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욜로팀이 김황식 前 국무총리와 만났다. 사진은 강의 중인 김 前 총리. ⓒ심지용

김황식 前 국무총리는 지난해 2월 27일을 “한국 법원사의 길이 남을 의미 있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이날은 한국인 최초 시각장애인 판사가 탄생한 날이었다.

그는 당시 총리실 페이스북에 친필 메모 형식의 '김 총리의 연필로 쓴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27일)은 시각장애인 최초로 최영 판사가 임관되어 법관생활을 시작하는 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로부터 19개월이 지난 지금도 이날을 잊지 못하는 듯 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베를린자유대학교서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한 ‘장애청년드림팀’을 통해 독일을 찾은 욜로팀과 만난 그는 시각장애인 법관 탄생에 대한 소회와 장애인 복지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김 전 총리에게 시각장애인 법관 임용은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증거다. 1978년에 독일로 유학 갔던 그는 1년간 프랑크푸르트 근처에서 머물렀다. 그러면서 독일의 선진 장애인 정책을 목도했다.

유학 초기 김 전 총리 내외는 학생용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 당시 부부의 옆방엔 시각장애 학생이 살고 있었다.

김 전 총리는 “그 사람 곁에는 늘 도우미가 있었는데, 하루에 8시간씩 그 학생을 돕더라”며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케어 하는 사람을 붙여주는 것이 그의 눈엔 마냥 신기해보였다는 것.

“그 후 알아보니 당시 독일(서독)법원엔 시각장애인 판사가 30여명이나 있다고 했다. 그건 더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어떤 직책이던 믿고 맡기는 것 같았다.”

그는 이것이 ‘선진국형 복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면에서 첫 시각장애인 판사 배출은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가 선진국형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자신이 총리기간 중 “장애인, 다문화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독일을 예로 들며, 정부차원의 많은 정책들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 장애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임을 강조했다.

“독일의 버스는 장애인들을 배려해 저상으로 만들었고, 휠체어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접이식 슬로프를 구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휠체어가 버스에 탑승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시민 모두 불평 없이 기다려준다.”

김 전 총리는 이어 “이처럼 장애인 복지는 장애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국민들이 한 마음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이런 사회가 도래하면 만인이 리더인 시대에 장애인들도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욜로팀은 ‘장애운동과 정치참여’란 주제로 지난 8월 22일부터 9월2일까지 8박 9일간 독일을 방문했다.

*이글은 ‘2013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욜로’팀의 심지용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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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용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대학생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에 5년간 기명칼럼을 연재했다. 2013년 12월부터 1년 간 KBS <사랑의 가족> 리포터로, 2017년 5월부터 약6개월 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며 장애 문제를 취재해 사회에 알리는 일을 했다. 장애 청년으로 살며 느끼는 일상의 소회와 장애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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