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인 시인 최정민씨.

16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18살 나이에 권위 있는 백일장에서 우수상을 타고 첫 시집을 냈으며 23살에야 중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계속하여 29살에 대학에 진학, 31살에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 벌써 3번째 시집을 내고 올 새해 33살을 맞이한 여류 시인 최정민씨.

언뜻 보아도 평범한 이력 같지가 않다. 그는 뇌병변에 의한 중증2급 지체장애인이다. 1977년 전북무주에서 평범한 가정의 1남3여중 둘째 딸로 태어난 최 시인은 태어난 지 몇 일 후 황달에 걸려 그 후유증으로 팔과 다리가 부자연스러워지고 언어생활에 불편을 겪으며 평생을 장애를 않고 살아야할 중증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엄마가 저를 몸 안에 두고 심하게 앓으셨대요."

자신 때문에 몸 고생하고 마음고생하며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사모의 시는 아직 미완으로 남아있다는 최정민 시인.다른 형제들의 건강을 묻자 "모두 다 건강하고 저도 물론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시인답다.

장애인 몸으로 일반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당시만 해도 중증장애인이 공부할 만한 여건을 갖춘 중학교가 없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최 시인은 교회에 다니면서 기독교 문서선교활동을 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해 18세 때인 88년 제18회 전북여성백일장에서 시부문 우수상을 타고 그해 첫 시집 ‘사랑은 꽃이 되어’를 엮어내며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3세 때인 93년 동암재활학교가 문을 열자 중학과정부터 다시 학업을 시작한 최 시인은 29세 때에 전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시작에 더욱 몰두, 2001년 월간 ‘문예사조’신인상에 시 ‘늦은 오후 같은 아버지’가 당선되어 문단에 정식 데뷔하고 같은 제목으로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작년 말 세 번째 시집 ‘아침편지’를 출간했다.

최 시인은 "시인으로서 편지같이 누구나 받아들고 좋아할 만한 시를 몇 편 곱게 묶어냈다"며 "누구라고 이름은 한정지어지지 않았을지라도 받는 이마다 느낌이 있는 편지 같은 시집으로 다가서고 싶다"고 말했다.

올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는 최 시인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싶다며 "특히 일반학생을 가르쳐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장애인 선생님이 비장애인 학생을 가르치게 되면 얻게될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하고 있는 최 시인은 이미 선생님 다름 아니었다.

시를 쓰고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일어선 시인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침편지’한 장을 펼쳐 보았다.

무엇을 쥘 수 없다 하여도

무엇을 하지 못한다 하여도

나뭇가지의 겨울 잎은

바람도 숙연하게 하는

아주 넓은 마음이 있어요

힘들어요

아파요

그런 생각이 저절로

사그러드는 겨울 거리에서

'겨울 나뭇잎의 교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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