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침드라마 ‘불새 2020’(연출 이현직 극본 이유진)은 MBC에서 2004년 4월 5일부터 6월 29일까지 방영한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불새 2020’은 2004년도 ‘불새’의 리메이크 작품이란다. 물론 필자는 2004년도 ‘불새’는 보지 못했다.

‘불새 2020’은 2020년 10월 26일 시작해서 2021년 4월 9일에 끝이 났다. 이미 끝난 드라마에 대해서 왜 왈가왈부 하느냐 하면, 미처 말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불새 2020’ 기본정보에는 ‘사랑만으로 결혼했다가 이혼한 부잣집 여자와 가난한 남자가 경제적 상황 역전 후 다시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드라마’라고 했다.

불새 2020. ⓒSBS

기본정보에 나와 있듯이 사랑만으로 결혼한 부잣집 여자는 이지은(홍수아 분)이고 가난한 남자는 장세훈(이재우 분)이다. 이지은과 장세훈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이지은이 임신을 했음에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이지은의 부모와 뜻하지 않은 유산으로 이지은과 장세훈은 이혼을 하고 장세훈은 미국으로 떠난다.

이지은의 아버지 비상 어패럴 이상범(최령 분) 회장은 사고로 죽고(나중에 다시 살아나지만) 비상 어패럴 재산은 사기꾼 외삼촌이 다 빼돌려 외국으로 날랐다. 이상범의 죽음에는 친구인 서린 그룹 서문수(김종석 분) 회장도 일조를 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이 없다.

10년 후, 미국으로 떠난 장세훈은 천연 화장품으로 성공한 벤처기업가가 되는데 미국에서는 윌리엄 장이라고 했다. 서린 그룹 서문수 회장은 윌리엄 장을 CEO로 초빙한다. 그런데 장세훈의 곁에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윤미란(박영린 분)이 있었다.

윤미란은 입양아인데 미국에서 천연화장품 모델을 하면서 장세훈과 자주 어울렸다. 장세훈이 윤미란을 태우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고 윤미란은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장세훈은 평생 윤미란을 돌보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시 돌아온 장세훈은 이지은을 잊지 못한다.

이지은은 아버지 이상범이 죽고 집안은 쫄딱 망해서 재벌집 딸에서 하우스 헬퍼(House Helper) 즉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데, 서진 그룹 서정민(서하준 분)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이지은은 헬프를 그만두고 서진 그룹에서 일을 하게 된다.

장세훈의 섬망증. ⓒSBS

윤미란은 장세훈이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장세훈이 엑스와이프 이지은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못 견뎌 하다가, 자신의 하반신마비가 전기 충격에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열심히 재활하여 다시 걷게 된다.

장세훈은 이지은이 자신보다는 서정민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잘 섬망증에 빠진다. 이 때가 1월 20일 경인데,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어느 날 벌떡 일어선다는 것에 대해서 ‘SBS ‘불새 2020’ 척수장애의 원인과 재활’ (에이블뉴스, : 2021-01-22) 이라는 글을 썼다.

그 글을 본 몇몇 사람이 ‘불새 2020’에 섬망증이라고 나오는데 섬망증이 무엇이냐고 필자에게 물었다. “섬망증은 일종의 환각증상인데 다음번에 쓸려고 남겨 두었어요.”

장세훈은 뉴욕에서 심장병을 앓아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는데, 장세훈은 곧잘 섬망증이 나타났다. 심장병이 재발한 것이다. 장세훈을 진단한 의사는 재수술도 불가하다고 했다.

섬망증(譫妄症)이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상태의 혼란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잠을 안자고, 소리를 지르고, 주사기를 빼내는 것과 같은 심한 과다행동이나 환각, 환청, 초조함, 떨림 등이 자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장세훈은 섬망증상으로 정신을 잃기도 했다. 심장 때문이었다. 윤미란은 다시 걷게 되었으나, 장세훈은 섬망증에 시달렸다. 미국에 가면 다시 심장수술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윤미란은 장세훈의 심장이식을 위해서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서정민과 이지은의 결혼. ⓒSBS

서린 그룹 대표 서문수 회장이 죽고 서정민은 서진 그룹을 물려받았다. 이지은은 서진 그룹에서 골프 웨어를 담당하면서 서정민과 결혼했다.

그런데 서린 그룹 비서실에 서은주(이청미 분)라는 새 비서가 들어 왔다. 서은주는 보육원 출신인데 어린 아들이 병원에 입원 해 있다. 서은주는 서정민을 병원에 있는 아들에게도 데려가는 등 아들에게는 헌신적이다.

그러나 서은주는 서정민 곁에는 자신이 있어야 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어 사사건건 이지은이 눈엣가시다. 서정민은 아이를 원했으나 이지은은 장세훈과의 결혼에서 유산을 하면서 쉽사리 임신이 되지 않는다. 몇 번의 인공수정도 실패한 아이 문제 등으로 이지은은 걸핏하면 서정민과 다툰다.

서정민과 비서 서은주. ⓒSBS

그런데 서은주는 서정민과 이은주 사이를 이간질 하다 못해 이지은을 삽으로 머리를 쳐서 기절시켜서 납치하고 지하실에 감금한다. 그리고는 이지은의 전화로 서정민에게는 머리를 식히러 떠난다는 문자를 남긴다.

서은주는 그야말로 사이코패스에다 못하는 게 없는 초능력자다. 서정민은 이지은이 사라졌으나 자신과 싸워서 바람 쐬러 간 거라고만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드라마에 웬 공포호러물일까 싶을 정도로 서은주의 끔찍한 납치 극은 오래 끌었다. 이지은은 서은주에게 감금당해 있으면서도 태동을 느꼈다. 이지은은 서은주가 자신을 죽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고 태아를 위해서 음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제일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지하실은 주방 옆으로 통해 있었는데 아파트에 이지은을 납치 감금할 수 있는 지하실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화장실이다. 서은주는 이지은을 하수구 기둥에 쇠사슬로 묶어두고 며칠 씩 굶기기도 했고, 이지은이 소리 칠까봐 걸핏하면 청테이프로 입을 봉하기도 했는데, 굶는 것은 그렇다 치고 며칠 동안이나 대소변은 어찌했는가 말이다.

서정민은 뒤늦게 이지은이 납치 되었을지도 모른다면서 사람들을 데려와서 지하실까지 둘러보았으나 원체 능력자인 서은주는 서정민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지하실의 흔적을 깔끔하게 다 지우고 주차장으로 도피한다. 서정민의 수하 중에는 전직 형사가 있었음에도 이지은의 감금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다.

서은주와 이지은. ⓒSBS

원체 능력이 뛰어난 서은주는 이지은을 지하실에 감금해 놓고도 병원에 가서 아들을 만나기도 하고, 밤에는 서정민에게 수면제을 먹여 잠들게 하고 그 옆에 가서 누워 자기도 한다.

종방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서정민은 이지은의 감금 사실을 알아챈다. 감시 카메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은주는 서정민만 들어오라고 한다. 서은주는 여러 가지 약을 한데 섞어서 서정민에게 먹게 한다. 서정민이 이지은을 위해서는 죽을 수도 있다며 그 약을 삼키자, 서은주도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깨달았는지 또 다른 약을 마시고 즉사한다. 서은주가 서정민에게 마시게 한 약은 맹물이었다.

서은주가 죽고 이지은은 쌍둥이를 낳았으나 육아 문제로 서정민과 옥신각신한다. 재벌 집에서 가사도우미 외에 육아도우미를 두면 될 텐데, 육아문제로 서정민과 이지은이 매일 싸우는 게 정말 어이없다.

그럼에도 ‘불새 2020’을 끝까지 관심을 가지고 본 것은 미국으로 떠난 장세훈이 심장이식을 하고 어떻게 돌아오나 싶어서였다.

‘불새 2020’은 처음부터 이지은 장세훈 윤미란 서정민 네 사람이 나왔는데, 중간쯤에서 장세훈과 윤미란을 미국으로 보내더니 마지막 즈음에야 윤미란은 돌아 왔으나 장세훈의 행방은 끝내 알 수가 없었다.

그 뿐만 아니라 비상 어패럴 돈을 갖고 외국으로 튄 외삼촌 조현민(김승현 분)은 소식도 없고, 이상범 사망에 관여했던 서린 그룹 서문수 회장은 이렇다 할 말도 없이 죽어버리고, 출세를 바라고 서문수의 지시로 이상범을 죽인 박광철(김병춘 분)은 흐지부지 하는 등 일을 벌려 놓기만 하고 마무리는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시청자게시판. ⓒSBS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드라마 꼬락서니가 한심하다고 아우성이었다. 요즘 드라마가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나왔던 사람들을 이렇다 할 명분도 없이 슬그머니 중도하차 시켜 버리고, 드라마가 산으로 가고 있었으니 이건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가 해도 너무 한 것 같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웃고 화를 내기도 하고 통쾌해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드라마를 보면서 고구마를 너무 많이 먹어서 목이 메인다며 사이다를 찾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는 목이 막히는 고구마와 시원한 사이다를 적당히 섞어야 한다. 그나마 대리만족을 할 수 있으므로.

더구나 섬망증상을 보이는 심장장애인 장세훈은 심장장애인 뿐 아니라 다른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는데 장세훈의 근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막을 내리다니 정말 너무 한 거 아닌가 싶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섬망증(譫妄症)이란 정신상태의 혼란으로 안절부절못하고, 환각이나 환청상태를 일으킨다고 한다. 섬망증상의 원인은 뇌손상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원인도 있지만 알코올중독 등 다른 요인에서 올 수도 있는데, ‘불새 2020’에서 장세훈의 섬망증상은 심장병이 원인이다.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으면 불면증이나 우울증, 섬망증 등을 겪게 된다고 한다. 섬망증이 치매와 비슷해서 혹시 치매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는데 치매와는 다르다고 한다.

전국 등록 장애인. ⓒ보건복지부

심장장애인등록을 한 사람 중에서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 심장기능의 장애가 지속되며, 가정에서 가벼운 활동은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활동을 하면 심부전증상이나 협심증증상 등이 나타나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사람」

심부전증상이나 협심증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심장이식을 하게 되면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이 된다.

현재(2019년말) 전국의 등록장애인은 2,618,918명이다. 이 가운데 심장장애인은 남자가 3,368명이고 여자가 1,898명, 합계 5,266명이다.

정도가 심한 심장장애인은 남자가 2,675명이고, 여자가 1,589명, 합계 4,264명이다. 중하지 않은 장애인 즉 심장이식을 받은 사람은 남자 693명, 여자 309명, 합계 1,002명에 불과하다.

심장장애는 만성질환이다. 할 수만 있다면 심장이식을 받고 싶지만,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나마 그 사람들에게 희망은 못 줄망정 나 몰라라 팽개치다니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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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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