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나빌레라’(연출 한동화, 극본 이은미)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과 스물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을 그린 사제듀오 청춘기록 드라마‘다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도전을 시작했다. 스물셋에 방황이 시작됐다.’는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했다고 한다. 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선 일흔의 발레리노 심덕출(박인환 분)과 스물 셋의 꿈을 향한 도약에 나선 이채록(송강 분)의 케미가 안방극장에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우리는 발레를 하는 사람을 발레리나라고 알고 있는데, 발레리나(ballerina)는 여자 무용수이고, 발레리노(ballerino)는 남자 무용수다.

나빌레라. ⓒtvN

어린 시절부터 아주 오랫동안 발레를 꿈꿨던 늙은이가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감히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 아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스물 셋의 그 아이는 사는 게 버거워 꿈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저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감히 내일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런데 일흔의 늙은이 심덕출과 스물 셋의 이채록이 만났다. 심덕출은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이채록은 물론이고 이채록의 스승 기승주(김태훈 분)도 안 된다고 했다. 심덕출의 나이는 일흔이다. 발레를 처음 배우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덕출이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왕년의 발레리노 기승주가 여기는 개인 연습실이니 그렇다면 발레학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러나 덕출은 여기서 발레를 배우고 싶다고 고집했다. 덕출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연습실로 찾아가서 졸랐다.

이채록은 고등학교까지 축구를 했다. 아버지 이무영(조성하 분)이 축구 감독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못다 한 꿈을 아들 채록이가 대신 이뤄주기를 바랐지만 채록이는 축구에는 재능도 없었고 재미도 없어했다. 채록의 동창 양호범(김권 분)은 축구가 좋아서 실업팀에 갈 예정이었지만 이무영 감독에게 얻어맞았다고 이무영 감독을 고소하여 이무영은 구속되었다. 이채록은 축구를 그만두고 발레를 시작했고, 축구를 그만둔 양호범은 동네 양아치들과 어울리며 시도 때도 없이 이채록을 괴롭혔다.

채록은 발레를 하지만, 성격이 까칠했다. 기승주는 발레를 하는 채록을 대견해하면서도 모난 성격을 바로잡아 주고자 덕출을 채록의 매니저로 받아들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채록은 덕출 할아버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므로 기승주에게 안된다고 했다가, 일주일 만에 발레의 기본동작을 연습해 오라고 했다. 기승주도 그건 무리라고 했지만, 덕출은 죽을 힘을 다해 일주일 만에 그 동작을 다 익혀서 왔다.

채록도 어쩔 수 없이 덕출을 제자로 받아들이고 덕출에게 발레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덕출은 모든 것을 수첩에 적었다. 매니저 수첩이라고 했다. 덕출은 혼자 사는 채록에게 아침이면 모닝콜도 했다.

채록은 감기에 걸렸다. 레스토랑에서 채록과 같이 알바를 하는 친구 김세종(김현목 분)이 채록을 찾아갔을 때 문 앞에 덕출이 기다리고 있었다. 덕출은 세종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죽은 정성이라며 채록을 위한 죽을 끓였고 채록의 곁을 지켰다. 채록도 덕출의 정성에 조금씩 마음이 열려 덕출에게 더욱 열심히 발레를 가르쳤다.

심덕출의 발레를 반대하는 가족. ⓒtvN

채록은 레스토랑 알바 뿐 아니라 중국집 배달도 하고 있었다. 친구 양호범은 채록이 잘 살면 안 된다며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고도 돈을 안 냈다. 당구장에서 짜장면을 시키고도 돈을 안 내고 채록에게 돈을 받고 싶으면 당구를 쳐서 이기든가 아니면 당구대에서 춤을 추라고 했다. 뒤따라온 덕출이 자신이 당구를 대신 치겠다고 했고 양호범을 이겼다.

덕출은 당구장에 잊고 온 게 있다며 다시 돌아가서는 “채록이는 크게 날아오를 앤데 이런데서 춤을 추라고 하면 안 된다”고 양호범에게 한소리 했다. 그 말을 몰래 듣고 있던 채록은 덕출에게 물었다.

이채록 : “할아버지는 왜 발레를 하려고 하세요?”

심덕출 : “죽기 전에 나도 한 번은 날아오르고 싶어서.”

심덕출 가족으로는 아내 최해남(나문희 분), 큰아들 심성산(정해균 분), 며느리 김애란(신은정 분), 큰딸 심성숙(김수진 분), 사위 변영일(정희태 분), 작은아들 심성관(조복래 분) 등이 있는데 모두 따로 살고 덕출은 아내 해남과 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해남이 덕출이 숨겨 놓은 발레복을 발견하고는 너무너무 화가 나서 발레복을 가위로 잘랐다. 그리고는 애들을 다 불렀다.

그런데 가족들이 덕출의 발레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책이고 창피하다는 것이었다. 차라리 등산이나 에어로빅을 하라고 했다. 그래도 덕출이 발레를 고집하자 아내 해남은 본체만체 말도 하지 않았고, 의사를 하다가 그만 두고 다큐를 찍겠다는 작은 아들 성관만 찬성이었다. 며느리 김애란도 덕출을 응원했다.

덕출은 아내와 아이들의 반대로 풀이 죽었지만, 그래도 발레를 그만둘 수가 없었다.

이채록 : “처음엔 다 그래요.”

심덕출 : “집사람이 말을 안 해.”

이채록 : “2단계네요. 제가 겪어봐서 아는데요. 처음에 발레를 한다 그러잖아요. 그것도 남자가. 그럼 대부분 가족들의 반응이 죽음의 5단계 같아요. 견뎌 봐요. 괜찮아지겠죠.”

죽음의 5단계란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1969년에 쓴 《죽음과 죽어감》에서 선보인 모델이다. 사람이 죽음을 선고받고 이를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을 5단계로 구분 지어 놓은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서서히 맞이하는 과정은 부정에서부터 분노, 타협, 우울감, 납득의 단계들을 거치면서 이를 받아들이게 되는 수용의 심리상태를 가리킨다. 처음에는 죽음의 5단계에서 슬픔의 5단계 내지 분노의 5단계라고도 한다.

덕출의 아내는 부정의 단계를 넘어 분노의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채록은 덕출이 발레를 그만 둘게 아니라면 정면 돌파를 하자면서 가족들의 단톡방에 발레 모습을 올렸다. 가족들은 덕출이 발레를 그만둔 줄 알았는데 발레 사진이 올라오자 난리가 났다.

큰아들은 아버지가 우리에게 해 준 게 뭐 있다고 발레까지 해서 창피하게 하느냐고 대들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아내 해남이 큰아들에게 따귀를 때렸다. “우리가 그것밖에 안 되는 부모라서 미안해. 늘 미안했어. 그래도 너 그러는 거 아니야. 왜 자식 번듯하게 잘 사는 걸로 부모가 자식 앞에서 작아져야 하니? 왜 너 잘 자라준 걸로 아버지가 네 눈치를 봐야 하냐고” 아내는 큰아들의 반발로 인해 오히려 덕출의 발레와 타협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이채록과 가족같은 분위기. ⓒtvN

덕출은 아내 해남의 이해로 채록을 발레 선생이라면서 집에도 데려 갔고, 해남도 채록을 반긴다. 그 후 채록도 콩쿠르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어느 날 양호범과 계단에서 다투다가 계단을 굴러 다리를 다친다. 덕출은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채록을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그러나 기승주는 안 된다며 다음을 기다리라고 한다. 채록은 다음이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는다. 채록이 다리가 다 낫지 않았음에도 진통제로 버티며 콩쿠르에 나갔다가는 영원히 무대에 못 선다는 것이다. 기승주 자신이 그랬다는 것이다.

덕출은 예전에 집배원을 하면서 오토바이가 눈길에 미끄러져서 병원생활을 하면서 의사가 다시는 오토바이를 못 탈거라고 했는데 1년 동안 끈질기게 재활을 해서 다시 오토바이를 탔다고 했다. 채록이 “다음은 있다”라는 덕출의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때 다른 발레단에서 기승주를 지도위원으로 초빙했다. 기승주는 그 자리에 채록과 덕출을 대동했다. 그 자리는 일종의 작은 발표회였다. 여러 사람들이 나와서 발레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은 휠체어를 탄 발레리나였다. 곱게 화장한 중년의 발레리나였는데 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되어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었지만, 발레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탄 발레리나는 행복하게 춤을 췄고 그녀의 춤은 아름답고 황홀했다. 그러나 그 곁에는 그녀의 휠체어를 밀고 당기며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발레리노가 있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추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드라마 ‘나빌레라’는 휠체어를 탄 발레리나 이야기가 아니라 알츠하이머 이야기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발레리나를 보면서, 날아오르며 발레를 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면 그 사람이 다시 춤을 시작하기까지 얼마만한 고통과 절망과 그리고 한없는 인내와 긴 세월의 재활과정이 있었겠는가.

그런데 필자가 휠체어를 탄 발레리나는 아니고 휠체어 댄스를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같이 호흡을 맞춰 줄 사람이 없고, 마땅히 연습할 공간도 없다고 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없는 것은 아닌데 마땅히 휠체어 댄스를 할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휠체어를 탄 발레리나. ⓒtvN

심덕출은 휠체어에 앉아서 춤을 추는 발레리나를 한없이 부러워하면서 아름답다고 했다. 덕출은 “나이를 탓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고도 했다. 이에 기승주는 “어르신은 어르신만의 발레를 하시면 된다.”며 덕출을 위로했다. 이를 지켜보던 채록은 기승주에게 덕출에게도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했다. 기승주는 안 된다고 했으나 왠지 채록은 덕출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채록은 덕출에게 해 보라고 했다. 덕출도 자신 없다며 싫다고 했다.

채록은 틀려도 좋으니 한번 해 보라고 재촉했다. 주춤주춤 무대로 나간 덕출은 사람들 앞에서 격정적인 음악과 함께 그간 연습했던 동작들을 어눌하지만 진지하게 완성했다. 일흔 할아버지의 어설픈 동작이지만 연습실에 있던 모두가 박수쳤다. 덕출은 벅찬 가슴을 부여안았다.

덕출은 부푼 가슴을 안고 가방을 챙겨 돌아갔다. 채록은 옷장에다 ‘심덕출’이는 이름을 써 붙이고 돌아서다가 덕출이 떨어뜨리고 간 매니저 수첩을 발견했다. 채록은 흐뭇하게 매니저 수첩을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첫 장을 보고는 숨이 멎었다. “내 이름은 심덕출, 나는 알츠하이머다”

사람들 앞에서 발레를 선보인 심덕출. ⓒtvN

덕출은 건강검진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가족들에게 알리라고 했지만, 덕출은 차마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했다. 6개월 전 알츠하이머를 판정받은 덕출은 가족에게 알리기 쉽지 않았던 탓에 담당의사의 조언에 따라 모든 것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덕출이 친구의 장례식에 갔다 오다가 우연히 채록의 발레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덕출은 영정 사진도 찍고 발레를 배우면서 남몰래 여생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덕출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는 공원 벤치에 앉아서 지난날을 회상했다. “날이 이렇게 좋은데. 날이 이렇게 화창한데. 나는 왜... 엄마, 아버지 나는 이제 어떡해요.”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덕출은 평생 지켜오던 결혼기념일을 그만 깜박했다. 아내 해남은 덕출을 재촉하여 아쿠아리움으로 나들이를 갔다. 해남은 목이 말랐고 덕출은 음료수를 사러 가다가 길을 잃은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엄마를 찾아갔으나 이번에는 덕출이 길을 잃었다. 해남은 휴대폰을 두고 간 덕출을 기다리가 채록에게 전화를 했다. 할아버지가 없어졌다고. 채록이 아쿠아리움으로 달려 왔을 때 직원의 안내를 받은 덕출이 나타났다.

나는 알츠하이머다. ⓒtvN

필자는 ‘나빌레라’ 웹툰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덕출이 아쿠아리움에서 길을 헤매는 것을 보자 알츠하이머구나 싶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덕출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가 길을 잃었다. 지나가던 양호범 일당이 덕출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양호범은 덕출이 이상함을 느끼면서 그가 끌어안고 있는 가방에서 매니저 수첩을 빼앗았다. 덕출은 안 된다고 소리쳤지만, 양호범은 수첩에서 알츠하이머를 보고는 채록에게 전화를 했다.

채록이 달려왔고, 양호범은 양아치 일당을 끌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할아버지 정신 차려 보세요.” 채록이 안타까워했지만, 덕출은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눈이 내렸다. 눈 내리는 공원에서 채록은 춤을 추었다. 채록은 덕출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눈물을 머금고 발레를 했다. 덕출이 매니저 수첩에서 “여기를 어떻게 왔는지 잘 모르지만 발레하는 채록이를 보고 정신이 들었다.”고 했었다. 채록은 덕출이 알츠하이머인줄 알지만 자신의 발레 모습을 보고 정신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어서 즉흥 발레를 했던 것이다.

덕출은 눈 내리는 공원에서 춤추는 채록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양호범도 그런 채록을 보고 있었다. 발레 전문가가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송강과 박인환은 6개월이나 발레 연습을 했다고 했다. 눈 내리는 공원에서 알츠하이머 할아버지를 위해 춤추는 채록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리고 슬펐다.

눈 내리는 공원에서 발레하는 이채록. ⓒtvN

채록이 발레하는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덕출이 “채록아”하고 불렀다. 덕출의 기억이 돌아온 것이다. 채록은 덕출의 집까지 따라갔다. 집에는 작은아들 심성관이 있었다. 성관은 다큐를 찍으러 멀리 간다며 인사를 하러 와있었다.

채록은 할 말이 있다며 마당으로 성관을 불러냈다.

심성관 : “왜, 무슨 일인데?”

이채록 : “할아버지가 좀 아프세요.”

심성관 : “발레하다가 다치셨어?”

이채록 : “아니요. 그게 아니라.”

심성관 : “그럼 뭐야?”

이채록 :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예요.”

성관은 의사였다.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라니, 엄마 해남은 지금이라도 의사로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성관은 다큐를 포기하고 아버지를 찍겠다고 했다. 이제부터 다큐의 주인공이 아버지라니까 덕출도 좋아했다.

성관은 카메라를 메고 덕출과 채록의 발레하는 모습을 찍었다. 그런데 채록의 연습이 너무 혹독했다. 성관이 왜 그렇게 심하게 하느냐고 물었을 때, “몸이 기억하는 건 잊어버리지 않으니까요. 할아버지는 인생을 다 걸고 하시는 거예요.”

채록은 다시 한번 기승주에게 졸랐다. 덕출을 무대에 올리자고. 당연히 기승주는 안 된다고 했다. 채록은 어떻게든지 무대에서 날아오르고 싶어 하는 덕출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채록의 끈질긴 요구에 그렇다면 오디션을 보겠다고 했다.

채록이 덕출에게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면서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 그건 안 된다고 했지만, 덕출은 백조의 호수를 고집했다. 채록은 어이없었지만 모른 채 연습을 시켰다.

그런데 오디션을 하는 날 덕출이 나타나지 않았다. 채록은 화장실로 달려갔다. 채록이 화장실 문을 부수었을 때 덕출은 안에서 울고 있었다. 채록은 어떻게든지 덕출을 무대에 세워서 그의 기억을 붙잡아 주려고 자신의 휴대폰에 덕출의 위치추적을 심으며 덕출을 주시했으나 덕출은 자꾸만 정신을 놓았다.

채록이 앞에서 발레하는 심덕출. ⓒtvN

이채록 : “할아버지 이게 몇 번째예요, 이제 발레 그만두세요.”

심덕출 : “괜찮아,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

이채록 : “못해요. 제발 그만두시라니까요.”

심덕출 : “채록아 난 할 수 있어.”

해남이 작은 아들을 불렀다. “너무 애쓰지 마라, 아버지는 내가 책임 질 테니까.” 아내는 채록과 작은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덕출은 발레를 그만 두라는 채록의 이야기를 듣고는 영정사진을 찾아 놓고 죽은 친구의 수목장을 찾아 갔다.

“교석아 잘 있지? 교석아, 내가 좀 아프다 그래도 아직은 멀쩡하다고 생각했는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덕출은 휴대폰도 끈 채 죽은 친구의 수목장 앞에 밤늦도록 앉아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제일 먼저 채록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도 같이 있느냐고. “할아버지 발레 그만두셨는데요.” 아내는 부랴부랴 작은 아들을 불렀다.

작은아들 성관은 그제야 울면서 형 성산에게 전화를 했다.

심성관 : “형, 아버지가”

심성산 : “아버지가 왜”

심성관 :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연락이 안 돼.”

심성산 : “아버지가 왜 무슨 이야기야?”

심성관 : “형, 너무 늦게 알려서 미안해,”

심성산 : “대체 무슨 얘기야, 똑바로 말 못해,”

심성관 : “아버지가 좀 아프셔.”

심성산 : “아버지가 어디가 어떻게 아프시냐고.”

심성관 :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래”

동생은 울었고 형은 멍했다. 그 때 덕출은 휴대폰을 켜고 채록과 함께 발레 하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채록이 심어 놓은 위치추적으로 덕출이 있는 곳을 알아냈고 큰아들은 아버지를 찾으러 나섰다. 성산은 수목장 앞에서 아버지를 찾아서 집을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채록이를 만났다. 덕출은 큰아들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다.

길에서 저만치 채록이가 보이자 덕출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동안 연습했던 발레를 한 것이다. 채록이는 발레를 하는 할아버지 모습에 가슴이 뜨거웠다. 아버지가 발레하는 모습을 멀리서 큰아들도 바라보고 있었다.

60세 이상 치매인구. ⓒ중앙치매센터

‘나빌레라’는 알츠하이머 이야기인데 알츠하이머란 치매의 일종이다. 치매란 기억력, 사고력, 판단력 및 학습 능력 등 정신 기능이 서서히 쇠퇴하는 장애를 의미한다. 치매를 크게 나누면 혈관성 치매와 노인성 치매가 있다. 파킨슨병 등 혈관성 치매는 장애인등록이 되지만 노인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는 장애인등록이 안 된다. 알츠하이머는 왜 장애인 등록이 안 되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장애인등록이 되는 곳도 있는 것 같다.

2020년 60세이상 노인인구는 11,939,384명이고, 이 가운데 60세이상 치매상병자는 835,870명이다. 60세 이상 전국추정치매환자수는 863,542.09명인데, 추정치매유병률은 7.23%이다.

물론 이 숫자는 추정치지만, 치매환자가 60세 이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도 가끔은 젊은 사람 중에서 치매환자가 있다. 따라서 치매환자 수는 향후 17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여 2024년에는 100만, 2039년에는 20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이는 ‘2012년 치매유병률’ 조사 당시 200만을 예측했던 2041년보다 2년이 앞당겨져 치매환자 증가 속도보다 더 가팔라진 수치라고 한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췌)

그런데 알츠하이머 등의 치매는 왜 장애인등록이 안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치매환자가 너무 많아서 예산 대문이 아닐까 짐작할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동네마다 치매안심센터가 다 있는 것을 볼 때 그 예산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어느 가정이든지 가족 중에 누군가에게 치매가 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의 5단계 즉 부정, 분노, 타협, 우울감, 수용의 단계들을 거치면서 이를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치매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므로 치매가 있는 가족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격려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나빌레라’는 다음 주에 끝이 난다. 심덕출을 다시 발레를 시작해서 ‘백조의 호수’를 하게 될지, 아니면 기억의 저편으로 잊힐지 잘 모른다. ‘나빌레라’가 시청률은 2~3%로 높지 않지만, 톡이나 블로그 등에서는 스물셋의 송강과 일흔의 박인환에 대한 칭찬일색이고 그리고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라 온통 감동의 눈물바다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청자의 입장이다. 장애인이나 알츠하이머나 당사자의 심정을 조금은 배려하고 헤아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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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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