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척수협회 일상홈 퇴소식에서 조성민씨가 촛불을 불고 있다.ⓒ에이블뉴스

“잘 살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잘 살겠습니다!!!”

앳된 얼굴, 수줍음이 가득한 조성민씨(20세, 지체1급)가 크게 외치며 초를 힘차게 불었다. 이제 막 날개를 편, 스무살의 홀로서기를 응원하며 선배 장애인들도 엄마미소를 띈 채 박수를 보냈다. 17일 서울 도림동에 위치한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이하 척수협회) 일상홈 퇴소식에서 만난 성민 씨의 첫 소감은 “진주에 가서 친구들과 놀고 싶다”였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7월, 성민 씨는 여름방학에 친구들과 놀러간 지리산 계곡에서 다이빙사고로 경수5번이 손상, 중도장애인이 됐다. 친구들과 함께 했던 교실을 떠나 병원을 돌며 인터넷 화상강의를 선택했던 성민 씨는 늘 외롭고 답답했다. 총 27개월의 병원생활을 지나 집으로 돌아와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사춘기를 지나 성인 무렵이 됐지만 어머니의 24시간 과잉보호는 여전했다. “엄마 품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렇게 척수협회 일상홈에 문을 두들겼다.

척수협회의 ‘중도 중증장애인의 일상의 삶 복귀 프로그램’은 퇴원 예정인 중증장애인의 원활한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4주간의 사회복귀 훈련프로그램으로, 지난 2014년 11월 시작해 오는 성민 씨까지 총 18명이 거쳐 갔다. 지난해까지의 입소생 16명은 취업, 스포츠 선수, 학업 등을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 상태다.

다친 후 집밖을 나가는 것조차 두려웠던 성민씨도 ‘일상홈’을 거쳐 이제는 진주에서 서울까지 혼자 이동해도 겁이 나지 않는다. 근력이 많이 떨어져 휠체어조차 밀지 못했던 성민씨는 추운 겨울 주차장에서 휠체어를 밀고 또 밀었다. 처음엔 한 바퀴 정도 밀고 쉬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이제는 두 바퀴 반까지 밀 수 있는 근력이 생겼다. 훈련 끝에 긴팔 옷을 30분 만에 입었을 때는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더디고 힘들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4주간의 일상홈 프로그램을 통해 조성민씨는 실생활에서의 자립, 자신감 등을 배웠다.ⓒ에이블뉴스

“집 밖을 혼자 나서는 것이 두려워서 항상 집 안에만 있었는데, 일상홈을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부담스러웠던 비장애인의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혼자 진주에서 서울까지 다닐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이날 일상홈을 퇴소한 성민 씨는 진주로 내려가 18학번의 새내기를 꿈꾸며 수능에 도전할 계획이다. IT학과에 진학해 게임프로그래밍을 배워서 게임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꿈이란다. “부산에 있는 학교에 길거예요.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머쓱한 웃음을 짓는 진주 사나이 성민 씨는 일단 그에 앞서 진주에 내려가면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것이 1순위란다. “친구들이 진주 오면 연락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내려가면 밤 12시라서 못 보고요. 어서 만나고 싶어요.”

이날 퇴소식에 참석한 일상홈 선배 이상현씨(29세)는 “병원에서 접한 재활보다 일상생활과 더욱 밀접해서 좋았다. 면허도 따고, 생애 처음으로 야구장도, 뮤지컬도 즐겼다”며 “퇴소 이후 휠체어탁구 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매일 운동 중이다. 꿈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길 바란다”고 성민 씨의 홀로서기를 응원했다.

척수협회 구근회 회장도 “4주간 성민씨가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밖으로 나가도 4주간 배운 것, 들은 것들 잘 전파해주고, 앞으로도 동료 척수장애인들과 함께 잘 어울리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17일 일상홈 퇴소식에서 사진첩을 전달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구근회 회장.ⓒ에이블뉴스

17일 조성민씨의 일상홈 퇴소식을 기념해 많은 분들이 참석해 축하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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