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일자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매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75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총 13편의 수상작이 선정됐다. 에이블뉴스는 수상작을 연재한다. 일곱 번째는 일반형일자리(전일제) 부문 우수상 수상작 김경수 참여자의 ‘기회와 도전으로 꿈을 잡은 우물 밖 개구리가 되기까지’ 이다.

기회와 도전으로 꿈을 잡은 ‘우물 밖 개구리’가 되기까지

김경수(경기도 의정부시)

기회란 흔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것처럼 말할 수도 있지만 장애를 가지고 기회를 잡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꿈일 수도 있다. 나는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해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를 하게 됐다.

1년 전까지 한 직장에서 15년이라는 시간동안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게 근무를 하고, 열심히 일을 했다.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직장이 된 곳이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닌 한 사회의 일원으로 근무를 했다.

그곳을 떠나고,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에는 장애인이라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자신감이 극도로 떨어진 상황이었고, 지금까지의 나는‘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15년을 근무 하던 곳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주하고 있다가, 낯선 곳에서 얼마나 나를 보여 줄 수 있을지.. 두려웠다.

새로운 곳에서 내가 장애를 생각하지 않고 비장애인처럼 어울려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일자리를 구하기 너무 힘든 현실에서 나에게는 꼭 가야할 길이었다. 그래서 장애인일자리사업은 더더욱 놓치기 힘든 기회였다.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참여하기 위해 신청서를 내고, 면접을 거쳐 합격을 했다. 합격은 했지만 내가 과연 낯선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의 가슴 뛰는 도전은 시작되었다.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몰라 생기는 선입견이 있다. 그 선입견만 없다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있는 이 새로운 곳은, 그런 걱정거리를 희망으로 바꿔준 곳이다.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은 선입견이란 단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준비된 사람들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배려와 신뢰가 쌓이는 것을 느꼈고, 나 또한 일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적응하는 데는 걱정이 없었다.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저렇게 작고 약한 사람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의문이 가득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그 걱정과 의문은 그저 편견이었다는 말씀과 지금은 결코 작거나 약한 사람이 아닌, 본인과 같거나 오히려 본인보다 더 큰 사람으로 보인다고 하셨을 때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칭찬보다도 벅찼고, 가슴 속 깊이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준비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살아간다는 것. 내가 장애인이거나 비장애인이거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닌 그냥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것. 나는 이토록 소중한 존재이다.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일하게 된 곳은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북부지사 외국인고용지원부이다. 주 업무는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이나 외국인근로자가 애로사항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전화를 드리고, 인터넷을 사용하기 어려운 외국인근로자가 방문했을 때 그분들의 교육 접수나 서류 발급 등을 도와주는 민원 응대업무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무엇보다 힘든 일이다. 그것도 말과 문화가 다른 외국인에게 설명을 하는 일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고, 처음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여러 나라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 나라에 대한 공부를 했고, 해당 근로자가 찾아왔을 때 오해 없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이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 늘었다.

그들이 처음 방문했을 때, 내가 처음과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웃는 것이다. 미소로 시작해서 미소로 끝난다. 미소는 그들의 국적을 떠나서 모든 이들의 만국 공통어고,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언어라는 사실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미소로 시작하면 마법처럼 해결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언어로 이해 못할 단어들을 늘어놓으면, 마치 내가 장애인으로 비장애인에게 나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다른 사람에게서 이해한다고 여러 번 대답을 듣지만 결코 이해 못하는 것처럼, 외국인 입장에서는 타국에 와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안다고만 말하는 것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역시 그때는 마법이 필요하다. 미소. 물론 100%로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서로 통하는 부분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필리핀 외국인근로자가 방문한 적이 있다. 한국말 몇 마디와 영어로 어렵게 해결해드렸는데, 돌아서면서 사진 한 장을 찍을 수 있냐고 하였다. 왜냐고 물어봤다. 필리핀으로 돌아가기 전에 좋은 기억을, 감사하는 마음을 사진 속에 간직하고 싶다고 하셨다. 아마 이런 것이 보람이 아닐까?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면서 달라진 점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장애인일자리사업 참여가 종료되어도 지금 일하는 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꿈이 생긴 것이다. 장애를 가지고 일을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다양하지도, 많지도 않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공부를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1년여 동안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면서 내가 일할 수 있고 계속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업무에 대해 알면 알수록 만족과 보람도 높아졌다.

유독 올해 우리 부서에서 인사이동이 잦았고, 어쩌다보니 내가 제일 오래 있게 된 직원 중 한명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처음 오신 직원 분들에게 업무를 알려주기도 하면서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재미도 붙게 되었고, 직원 분들은 내게 ‘김박사’라고 불러주시기까지 한다. 별명을 불러주시는 만큼 직원 분들과 농담도 주고받거나, 집에서 음식을 많이 하면 자연스레 직원 분들 것도 챙기게 될 정도로 정도 많이 들었다.

계속 함께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도전을 계속 하고 싶다. 언젠가는 그 꿈, 지금 일하는 곳에서 이분들과 계속 일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만으로 나의 삶이 변화되었음을 느끼고, 이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이 내게 준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지금 근무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북부지사 외국인고용지원부의 한 일원이 되기 위해서 올해 초 장애인 전형으로 공단 채용시험을 응시하였다.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문제집을 풀고, 관련 뉴스를 찾아보는 등 시험을 준비했다. 처음 준비하다보니 어렵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직원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잘 준비해나갈 수 있었다.

결과는 아쉽게도 불합격이었지만 준비과정 속에서 나의 부족한 점을 알게 되었고, 이를 극복해가면서 변화하는 나를 느끼게 되었다. 현재는 앞으로 또 있을 채용시험과 컴퓨터활용능력 1급 취득을 위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나의 삶에서 공부와 도전을 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되었고, 지금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그 결과를 기대하면서 지금 현재 일하고 있는 이곳에서, 그리고 앞으로 있을 미래의 그 곳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 꿈을 이루게 될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예전의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나를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외국인고용지원부 김경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