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 번째는 복지일자리(참여형) 부문 우수상 수상작 김시내 참여자의 ‘아름다운 외출’ 이다.

아름다운 외출

김시내(경상북도 상주시)

아침형 인간이라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습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침 먹을 시간까지 늦장을 부리면 출근 준비가 늦어질까 마음이 급해집니다. 반듯한 마음과 자세로 아침마다 부지런히 준비해 버스 시간에 맞춰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설 수 있는 일은 행복하고 감사한 일들로 하루 이틀 쌓여 습관이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일터로 나가시면서 문단속 잘 하고 나가라는 당부 말씀 한 마디, “나도 직장인이구나” 하는 뿌듯함이 쌓여 아침마다 새롭습니다.

복지관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버스 안에서부터 지난밤 안부를 서로 주고받고 웃음꽃을 나누다 보면 푸근한 일터까지 금방입니다. 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터에 들어서면 이용인들이 달려 나와 두 손을 반갑게 부여잡고 큰 소리로 인사를 먼저 해 줍니다.

중증장애인 일상생활훈련, 학습활동, 사회적응인지활동, 여가활동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살펴주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활동과 학습, 자세를 보조해주고 이용인들의 활동과 행동이 느리고 제한적인 부분을 보면서 성격 급한 내 자신을 다시금 차분한 마음으로 새롭게 다독여봅니다.

손발이 떨리는 지체장애 2급으로 미세한 행동들에 제한이 많아 이용인들 앞에서 물을 쏟거나 음료수 전달을 잘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2001년 무더운 여름의 중턱 8월부터 자원봉사로 시작해 많은 시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이끌어 올 수 있었던 마음과 믿음 덕분에 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터라는 일터는 이제 제 삶의 많은 것을 보듬어 주는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내 케어&급식 도우미 활동은 제 삶의 아름다운 “사랑의 훈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보다 더 어렵고 힘든 중증장애인들 도우미 일을 꾸준히 하면서 제 자신의 역경만 돌아보며 지내온 세월을 벗어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자라남을 매순간 느끼고 있습니다.

이용인들의 해맑고 순수한 마음이 하나하나 모여 제 마음을 적시고 쌓여 나갈 때 이보다 더 값지고 보람된 일이 있을까 싶어 제 소중한 일터가 더 감사하게만 느껴집니다.

제 자신의 불편함과 어려움만 돌아보며 지내온 일들에 급급했는데 자원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일들이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으로 이어져 더불어 사는 마음과 몸짓을, 이전에 가지지 못했던 이용인들에 대한 마음과 사랑을 더 많이 알아가고 배워가고 있습니다.

상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이용인으로서 복지관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 근로 활동 이외의 여가시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1년 5월부터 일주일에 두 번 인클루전(장애인그룹사운드 밴드)에서 신디사이저 연주 활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배운 피아노 덕분에 88개의 긴 건반과 악보 음표들이 낯설지 않습니다. 보다 많은 연습과 반복이 필요했지만 여러 가지 노래를 연습하고 무대에 선보일 때마다 그 기쁨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같은 해 여성장애인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퀼트교실을 듣고 있습니다. 손이 떨려 작은 바늘 하나 쥐기도 힘든데 하루하루 한 땀 한 땀씩 무늬의 시간을 잇고 이어 나갈 때, 여린 손아귀에 힘이 실려 흐느적거린 손동작에 단단한 힘이 들어갑니다. 소품 파우치 작품들을 배우고 나면 그 귀한 기술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몇 점을 다시 만들어 주변 지인에게 정성어린 선물로 나눠주곤 합니다.

기술을 배워 마음으로 나누려고 하면 세상은 저에게 더 많은 것을 채워줍니다. 2001년 8월부터 시작한 자원봉사활동과 장애인일자리사업의 단단한 밑거름으로 2016년 12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과거 여러 가지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쉽게 도전하지 못 했을 텐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꼈던 덕에 저에게 새로운 용기와 배움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제 손으로 돈 한 번 벌지 못하고 자격증 하나 따지 못하며 집 안에서 웅크리고 살아갈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차곡차곡 월급을 모았고, 주경야독으로 사회복지사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제게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야무진 자신감이 행복한 꿈으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꽃꽂이를 주 1회 배우고, 경북공동모금회 지원 사업 “꽃愛물들다” 프로그램에서 제공하는 식물 감상법까지 배워 화예조형장식가 2급 자격 검정에 도전했습니다. 도전은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체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을 통해 저는 새로운 자신감과 도전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배워 나가는 중입니다.

이런 마음과 다양한 활동 영역들이 제 삶에 조금씩 쌓여 나갈 때, 때로는 삐뚤빼뚤 허우적거리는 삶일지라도 강하고 담대한 마음을 가지고 씩씩하게 살아 내어 볼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때로는 망원경 렌즈를 통한 현미경 같은 시선으로, 때로는 현미경 렌즈를 통한 망원경 같은 시선으로 또박또박 살아가고 살아내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꿈꾸며, 아름다운 외출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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