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화백은 광주에서 나고 자란 광주인이다. 조선대학교 미술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4년간 미술 교사로 재직하였다.

1980년 대학생 시절 5·18 민주항쟁에 시민군으로 참여하였던 트라우마로 인하여 교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도망가듯 떠난 프랑스 파리 아카데미 그랑드-쇼미에르(Academie de la Grande-Chaumiere)에서 인체에 대한 모델수업을 받으며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인간 본연의 가치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 시작했다.

KBS 광주총국 초대전 포스터. ⓒ김근태 제공

프랑스에서 돌아왔으나 그의 방황은 끝나지 않았다. 김 화백이 그림을 다시 시작한 것은 정신적 치료를 받기 위해 찾은 목포 앞바다 고하도의 ‘공생 재활원’에서 150여 명의 지적장애아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김근태 화백은 지적장애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그들에게서 나름의 위안을 얻으면서 ‘들꽃처럼 별들처럼’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시작했다. 이 일을 계기로 장애인을 화폭에 담는 세계 유일의 화가로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김근태 화백은 2015년 세계 장애인의 날 UN 전시를 앞두고 지방 순회 전시회를 개최했는데 필자는 부산 전시회에서 처음으로 김근태 화백을 만났다. 그 때 김근태 화백은 지적장애 아이들은 자주색 들꽃 같았고, 전생에 별이었을 거라고 했다. 안개는 방울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 것 같았다. 온누리에 별들이 태어났다. 들꽃처럼 별들처럼. 그 후에도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몇 번이나 만났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김근태 화백을 만난 것은 김근태 화백이 지적장애 아이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지적장애 아이들은 물론이고 장애아 부모들도 많이 참여하였으며, 또한 다른 이유는 김근태 화백이 장애인이기 때문이었다. 김근태 화백은 한쪽 청력과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중복장애인이다. 그러나 그의 장애는 들꽃 같은 별들을 그리는 데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근태 화백 약력. ⓒ김근태 제공

2015년 김근태 화백은 우리나라 미술인으로서는 최초로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 특별전시회를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개최하였다. 이 전시회는 당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유엔의 각국 대사 등이 참석하였으며,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예술적 옹호라는 차원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김근태 화백은 2017년 제네바 유엔 본부, 2018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 등에서도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며, 특히 2017년 제네바 전시는 김근태 화백도 패널로 참석한 `장애인 인권에 관한 특별회의`와 함께 개최되어 유엔의 장애인 권리 증진 활동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였다.

이 밖에도 김 화백은 독일 프랑스 브라질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고, 2018년 평창 동계 패럴림픽 특별전을 통하여 국제사회에서 미술을 통한 장애인 인권 구현이라는 독특하고 중요한 명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이 같은 공로가 인정되어 김근태 화백은 ‘2020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시상에서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KBS광주총국 지창환 총국장 인사말. ⓒ김근태 제공

그 후로도 김근태 화백의 전시회는 계속되었는데 이번에는 KBS 광주총국 방송 80년 기념사업으로 김근태 초대전을 개최한다. KBS 광주총국 광장에서 3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고 한다.

KBS 광주방송총국 지창환 총국장은 김근대 화백 초대전을 개최하는 인사말에서 광주방송총국 80년을 맞이하여 김근태 화백의 [들꽃처럼 별들처럼] 열게 되면서 ‘근사(近思)’를 생각한다고 했다. 근사란 자신과 가장 가까운 문제를 절실히 궁구하고 그것을 통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김근태 화백은 발달장애아동을 소재로 수십 년간 고독한 그림 작업을 해 오면서 자신이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5.18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지극한 순수가 담긴 화폭을 통해 팬데믹 시대에 선한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KBS 광주총국은 앞으로도 지역 문화창달의 장으로 거듭나고 믿고 보는 뉴스 기다려지는 프로그램으로 분발하겠다고 했다.

김근태 빛속으로. ⓒ김근태 제공

김근태 화백에 대해 전 오준 대사는 “김근태 화백의 들꽃처럼 별들처럼 전시회가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유엔에서 개최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다”라면서 “김 화백의 작품들이 인권 보호, 특히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유엔에서 지적장애아동들에 관한 관심과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가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했었다.

김근태 화백은 유엔에서의 전시는 물론이고 유네스코 등 세계 각국에서 전시회를 할 때마다 많은 비평가의 찬사를 받았다.

김근태 화백 인사말. ⓒ김근태 제공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음 앞에 직면했을 때, 불현듯 지나가는 새 울음소리 속에서 신의 창조력을 몸서리치게 느꼈다. 무위(無爲)의 위(爲),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상태, 아무것도 아닌 상태에서의 ‘발현’ 그 발현이 곧 새로운 예술의 씨앗이며 창조였다.

조건 없음에서 영원한 사랑이 있고 숭고함이 드러난다. 아! 비밀스러운 사랑, 비로소 나는 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라는 작은 존재 속에 담긴 거대한 신의 사랑을 알고 그것을 그림이라는 씨앗으로 발현하는 것, 그것만이 오로지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김근태의 드로잉 노트에서 발췌.

김근태 화백의 노트에서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주장했던 장자의 냄새가 났다. 김근태 화백은 말한다. 괴로움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양지바른 곳에 눈이 녹듯 해소되는 거라고. 그의 존재를 지금까지 온전히 지탱해 준 것은 그 아이들, 그 들꽃 같고 별들 같은 아이들이 ‘말 이상의 말’로 외쳐 주었기 때문이란다. “다시 힘내!”라고 말이다.

KBS 광주총국 80년을 맞아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림 속 아이들의 외침이 모두에게 전해 진 덕분이라며 KBS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이 이번 전시회에서 ‘들꽃 같은 별들’을 만나 볼 수 있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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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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