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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 수상작 소개-⑥

우수상 ‘파란나라에서 온 아이’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26 08:09:48
밀알복지재단이 최근 ‘제8회 일상속의 장애인-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다.

스토리텔링 공모전 ‘일상 속의 장애인’은 장애인과 관련된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장애인식개선을 도모하고자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올해 공모전 결과 박관찬씨의 ‘청년은 오늘도 첼로를 연주합니다’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총 19편이 수상했다.

에이블뉴스는 총 19회에 걸쳐 공모전 수상작을 연재한다. 여섯 번째는 우수상 수상작인 김나형 씨의 ‘파란나라에서 온 아이’이다.


파란나라에서 온 아이
김나형


베란다의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밖 세상을 바라보니 아파트 단지 내의 벚꽃들이 활짝 만개하였다.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볕 그리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예쁜 꽃들이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내게 이야기해주는 것만 같았다.

날이 좋아 우리 가족은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날씨 좋은 날 밖에 나가 노는 것이 즐겁고 설레었는지 두 아이들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도착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킥보드를 타고 드넓은 광장을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난 성준이를 집중해서 보기로 했다. 워낙 순하고 조용한 녀석이라 큰 걱정은 없었지만 자폐장애가 있는 아이라 행동 하나하나 모든 것이 걱정이었다. 한참을 잘 놀고 있던 성준이가 갑자기 화단 쪽에서 멈추더니 킥보드에 내려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고 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갔지만 성준이의 행동이 훨씬 더 빨랐다.

근처에 있던 어느 가족들이 역시나 인상을 쓰고 성준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성준이의 바지를 올리고 우리의 사정을 말하며 고개 숙여 사과 했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은 그제야 인상을 풀며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괜찮다는 듯한 손짓을 해주었고 다행히 큰 문제 삼지 않아 주었다. 그런데 성준이와 나의 이런 모습들을 어떤 아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막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고 파란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호기심에 우리의 상황을 구경하는 듯 했다.

“아저씨, 이 형은 말을 못해요?”
파란 옷의 아이는 성준이의 상황이 궁금했는지 내게 퉁명스럽게 물어보았다.
“어? 어... 이 형은 말을 잘 못해.”
“아...”
그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멀어지고 있는 성준이를 향해 자신의 킥보드를 타고 빠른 속도로 따라가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멀어져 간 그 아이를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아 물어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때부터였다. 이상하게도 파란 옷을 입은 아이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성준이를 졸졸 따라다녔다. 성준이가 잠시 멈추면 그 아이도 멈추고 성준이가 다시 달리기 시작하면 그 아이도 달리기 시작했다. 성준이가 잠시 킥보드를 두고 화단 쪽으로 가서 뛰어 놀면 그 아이도 자신의 킥보드를 세우고는 성준이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무슨 이유에서 인지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해서 성준이를 오래도록 따라다니고 지켜보았다.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점점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그런 행동들이 장애가 있는 성준이를 무슨 신기한 동물 지켜보는 듯 관찰하는 것처럼 좋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작고 어린 그 아이를 내가 불러 세워 놓고 뭐라 할 수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우리 아이들을 모두 자리로 불렀다.

“성준아~!! 성하야~!! 이리와~!”
성준이와 성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우리 자리가 있는 쪽으로 킥보드를 타고 달려왔다. 역시나 그 파란 옷의 아이도 성준이와 일정 거리를 두고 달려 왔다. 아이들이 우리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아이 엄마는 성준이와 성하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쉬게 했다. 그 아이는 우리와 일정 거리에 위치한 벤치에 앉아 쉬면서 우리 쪽을 가만히 응시했다.

우리 가족을 구경삼아 지켜보는 그 어린 아이가 너무 미웠다. 결국 난 화를 참지 못하고 그 아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내는 그러지 말라며 내 손을 잡았지만 화가 단단히 난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그 아이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나를 멀뚱히 바라보았다. 매우 화가 났지만 그래도 어린 녀석이니 다시 한번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 왜 우리 성준이를 쫓아다니는 거니?”
“아, 저 말 못하는 형 이름이 성준이에요?”

역시나 우리 성준이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채고 재미삼아 성준이를 따라다니는 것이 분명했다.
난 조금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래! 말 못해! 그게 뭐 신기하다고 쫓아다니는 거니!”
“.........도와주려고요...”
“......뭐?”

파란 옷의 아이는 전혀 생각치도 못한 말을 했다. 전혀 예상 못했던 말을 들어서 그랬는지 순식간에 머리가 하얘졌다. 너무 어리고 작은 체구의 아이에게서 우리 성준이를 도와주겠다는 말을 들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도 저 형처럼 말을 못해요. 그래서 내가 우리 엄마 많이 도와줘요.”
그 어린 아이의 말을 듣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그 아이를 다시 보니 밉게만 보였던 얼굴이 한없이 귀엽고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말없이 아이 얼굴을 바라만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파란 옷의 아이 엄마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이 엄마는 농아였다. 아이에게 뭐라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있어 난 무슨 의미 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파란 옷의 아이는 자기엄마의 ‘그 말’을 금세 알아듣고는 천천히 대답했다. “어, 괜 찮 아.” 나는 그 아이 엄마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눈인사를 했다. 그 아이 엄마도 어색하게 내게 눈인사를 했다. 그 파란 옷의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킥보드를 끌고 천천히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너무 미안했고 또 고마웠다.

나는 왜 그 아이의 순수한 호의와 배려를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 했을까.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토록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호소를 하고 다녔으면서 정작 내 자신은 이 세상 사람들이 우리에게 베풀고 있는 호의와 배려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는 우리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에게 파랑새와 같은 희망의 아이였다. 불편한 이(異)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장애인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파란나라에서 온 천사 같은 아이. 그 아이와 같은 친절하고 선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 많아진다면 우리 성준이와 같은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의 미래도 결코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날은 우리 가족에게 정말 고마운 ‘좋은 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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