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국제육상연맹에서 올림픽 무대에 나를 초대해 주길 바랍니다. 그래야만 스포츠에는 나이와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모두가 참가할 수 있다는 신조가 지켜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1). 베이징올림픽에서 비장애인과 나란히 달리고 싶었던 ‘세계에서 가장 빠른 다리 없는 사나이’의 꿈이 꺾였다.

국제육상연맹(IAAF)은 1월 15일, “보통선수보다 유리한 특수장비를 착용하고 있으므로 피스토리우스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피스토리우스는 항소하려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 결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것은 ‘블레이드 러너’라 불리는 특수 의족. 무릎 아래로 양쪽 종아리를 절단한 피스토리우스는 발바닥 부분이 스케이트 날처럼 생긴 이 장비를 착용하고 달린다.

연맹이 독일 쾰른대 생체의학연구소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블레이드 러너’를 사용하게 되면 경쟁자들보다 달릴 때 25% 정도 힘이 덜 든다는 것. 탄소 섬유를 사용, 강한 탄력을 받음으로써 스피드 향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연맹은 '스프링, 바퀴 또는 다른 기술 장비를 활용해 현저한 이점을 안게 되는 선수는 올림픽 등 주요 육상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고 규정을 바꿨다. 앞으로 장애인 선수들이 일반 경기에 출전하는 것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육상연맹의 관계자는 “피스토리우스가 의족을 착용한 채 출전하는 것을 허가한다면 머지않아 모든 선수들이 등에 제트기를 달고 달리려 할 것”이라며 피스토리우스의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강하게 거부했다.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었던 피스토리우스는 2004 아테네장애인올림픽에서 100미터 동메달, 200미터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남아프리카의 육상 유망주. 이후 일반 대회로까지 발을 넓혀 남아공 국내대회에서 비장애인과 경쟁, 400미터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해 왔다.

피스토리우스는 “의족 때문에 남들보다 덕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어떤 선수들보다 열심히 훈련한다. 과거 올림픽에서 장애인 육상선수가 뛰었던 일이 없었던 탓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꿈을 이루고야 말겠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개발비에만 수십억이 들어간 신소재의 운동화를 신고 달리는 세계 육상계의 현실 속에서, ‘블레이드 러너’는 피스토리우스에게 최첨단 소재의 특수 운동화일 뿐이다. 비가 내려 트랙이 물기에 젖으면 미끄러져 레인을 벗어나기 쉬운 단점도 있다. 강한 반동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무릎의 힘도 잘 조절해야 한다.

올림픽의 꿈이 좌절되자 피스토리우스는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선수를 대표해, 필요한 보조기구를 사용해 경기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육상연맹이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피스토리우스의 400미터 최고 기록은 46초 34. 7월까지 달성해야 하는 베이징올림픽 출전 기준 기록인 46.3초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 부문 비장애인 세계 기록은 제레미 워리너(미국)의 43초 45다.

*예다나 기자는 지난해 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가 올해부터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당사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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