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누구세요?>에는 흉추장애인 지숙(이민정 분. 사진 오른쪽 아래)이 나온다. ⓒMBC

SBS <온에어>에서 김하늘(사진 왼쪽)은 지적장애인으로 변신했다. ⓒSBS

봄바람 타고 장애인이 등장하는 새 드라마가 몰려온다. 3월 5일부터 시작돼 수목드라마의 패권을 다투고 있는 MBC <누구세요?〉(연출 신현창, 극본 배유미)와 SBS <온에어> (연출 신우철, 극본 김은숙). 뒤이어 3월 28일 전파를 타는 SBS 금요드라마 <우리집에 왜 왔니> (연출 신윤섭, 극본 임선희).

<누구세요?>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흉추장애인이 등장한다. 갑작스런 아빠의 죽음 이후, 그 영혼이 빙의된 남자를 만나게 되는 주인공 영인의 단짝 친구 지숙. 중학생 때 복도 유리창을 닦다 떨어진 지숙은 네일 아트를 배우는 밝고 씩씩한 말괄량이. ‘비운의 장애여성’이라는 닳고 닳은 고정 이미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일단은 합격이다. 친구 지숙 역에는 이민정이 낙점되었다. 이민정은 “어렸을 때 한 집에서 살던 고모가 목발을 쓰는 장애인이었다”는 가족사까지 공개하며 배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방송가를 배경으로 하는 전문직 드라마 <온에어>에는 지적장애인이 나온다.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를 위시해 스타 제조기로 불리는 매니저, 흥행 불패 작가, 자기 주장이 강한 PD가 새 드라마를 만든다. 이들이 만드는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 극 중 극 형식의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김하늘이 지적장애인을 연기한다는 설정이다. 천의 얼굴을 가져야 하는 것이 배우라지만 장애인 역은 쉽게 도전하기 힘든 배역. 김하늘은 대만 로케 촬영에서 자연스럽게 지적장애인을 연기해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고. 김하늘의 연기 변신은 몇 점짜리일까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다.

이 드라마를 쓴 김은숙 작가는 전작인 <프라하의 연인>에서도 장애인을 등장시켰다. 주인공 윤재희(전도연 분)의 절친한 친구 서윤규(윤영준 분). 주인공의 해결사 노릇을 자처하는 서윤규는 휠체어 장애인인데 방송에서 남발되던 수동적인 장애인의 모습이 없다. 직업 외교관에다 부지런히 봉사활동도 다니고 스노보드를 구입할 정도로 활동적이다.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그려냈기에 장애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개그맨 정준하는 SBS <우리집에 왜 왔니>를 통해 지적장애인 역을 선보인다. 사진은 드라마 포스터 장면. ⓒSBS

개그맨 정준하도 <우리집에 왜 왔니>에서 지적장애인으로 변신한다. 돈 때문에 부잣집 데릴사위가 되는 주인공 조기동의 형. 정준하는 드라마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부터 애드리브를 섞어가며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여 촬영 스태프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고. 제작진은 “그저 웃기기만 하는 바보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역할”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소재의 다양성에 발맞춰 장애인 캐릭터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애인 배역이 일시적 홍보 효과를 위한 것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면 드라마에 활기를 불어넣는 새로운 인물 창조가 필요하다.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8년’을 최고의 자산으로, ‘장애인들의 생활과 문화’에 초점을 맞춰 정감 있는 기사 쓰기에 주력하고 있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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