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는 매년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근로체험 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34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총 27편의 입상작이 선정됐다. 이중 대상 1편, 최우수상 2편, 우수상 10편을 연재한다. 다섯번째는 우수상 수상작 “너는 할 수 있어”이다.

“ 너는 할 수 있어 ”

윤금옥

1993년 11월16일 오전 8시 드디어 기다리던 내 아이를 품에 안았다.

내 눈앞에 보이는 내 아들은 하느님이 보내 주신 천사의 얼굴이었다.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키울 수 있도록 건강한 아이를 주심에 감동의 순간이었다.

1개월.. 100일... 첫돐... 느린 줄만 알고 안주한 무식하고 못난 에미가 병원에 가보니 염색체이상인 다운증후군이란다. 이게 무슨 말이야!!!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살이 뜯기고 마음을 짓이기는 지옥이 여기인가? 이 순간이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가슴 한켠에 밀어두기로 하고 나는 상상 이상의 이 아이 미래의 길을 만들어 줘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그때 당시에 그런 생각이 났는지 지금도 가끔 생각을 하면 모자지간에 살길은 이 길이다 라고 생각을 했었나 보다...

사회복지의 굴레의 길에 들어섰다. 언어치료, 발달장애, 학습도움실...우리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이런 단어들이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27년이라는 세월에 이제는 익숙하고 사회복지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자연스럽게 더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어가 있었다.

특수교육을 받으려고 동생을 업고 건우는 걸리고 이곳 저곳 조금은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채우려고 다니었던 게 생각이 난다.

그때는 승용차도 없이 포대기가 흘러 내리는 것을 추스리며 건우 손을 잡고 독하게 다녔고 장애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나중에는 사리가 나오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연한 기대와 기다림이 지금의 건우가 있기까지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위안 아닌 위안을 삼고 있다.

포기도 할 법도 한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버텨오고 애미를 잘 따라와 준 우리 아들들에게 고마웠다. 눈에는 크게 보이지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느껴져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지금도 잊혀 지지가 않는다. 유치원에 다닐 때에 열이 나고 배가 아프다고 하여 병원에 가니 맹장이라 수술을 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많이 아팠을 텐데 자기표현이 서툴러서 괴로워하는데 그 마음을 읽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야 온 내가 에미의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다.

수술 동의서를 쓰면서 의사의 툭 던진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아 더 피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 알고 계시죠? 다운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20살 정도 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요”............... 맹장수술 받으러 온 환자에게 이게 할 말인가?

이 말을 한 의사에게 보란 듯이 지금까지 장애를 가졌지만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태어났고 지금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깐 어설프게 아는 지식을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나는 우리 건우가 성인이 되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고등학교, 특수학교 전공과를 졸업하고 계획 했던 것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현실이 빠르게 내게 다가왔다.

2016년 2월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즈음에 드디어 꿈을 가졌던 것을 이루게 하려고 첫 발을 내딛고 발바닥이 불어 트도록 돌아 다니며 수개월이 지난 9월!!! 꿈을 이루게 되었다.

장애인보호작업장 신고가 나와 우리와 같은 친구들과 작업의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전공과에서의 성실함과 인내심이 강한 우리 아들이 드디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이 생긴 것에 감동이 밀려왔고 지금도 끈을 놓지 않고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 준 것에 대하여 아들한테 해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리라는 작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근하는 아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하였다. 가끔 일어나기 싫어 할 때에는 “작업장 안 갈거야? ”하면 “아니예요 갈 거예요”하면서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아들이 장해보이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열정적으로 다니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금액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적은 금액이지만 나와 건우에게 그 금액의 가치는 무한대라고 생각을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건우는 평범한 사회인이다 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이 항상 어깨가 올라가고 자신감이 넘친다. 단순조립이지만 중증장애인 친구들은 이 작업도 할 수 없어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건우 손을 본다. 나는 일을 하고 있다 라는 훈장을 달고 있다. 손가락 지문이 없어져 굳은살이 배겨있다. 그러나 건우는 그 훈장을 자랑스럽게 보는 사람마다 보여 준다. “ 나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남자야“ 라고 말로가 아닌 보여주는 자신감!!! 대단해요~~~

“티끌모아 태산이다 ”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주택청약도 납입하고 휴대전화비도 내고 엄마, 아빠, 동생 생일이면 케잌은 손수 준비하고 같이 사회생활 하는 동료들 생일파티 때에는 양말 선물을 하는 센스를 보이는 내 아들이 내게는 있다.

이제는 홀로서기를 할 시기인 것 같다. 전에는 “아픈 손가락인 건우보다 단 하루만 더 살게 해 주세요” 라고 빌어 보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죽기 전에 스스로 생활하고 자립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게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스스로 밥을 해먹고 청소도 하고 일상생활에서 이루 어 지는 것은 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이루고자 하는 일의 터전 꿈이 하나가 이루어 졌으니 또 다른 꿈을 꾸어 본다. 애미의 울타리가 아닌 건우 자신만의 울타리를 만들어 줘야겠다는 꿈을 가져 본다.

아직은 금전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그래서 금전교육을 받고 있지만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도록 다시 한번 힘을 다하여 꿈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겠다. 알찬 하루가 지나고 또 해가 지고 또 해가 뜬다. 눈을 뜨면 출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힘차게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느리지만 나의 길! 꿈이 있는 꼭지점에 다다를 때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아들에게 동반자가 되어 지켜 주리라 다짐을 해본다. “ 우리 건우는 할 수 있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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