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말 개봉을 앞둔 장애인영화 난의 연가의 주인공 운영(휠체어에 앉은 사람)과 영한의 모습. <에이블뉴스>

27일 오전 11시 서울 스카라극장에서 시사회를 통해 기자들에게 소개된 장애인영화 '난의 연가'는 전형적인 장애극복 신화를 다루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후원하고 곰두리 복지재단이 제작 후원한 장애인 영화 '난의 연가'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여대생이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마비 중증장애를 입게 되면서 신변을 비관하고 좌절하다가 결국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장애인영화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는 영화지만, 하루아침에 사고로 휠체어 장애인이 된 주인공 '운영'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수없이 자살을 시도하고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과 종교적 믿음으로 장애를 극복해 걷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운영이 장애를 극복하는 동기로 작용하는 '남자의 사랑'과 '신의 사랑'은 뜬구름 잡는 듯, 억지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주인공 운영은 여성이자, 장애인이자, 여성장애인이다. 극심하게 자신의 신변을 비관했던 운영이, 백마 탄 왕자처럼 나타난 애인의 사랑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털고 일어선다는 설정 자체가 여성, 장애여성을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로 몰아갈 여지가 다분하기도 하다.

재활치료는 본인의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이 재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의 사랑만으로 육체적 장애를 거뜬히 극복할 수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장면, 혹은 대사들 역시 운영이 결국 걷게 된다는 마지막 결말 부분의 설득력을 잃게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식의 인물 일대기나 성공신화, 장애극복 성공담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과연 장애인영화인지, 아니면 장애극복 홍보영화인지, 종교적 선교를 위한 영화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김영한 감독은 "이번 영화는 주연배우가 중도하차하고 제작비가 넉넉지 않아 어려움을 겪으면서 3년이라는 시간동안 촬영을 하게 됐지만, 그보다 장애인이 재활을 통해 홀로서는 데에 성공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 과정을 성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제작의도를 밝혔다.

또 그는 “촬영 내내 배우들이 장애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연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원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현장에서 주위의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애를 먹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영화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장애를 갖게 되는 것이 후천적이라는 점에서 장애는 살아가면서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장애인을 대하는 시각의 변화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을 생각하는 감독의 마음을 떠나 영화적인 측면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는, 과연 전국 극장 개봉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

70 년대 영화를 방불케 하는 과장된 성우의 후시녹음과 엉성한 편집, 문어체로 일관되는 대사, 시종일관 개신교적 믿음과 찬양을 언급하는 인물들에게서 관객들은 과연 어떤 깨달음과 감동을 얻어갈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