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활동보조인 안영애 씨.

“아이들이 다 크면 유료봉사 그만하고 무료봉사만 하고 싶습니다.”

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활동보조인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안영애(전주시, 48)씨는 활동보조 이용자 외에도 여러 곳에서 수많은 장애인들을 만나고 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바로바로 찾아갈 수 있다는 그녀는 활동보조인들 중에서도 친절하고 따뜻하기로 소문나 있다.

“이상하게 그 일은 부끄럽지 않네요.”

영애 씨는 유난히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다. 하지만 결혼 전 천사원에서 봉사 실습을 한 이후로는 봉사할 수 있는 것이 행복임을 알았고, 본인의 재능을 이용해 타인의 애로사항을 반으로 줄이는데는 늘 적극적이었다.

“똑같은 일을 하여도 봉사를 하고 돌아오면 하나도 짜증나는 것 없이 몸과 마음이 가뿐하고, 풀 한포기를 보아도 행복합니다. 꼭 고등학교 때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도 자지러진다는 말처럼 솜털같은 기분으로 삽니다.”

그녀의 웃음은 이를 증명하듯 연신 해맑다.

지금은 몸이 많이 약해져 저녁시간 활동보조를 못하지만 어느덧 활동보조 5년차인 그녀는 이 삶속에 안주하길 원한다.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인지 가는 곳마다 도울 수 있는 것이 보이고, 더불어 좋은 사람들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그녀는 지난 5년 동안 ‘천사원’과 구 도청 내 ‘등불야학’에서 무료 봉사를 해왔다. 22개월 동안 주 3회, 60시간 할머니 회원들을 위해 저녁밥상을 차렸다. 그때만 해도 부엌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아서 남녀공용 화장실 한 쪽에 ‘후라이팬’을 두고 재료 준비를 했다. ‘후라이팬’은 겁 많은 영애 씨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 놓은 일종의 무기였다.

“야학에서 공부하시는 할머니들께서 저의 밥상을 좋아해주시더니 식사를 하시는 분이 10명에서 30명, 40명으로 늘더라고요. 회원이 아닌데도 소문을 듣고 손에 손을 잡고 몰려오시니 어느 순간 허리에 무리가 와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그 후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그녀는 활동보조인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뇌병변 장애 아동이었는데 이 친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전주천변을 산책하고 운동을 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추워도 왕복으로 보조하며 걸었죠.”

지금의 활동보조 이용자는 ‘싸부’라 부르는 인생선배. 매일 아침 그 날 그날 필요한 것을 조사하고, 청결을 최우선으로 집안일을 한다. 두 사람이 함께 한 지도 벌써 3년째. 언제 3년이 흘렀나 싶다.

“활동보조 업무는 마음이 제일 중요한 힘입니다. 아무리 힘이 세고 일을 잘해도 서로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마음 교류만 되면 못할 것이 없는 것 같아요.”

3년 동안 몇 번의 넘기기 힘든 고비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마음을 열고 솔직한 대화로 풀어나갔다. 그리고 지금,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처럼 오랜 시간 함께 지낼 수 있는 인생 선후배처럼 지내고 있다.

이런 노력과 마음은 알려지기 마련. 2년 전과 작년 12월에는 전주시장이 수여하는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자신이 봉사자로서 부족한 것 같다가도 이러한 칭찬을 받을 땐 용기가 샘솟고 자신감이 배가되어 더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다고.

(사)어울림에서 이사로 활동할 때는 그녀 특유의 정성과 손재주를 발휘해 15일 동안 카네이션을 만들어 노인정 할머니, 할아버지께 달아드렸고, 그 모습이 전주시자원봉사센터 달력에까지 게재되었다.

봉사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안영애 씨. 그녀는 자신의 앞날에 더 많은 추억과 행복이 있을 것을 알고 있다. 그녀를 닮은 세 딸들도 봉사의 행복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기에.

전북장애인신문 안정아 기자/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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