발을 두고도 따로 1인승 콜택시 두리발을 불러 이동하거나,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개조된 승합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9월 25인승 저상버스를 개조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 5명과 보호자까지 탑승할 수 있는 다인승 두리발'을 영도구 지역에 국한해 운영해왔다.

이 버스 한 대에 시 예산이 1억 2천만 원이 투입됐다.

시는 차량 한 대당 휠체어를 한 대밖에 싣지 못하는 기존 두리발의 단점을 개선한 다인승 두리발이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해 10월 유료 운영으로 전환한 뒤 첫 한 달 동안 이용한 장애인 수는 130명으로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6명 정도(토.일요일 휴무)에 불과했다.

다음 달부터 조금 늘긴 했지만 11월에는 230명, 12월에는 220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다인승 두리발이 한달 동안 600명 이상의 장애인을 태울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용률이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들은 다인승 두리발 이용을 꺼려하는 첫 번째 이유로 순환 버스식 운영방식을 꼽는다.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90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영되는 다인승 두리발은 영도구장애인복지관을 출발해 관내 아파트와 병원을 거쳐 다시 장애인복지관으로 돌아오는 왕복코스로 운행된다.

휠체어 장애인 장모(36)씨는 "영도구에 사는 장애인이라고 영도구에만 볼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영도구에만 머무는 노선의 한계로 그다지 다인승 두리발의 편리성이 없어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는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중구 도시철도 1호선 남포동역까지 노선을 확대해 연장 운행하고 있지만, 이용객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버스정류장까지 휠체어를 끌고 나가야 하는 불편함과 안전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설진 간사는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기존의 콜택시형 두리발과 달리 다인승 두리발은 위험천만한 도로에 임시로 마련된 정류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차량 뒤쪽으로 출입문이 있어 정차 시 뒤에서 따라오는 일반 차량과 충돌할 위험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용객의 목적지도 서로 달라 버스 안쪽에 타고 있는 휠체어 장애인이 내리려면, 전체 장애인들이 모두 하차했다가 탑승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단체에서는 "실패한 부산시의 순환버스형 다인승 두리발 운행을 중단하고, 기존 1인승 두리발과 같이 즉시콜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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