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은 매년 장애인 일자리 확대 및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체험수기’를 공모하고 있다.

2018년 공모에는 17개 시·도에서 133건의 수기가 접수됐고 심사결과 최우수상 4편, 우수상 9편 등 13편이 선정됐다. 수상작을 연재한다. 열 번째는 복지 일자리 부문 우수상 수상작 정옥분 참여자의 ‘손소리복지관의 소통 창구’이다.

손소리복지관의 소통 창구

정옥분(대전광역시 동구)

대전광역시립 손소리복지관에서 안내를 담당하는 청각장애인 정옥분입니다. 2015년부터 장애인복지일자리사업에 참여하여 지금까지 근무한지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복지일자리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저는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농인들과 이뤄졌기에 큰 문제없이 생활했었습니다. 그러나 복지관 안내데스크에“농인 안내원”으로 근무를 시작하면서 낯선 청인들을 접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몇 차례 마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청인과의 의사소통이 더 잘 이뤄질까 고민하던 중 안내데스크에 화이트보드를 구비하였고 필담을 통해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안내데스크에서 안내원으로 근무하는 저를 당연하게 청인으로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때문에 저를 처음 본 사람들은 청인, 농인 할 것 없이 수화가 아닌 말로 질문을 하거나 “수화 할 수 있나요? 수화 잘 하시네요!” 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그럴 때는 재미있고 안내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에 괜스레 기분이 좋습니다.

저의 가장 큰 업무는 복지관 이용자들을 위한 안내입니다. 넓게는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협회, 복지관 등의 기관에서 견학을 올 때도 종종 안내 업무를 전담하여 수행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복지관 특성을 살려 농인 안내원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매 순간 보람을 느낍니다.

일상적인 근무시간에는 농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단어를 몸짓과 손짓으로 쉽게 설명해 주어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그런 제게 친근감을 표하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는가 하면 저를 딸 같이 여기시고 맛있는 떡과 과일 등의 선물을 주시기도 합니다. 그 때 마다 한사코 괜찮다고 거절하는 제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는 어르신들의 마음이 항상 감사합니다.

저는 안내원으로 근무하며 비단 한 달의 일정한 급여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소중하고 값진 것들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는 농 어르신들께 오늘은 안녕하신지, 건강은 괜찮은지 여쭙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혹여나 며칠 발길이 뜸한 어르신께는 영상통화로 안부를 물으며 소통 창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농인 안내원으로 근무하며 안내 그 이상의 업무들을 수행하는 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를테면 복지관내 청인 신입직원 입사 시 농인과의 의사소통은 그들에게 가장 큰 난제 입니다. 직원들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껴 도움을 요청할 때는 따로 수화를 가르쳐주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수어와 국제수어를 모르는 외국 농인의 방문으로 모두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기지를 발휘해 제스처를 활용하여 대화를 이끌어 갔고 꼭 수화가 아니더라도 눈으로 소통하면 뜻이 통하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한 가지 역할을 더 수행했습니다. 복지관 이용자 중에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농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저는 사무국장님의 부탁으로 사례관리 담당직원과 동행하여 농 통역사의 역할로 어르신과의 만남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어르신께서는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가 인간관계에서 입은 피해와 상처로 얼룩져 마음까지 닫혀있었습니다. 사무국장님과 함께 몇 차례 집과 병원을 방문하며 찾아뵈었고 닫혀있던 마음이 서서히 열리는 모습을 확인하며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만남이 잦아지면서 어르신은 저의 방문을 밝은 표정으로 기쁘게 반겨주셨고 말수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변화되는 어르신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껴 가끔 찾아뵈며 안부를 전하곤 하던 일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복지일자리 참여자들은 비단 근무뿐 아니라 복지일자리 소속 참여자로서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자기관리(스트레스 관리교육, 긍정적인 마음가짐 교육)와 타인에 대한 배려(친절교육)와 같은 교육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유익하고 좋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지금의 자리에 머무르며 복지일자리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복지관을 이용하는 농인들은 문자적인 이해가 부족하여 되묻거나 이해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마다 어른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여 주듯, 수동적이고 정보력이 부족한 농인에게 프로그램을 쉽게 설명해주고 저를 필요로 하는 농 노인들에게 존중의 태도로 소통을 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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