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공외’의 연출자 방혜영씨는 마음 씀씀이가 남다르다. 가뜩이나 가난한 연극장이면서 아예 세상 물정과 담을 쌓았다. 장애인을 소재로 한 연극치고 인기몰이에 성공한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봐야 있을까말까. 명색이 극단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공동대표라면서 엉뚱한 아이디어만 보탰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엔 장애인이라면 너나없이 공짜로 연극을 보여주자는 것. 장애인들의 특성상 동행인이 딸려 있게 마련인 건 어찌 알고 동반자 요금까지 할인해주기로 했다.
극단 이름 자체가 소수자를 지칭하는 ‘공포의 외인구단’이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성애자나 성매매 여성 등 비주류의 삶을 줄창 무대에 올려 왔기에 장애인 이야기가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선배 연출자가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써보라고 했을 때, “그럼 써보지 뭐” 두말없이 달려들었던 것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뇌성마비장애인 강성국이 주연한 모노드라마 ‘여행’을 연출한 것이 바로 그 선배였고, 그래서 둘은 약간의 연관이 있다. 다만, 상황이 안 따라줘 장애인 당사자를 출연시키지는 못했다고.
방씨는 “3월엔 혜화동에서 공연을 했어요. 아시다시피 거기는 좌석에 등받이가 없는 계단식 소극장이어서, 장애인 분들이 관람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라며 머쓱해 한다. “이번에 공연하는 ‘세실극장’은 훨씬 나아요. 그래도 편의시설이 완벽하진 않죠. 재정만 되면 수화 통역도 붙이고 싶은데 그런 게 어렵네요.” 방씨는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까지 배려하지 못한 관람 환경이 아쉽다고 했다.
방씨가 이 연극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해와 소통에 관한 것들이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다를 게 없어요. 이 연극에 나오는 상국이나 지윤이 모두 다 장애가 있어요. 상국은 뇌성마비장애인이고 지윤은 자살을 시도하는 재수생이거든요. 그렇지만 두 사람이 친해지면서 장애는 더 이상 장애가 아니게 돼요.”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 상국은 더듬는 말투, 경직된 몸놀림으로 관객을 불편하게 하다가 어느 순간, 자연스런 태도를 보인다. 연출자는 친밀한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장애가 사라져 버리는 상황을 그렇게 표현했다. ‘영광이’란 아이디를 쓴 관객은 이런 관람평을 올렸다. “생각해 보면 저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군가 관찰하듯 이상한 눈으로 볼 때, 장애가 상대적으로 심해집니다. 그렇지만 함께 할 때, 장애는 상대적으로 덜해지는 것 같습니다.”
연극 ‘여행’은 오는 27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공연된다. 단, 장애인의 날엔 장애인은 무료(동반 1인 5천원)이고, 그 외의 날엔 비장애인에 비해 할인된 관람료 5천원(동반 1인 5천원)에 구경할 수 있다.
*문의: 연극집단 ‘공외’ 홈페이지 cafe.naver.com/beautifulfamily11 전화. 신소영 016-9360-1407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최고의 자산으로, ‘장애인들의 생활과 문화’에 초점을 맞춰 정감 있는 기사 쓰기에 주력하고 있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