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경 한국농아인협회 전주시지부 농통역사.

“청각장애인이라고 하면 ‘사지 멀쩡하지, 건강하지, 웃을 수 있지!’라며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삶의 90%가 말로 이루어지는만큼 살아가면서 의사 소통을 할 수 없는 고립감은 너무나도 큰 장애로 다가옵니다.”

한국농아인협회 전라북도협회 전주시지부 소속 농통역사 최미경 씨는 3살 때 언니 등에 업혀있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바람에 장애를 입게 되었다.

특유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사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그녀는 20살 때부터 16년 동안 재봉일을 했으나 그 세월만큼이나 외로움과 소외감이 쌓여갔다. 비장애인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렵다보니 대화 단절은 마음 단절, 그리고 생활의 단절로 이어졌고 상처도 그만큼 깊었다. 하지만 그런 역경 속에서 오히려 장애 극복을 향한 마음은 굳어져 갔다.

“기술에서는 일반인 못지않은 솜씨를 자랑했지만 적은 월급으로 생계 유지가 어려워 그만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전북도립장애인작업장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제과제빵을 배우고 만들며 장애인들을 위한 빵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할 때는 보람도 느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청각장애인이 아닌 뇌병변장애인도 있었지만 서로의 장애를 이해해주고 몸짓, 발짓으로, 더러는 텔레파시가 통해 즐거운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사람과 어울리는 기쁨을 알게 될 무렵, 입사 2개월째 손을 다쳐 입원하고 이후 1년 동안 물리치료를 해야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지만 낙담하거나 실망하지 않았다. 아직 젊고, 할 일이 많기에 더욱 좋은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럴 때마다, 제 삶에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알게 모르게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준 사람이 항상 제 곁을 지켜준 ‘남편’이었던 같습니다.”

‘언제나 서로에게 참 잘 하는 부부’로 사무실 직원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이들 부부는 중학교 동창. 졸업 후에는 5년 동안 편지로 서로 마음을 나눴고, 어른이 되고서도 7년 동안이나 연애를 한 후에야 28살이 되던 해 결혼에 골인했다.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장애가 있는 노인들이 함께 사는 시설에서 청소, 목욕시키기 등 자원봉사를 할 때도 남편은 묵묵히 그녀를 성원했다. 남편은 철저히 ‘내 편’이었다.

“봉사를 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을 위해 좀 더 의미 있는 일, 청각장애인에게 좀 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일 년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청각장애 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농아인협회 전라북도협회 전주시지부에서 농통역사로 일하게 됐다.

처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업무를 배우는 게 너무 복잡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지부 내 일반통역사들의 도움으로 첫 상담을 시작하면서 점차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지금은 지역 사회 청각장애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농통역사가 되었다.

“화상전화기로 도움을 요청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직접적인 통역 외에도 억울한 일, 자녀문제, 가정문제 등의 고민을 가지고 전화를 겁니다.”

급한 일은 주로 병원이나 법원, 사고 현장에서 터진다.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반 통역사와 함께 2중 통역을 할 때는 혹여 청각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이 잘못 전달될까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고 통역에 임한다.

“자칫 전달 내용이 줄어들면 앞, 뒤 내용이 바뀌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기도 합니다. 이럴 경우 누명을 쓰고 엄청난 손해를 보기도 하니까 매 순간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수화에 관심을 쏟고 간단한 수화를 할 수 있다면, 이런 손해도 줄어들고 버스를 타더라도 인사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될텐데.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난 20일 제31회 전라북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도지사상을 수상한 최미경 씨는 “생각지 못한 일이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며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합할 수 있고 화합할 수 있는 평등 사회를 조성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다.

모든 사람이 수화를 할 수 있는 사회, 청각자애인이 더 이상 장애인이 아닌 사회, 그녀의 그런 바람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전북장애인신문 안정아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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