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차량 그대로 배에 탑승한 채 우도에 내렸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제4회 전국장애인단체활동가대회' 둘째 날, 대만을 강타한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전날 제주도에는 강풍을 동반한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흘러나왔다.

예정된 ‘제주 문화체험’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당일 아침, 큰 배를 운항하기에 기상 영향을 덜 받는 우도 코스는 출항이 가능하다 하여 그대로 가고 마라도행만 변경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오후 3시경에는 비가 그쳐 관광지 이동이 한결 수월해졌다. 다음 날 아침은 맑게 개어, 숙소인 금호리조트 창문으로도 붉게 타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로부터 사전 신청을 받아 이뤄진 ‘제주 문화체험’은 총 5코스로 진행되었다.

1코스 팀은 우도를 거쳐 제주해녀박물관을 둘러 보았다. 성산포항에서 우도항까지 20분 정도 차량에 탑승한 채 배를 타고 우도에 도착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와 중증장애인들이 많이 참여한 탓에 참가자들은 섬 둘레 해안도로를 도는 것으로 관광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여의도의 2~3배가 되는 섬이라 관광버스를 앞세우고 리프트 차량 다섯 대가 줄줄이 도는 것도 운치가 있었다. 2시간 정도 머무는 동안 참가자 대부분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나눠준 도시락도 빗속의 우도를 바라보며 차안에서 먹었다.

2코스 팀은 강풍으로 마라도 대신 푸시케월드, 중문해수욕장, 소리섬박물관, 여미지식물원을 돌았다. 마라도의 선착장 접안시설이 열악하여 휠체어 사용자들은 배에 승하선하기가 불편하다. 그로 인해 보행이 가능한 장애인들 위주로 신청자를 받아야 했고, 차량 탑승과 관광지 이동 시간에 시간이 절약되어 다른 팀보다 더 많은 곳을 둘러 볼 수 있었다.

3코스는 섭지코지, 제주해녀박물관, 미니미니랜드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섭지코지는 해안풍경이 일품이어서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다. 섭지코지에 도착했을 때, 빗줄기는 여전해서 참가자들은 주최측에서 나눠준 비닐 우비로 휠체어까지 물샐 틈 없도록 중무장을 하고 해안 산책로를 거닐었다. 제주해녀박물관은 아담한 규모였지만 4층 전망대까지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4코스는 일출랜드, 여미지식물원로 구성되었다. 일출랜드는 미천굴로 유명하지만 비가 와서 야외활동은 모두 포기하고 도자기 체험장에 틀어박혀 그릇을 만들었다. 이 때 만든 도자기 는 가마에서 구워져 40일 후 각자의 집으로 배송된다. 다음 장소도 실내 식물원이 널찍한 여미지식물원으로 정했다. 이 곳엔 장애인 관람객을 위해 전동 스쿠터가 서너 대 비치돼 있어 넓은 식물원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5코스, 자유기행을 선택한 사람들은 방에서 쉬거나, 사우나를 즐기거나 제각각 취향대로 지냈다. 차량을 렌트한 사람도 있었고 가까운 성산바닷가를 거니는 등 각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우도의 하늘은 흐렸고, 계속 비가 내려 관광은 드라이브 위주로 진행됐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비바람이 몰아쳐 1코스 팀은 야외사진도 거의 찍지 못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나비박물관 푸시케월드에서는 토끼, 고양이, 햄스터 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제주DPI

소리섬박물관에서 악기체험을 즐기며 장애인활동가들은 즐거워했다. ⓒ제주DPI

2코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다른 코스보다 많은 관광지 4군데를 볼 수 있었다. ⓒ제주DPI

주최측에서 나눠준 비닐우비로 참가자들은 중무장을 했다. ⓒ제주DPI

용산파소 홍태기 활동가가 활동보조인으로 참가한 어머니와 섭지코지를 돌아보고 있다. ⓒ제주DPI

일출랜드는 볼거리가 많았지만 비바람 때문에 야외활동을 포기해야 했다. ⓒ제주DPI

4코스 팀은 도자기 체험장에서 그릇을 빚는 색다른 체험을 했다. ⓒ제주DPI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