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는 병원 그리고 의사 등 의료인의 이야기다. 옛날이면 몰라도 요즘의 장애인은 어떤 식으로든지 병원 그리고 의사와 얽혀있다. 장애가 선천적이든지 후천적이든지 다 병원을 거쳐 오기 때문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시즌 1에 이어서 현재는 시즌 2를 방영 중이다.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 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라고 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 ⓒtvN

드라마에는 이십년지기 친구들 다섯 명이 주인공이다. 의대 99학번 동기들이 율제병원에서 각과를 맡고 있다. 이익준(조정석 분)은 간담췌외과(GS)다, 안정원(유연석 분)은 소아외과(PDS)다. 김준완(정경호 분)은 흉부외과(CS)이고, 양석형(김대명 분)은 산부인과(OB&GY), 채송화(전미도 분)는 신경외과(NS)이다.

이들 다섯 명은 병원에서는 교수님이고 밖에서는 음악을 하는 밴드 멤버들이다. 이들이 결성한 밴드 이름은 ‘미도와 파라솔’이다. 이들 다섯 명은 드라마를 위해서 직접 악기도 배우고 노래도 연습했다고 한다.

따라서 바쁜 의사생활 가운데서도 밴드 연습이 있는 날이면 다섯 명이 다 모여서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20여 년을 이어온 밴드 덕분에 더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미도와 파라솔 밴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장애인과 직결되는 문제는 많이 있다. 특히 간담췌외과를 하는 이익준은 다른 병원에서 하지 못한 간이식 수술까지 한다. 간이식에 대한 갖가지 사연들이 매회 펼쳐지기도 한다. 흉부외과 김준완은 선천성 심장병 등 여러 가지 심장질환에 대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산부인과 양석형은 태어나는 생명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소아외과 안정원은 어린이를 돌보고 있는데 어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죽고 또 어떤 아이는 살리고 있다. 신경외과 채송화는 뇌수술 전문인데, 환자들 돌보느라고 자기 어머니가 파킨슨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있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사안마다 다 눈물겨운 사연이 있어 어느 한 가지를 집어내기 어려웠다. 특히 병원에서는 의사뿐 아니라 환자와 보호자까지 하루빨리 환자가 완쾌되기를 바라지만 환자의 마음이 꼭 보호자와 일치하지는 않았다. 아픈 환자를 보살피는 보호자들도 걱정이 많아서 병실을 바꿔 달라 의사나 간호사를 바꿔 달라고 고집을 부리는 일도 있었다.

의사는 수술을 권하지만, 환자는 수술비가 걱정이라 수술을 안 하겠다고 버틴다. 아들은 환자가 나이도 있고 장래가 불투명하니 수술을 안 하겠다 하고, 딸은 그래도 수술을 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도 비일비재하므로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는 것 같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는 의사 간호사 환자 보호자 등 병원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장기기증에 관해서는 한 번쯤 짚어보고 싶었다.

이익준과 채송화에게 인사하는 용현. ⓒtvN

이익준과 채송화가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용현(김범수 분)이 다른 시큐리티와 같이 밥을 먹으러 왔다가 이익준과 채송화에게 웃으면서 인사를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최성영(이찬형 분)은 그를 보고 “저분 진짜 FM. 시큐리티 중에 제일 무섭잖아요. (제 친구한테) 완전히 정색하시면서 얼른 차 빼라고. 출입문 앞에 차 대는 거 아니라고 하더래요.” 시큐리티(security)는 보안 경비 요원이다.

얼마 후 채송화가 응급의료센터 당직일 때 의식이 없는 여자 환자가 119에 실려 왔다. 환자는 코마(coma, 뇌사) 상태였지만 신분증은 있었고 신분증에는 이름 생년월일 주소 그리고 장기기증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채송화는 옆에 있는 레지던트 최성영에게 본인이 장기기증을 한다고 해도 보호자가 승낙해야 하므로 빨리 보호자를 찾아보라고 했다. 환자에게는 가족이 없었으므로 보호자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장기이식에 관해서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코마 환자의 보호자를 찾고 보니 보호자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코마 환자는 용현의 어머니였고 보호자 용현은 율제병원의 정문 시큐리티였다.

코마 환자 보호자는 가까이에 있었음에도 장기기증에 선뜻 서명하지 못했다. 망설이는 용현을 보고 채송화는 안타까워했다.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는 채송화 앞에서 덤덤한 표정을 유지하던 용현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의 의하면 장기기증은 살아있는 상태 등 뇌사상태여야 하고, 만약 사망한다면 장기기증이 아니라 시신기증이 된다. 물론 시신기증도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익준에게 하소연하는 용현. ⓒtvN

어머니의 장기기증에 서명했던 용현은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사연을 이익준에게 늘어놓았다. 용현은 어머니를 30년 만에 이런 모습으로 만나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용현의 어머니는 30년 전에 남편과 이혼했고 그 후 용현은 어머니를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30년 만에 보호자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착한 일을 하라는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역할을 하게 해주시려고, 좋은 일 하게 해주시려고 이렇게 만났던 것 같습니다.”

용현의 슬픈 사연을 조용히 듣고 있던 이익준은 “많은 환자분이 새로운 삶을 얻게 될 거예요. 잘 결정하셨어요.”라고 위로했다. 용현은 이익중에게서 고개를 돌려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장기기증은 살아있는 상태 즉 뇌사상태여야 하고, 사망하고 난 후에는 장기기증이 아니라 시신기증이 된다. 신장ㆍ간장ㆍ췌장ㆍ심장ㆍ폐ㆍ조혈모세포 등 모든 장기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기증할 수 있지만, 단 안구는 사망 이후에만 기증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자 간 기증.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기증은 뇌사상태에서만 가능한데, 뇌사란 뇌 전체 기능이 되살아날 수 없는 의학적인 상태이다. 뇌사로 추정되는 환자가 생기면, 의료기관에서 한국장기조직기증원으로 통보를 한다.

뇌사는 사고 또는 질환으로 뇌의 모든 기능이 상실되고 자발호흡이 소실되어 인공호흡기로 호흡하며,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할 수 없어 수일이나 수주 이내 사망에 이르는 상태를 말한다.

식물인간은 자발호흡이 가능하고 수개월 또는 수년 이내 회복의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상태로 장기기증의 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뇌사상태에서 선순위 가족 1인의 동의서를 받으면 기증 절차가 진행되고, 심장, 폐(2), 간, 췌장, 신장(2), 소장 등 8개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고, 이를 이식하여 많으면 8명의 장기 기능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할 수 있다고 한다.

장기기증 절차 후, 가족들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인도해 드리고 약간의 장례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친구에게 간이식을 하려는 사람. ⓒtvN

이상은 뇌사자 장기기증인데, 드라마에서 이익준은 간담췌외과 교수라 간이식에 대해서는 많은 사연이 있었다. 생체기증의 경우 장기매매 방지를 위해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은 친인척 간에 기증이 이루어진다.

이익준이 간이식을 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가족들은 B형 간염 등으로 생체이식에 적합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간이식을 해야 할 사람이 친구를 데려왔다. “친구라는 것을 뭐로 증명하죠?”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환자와 친구를 만났다. “이식에 적합하다고는 나왔지만, 저희는 의심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기증하다가 돌아가실 수도 있으므로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식하겠습니다.” 매매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므로 환자에게는 6개, 친구에게는 12가지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30년 지기로 고등학교부터 친구라면 졸업증명서와 졸업사진, 결혼사진 아이들 돌사진 그리고 종합소득세 등도 제출하라고 했다. 코디네이터가 서류를 다 준비해서 사회사업가에게 넘긴 후 간이식을 할 이익준이 두 사람을 만났다.

“어떻게 이식해 주게 되었어요?”

“어쩌다 보니 30년이 넘게 같이 놀았는데 이 자식이 없으면 저는 누구랑 놀아요?”

“가장 확실한 이식 이유네요.”

생체기증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우리네 인간사이다. 그런데 병원 현실은 코로나 이후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 나오는 병원과 의사들은 평온하고 한가롭다. 그래서 판타지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삭막한 현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등장하는 판타지 같은 의사가 어딘가에는 있으리라.

이익준과 채송화 우주의 캠핑. ⓒtvN

보너스로 하나 더 부언하자면, 율제병원의 5인방 중에서 양석형과 이익준은 이혼했고, 세 사람은 미혼이다. 이익준은 결혼했으나 아내와 이혼하고 홀로 아들 우주(김준 분)를 키운다.

이익준의 동생 익순(곽선영 분)은 육군 소령인데 몸이 안 좋아서 오빠 익준의 집에 와 있다. 어느 날 여동생 익순이 오빠 익준에게 말했다.

“오빠 우리 우주 천잰가 봐, 피타고라스를 알아”

“아, 그거 별거 아니야, 유치원 앞에 있는 돈가스집 이름이야.”

피타고라스(Pythagoras)는 그리스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이고 그리고 피타고라스 정리로 유명한 수학자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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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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