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비밀의 남자’(극본 이정대, 연출 신창석)는 일일드라마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7시 50분에 방영하는데 지난해 9월 7일부터 시작해서 이제 며칠 후면 끝이 난다.

‘비밀의 남자’는 사고로 일곱 살의 지능을 갖게 된 한 남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을 마주하며 복수를 위해 질주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라고 한다.

일곱 살 지능의 남자는 이태풍(강은탁 분)이다. 엄마 이경혜(양미경 분)는 춘천식품 유통 업체 사장인데 남편 없이 홀로 태풍이를 키웠다.

태풍이네 바깥채에 사는 한대철(최재성 분)은 태풍이네 운전기사이고, 아내 여숙자(김은수 분)는 태풍이네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부부에게는 이란성 쌍둥이 딸 한유라(이채영 분)와 한유정(엄현경 분) 그리고 동생 한유명(장태훈 분)이 있다.

DL그룹 차우석(홍일권) 회장은 선과 의를 중요시 여기는 도덕적인 성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차우석에게는 서지숙이라는 연인이 있었는데 차우석은 서지숙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

한유라와 결혼하는 이태풍. ⓒKBS

차우석의 아내 주화연(김희정 분)은 이태풍의 엄마 이경혜와 같이 장애인타운을 설립하려다가 이경혜를 함정에 빠뜨리고 그녀의 재산을 가로챈다. 그 과정에서 강상현(이진우 분)을 죽이고 이경혜를 강상현 살해범으로 누명을 씌운다.

강상현의 아내 윤수희(이일화 분)는 기억을 잃어버린 채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면서 형사인 시동생 강상태(이명호 분)와 딸 강예진(채빈 분)과 같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강상현의 교통사고가 미심쩍어 범인을 조사하던 동생 강상태는 뇌물혐의로 경찰에서 쫓겨난다.

한유라는 부자인 줄 알고 어떤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알고 보니 보잘것없는 흙수저라 그 남자를 버리고 태풍이네가 부자인 걸 알고 이태풍을 꼬셔서 결혼한다. 그런데 태풍엄마 이경혜가 한유라가 낳은 아이가 태풍의 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한유라는 이경혜가 강상현을 죽였다고 증언하는 바람에 이경혜는 구속되고 지병이 있던 이경혜는 죽고 만다.

이경혜가 죽자 한유라는 태풍이네 전 재산을 처분해서 홀로 미국으로 달아난다. 한대철은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을 데리고 이사를 했는데 한대철의 아내 여숙자는 절대로 이태풍을 데려갈 수 없다고 한다. 한유라의 아이도 보육원에 버리는데 한유정이 되찾아 온다.

이태풍은 일곱 살 지능의 발달장애지만 그래도 엄마가 그리워서 예전에 살던 집을 맴도는데, 옆집 여자가 그날 엄마 이경혜의 행적이 담긴 블랙박스 USB를 건넸다. 이태풍은 엄마가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며, USB를 경찰서로 가져간다. 경찰은 그 사실을 주화연에게 알렸고 주화연의 수하들은 이태풍을 재활원에 가두었다. 이태풍이 재활원에서 탈출하다가 다시 잡혔고, 이태풍은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강으로 뛰어들었다.

서번트 증후군으로 천재가 된 이태풍. ⓒKBS

윤수희는 남편 강상현이 죽은 후 하염없이 강가를 헤매다가 강물에 떠밀려온 이태풍을 발견해서 병원으로 옮긴다. 윤수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신이 든 이태풍은 원무과 앞에서 외국인을 만나 통역을 해준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윤수희가 의사를 찾아간다.

의사 : “여기 보시면 좌측 측두엽과 해마 부분이 다른데…….”

윤수희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의사 : “갑자기 머리에 심한 충격을 받게 되거나 하면 외국어를 잘하게 된다든지, 한 번 본 것은 기억하게 되는 후천적 서번트 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환자가 그런 것 같습니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지닌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현상.

정신과 병동에서 30년간 일한 영국의 다운(John Langdon Haydon Down) 박사는 1887년, 런던의학협회에 서번트 증후군에 해당하는 10명의 사례를 발표했다. 다운 박사는 이들을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 혹은 ‘백치천재’라 칭했는데, 이는 낮은 IQ를 가진 석학 혹은 천재를 뜻한다. 환자들은 수학, 음악, 미술, 기계 등의 분야에서 천재성을 보였고, 놀라운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의 뇌 구조는 누구나 좌뇌와 우뇌로 구성되어 있는데 좌뇌의 충격이나 손상으로 인해 우뇌의 기능이 탁월해짐으로써 서번트 증후군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과사전에서 발췌)

서번트 증후군. ⓒ네이버 지식백과

이태풍은 일곱 살 지능의 발달장애인이었는데 병원에서 깨어나면서 서번트 증후군으로 천재가 된다. 이태풍은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는 마침 죽음을 맞이한 무연고자 유민혁으로 이름을 바꿔치기한다. 그래서 이태풍은 유민혁 대신 죽은 사람이 되었다.

윤수희는 남편이 없는 땅에서 살기 싫다며 재산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나면서 유민혁을 조카라며 데려갔다. 그리고 5년 후 윤수희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유민혁은 사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다.

태풍이네 전 재산을 털어서 미국으로 달아났던 한유라는 5년 만에 돌아와서 텔레비전 방송국 아나운서가 되었다. 방송에서 검사 인터뷰가 있었는데 유민혁이 나왔다. 유민혁은 한유라를 첫눈에 알아보았으나 한유라는 유민혁에 대해서 긴가민가하다가 나중에야 이태풍임을 알게 된다.

한유라는 DL그룹의 안주인을 꿈꾸며 주화연에게 접근하지만, 막상 결혼 상대인 차서준(이시강 분)은 한유라에게 관심도 없다. 차서준은 예전에 춘천에서 만났던 한유정을 못 잊어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차서준이 유민혁 즉 이태풍과 만나게 되고, 이태풍은 검사를 그만두고 DL그룹으로 들어간다. 아직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엄마 이경혜를 죽인 범인이 DL그룹에 있을 것 같았던 것이다.

한유라는 차서준이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어머니 주화연의 맘에 들어 차서준과 결혼한다. 차서준은 어쩔 수 없이 떠밀려 한유라와 결혼은 했지만, 한유라의 약점을 잡아 이혼하려고 한유라의 뒤를 캐고 있다.

알뜰살뜰 아이를 챙기는 이태풍. ⓒKBS

한유정은 아들을 키우면서 이것저것 알바를 하다가 DL그룹 인턴으로 입사를 하고, 이태풍과 차서준을 만나게 된다. 차서준은 꿈에도 그리던 한유정을 만났으나 한유정은 차서준에게 관심이 없다. 한유정과 이태풍은 첫사랑이었기에 DL그룹에서 비밀연애를 했다.

이태풍은 한유정이 키우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임을 알고 알뜰살뜰 보살핀다. 아이도 이태풍을 잘 따랐는데 아이가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 이태풍은 아이를 위해 골수 검사를 했지만, 아이와 맞지 않았다. “내가 아빠인데 어떻게 아들하고 맞지를 않아?” 이태풍은 유전자 검사를 했고 이태풍의 아이가 아니었다.

한유정은 하는 수 없이 한유라에게 연락을 했고 한유라도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한다. 그런데 한유정의 아이가 입원했다는 것을 알고 차서준이 병원에 나타나는 바람에 한유라는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과거가 들통날까봐 달아났고 골수를 받지 못한 아이는 죽는다.

한유정은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님에도 아이의 죽음으로 통곡하다가 한유라에게 복수를 결심하고 차서준에게 접근한다. 그러자 한유라는 깡패들을 사주해서 한유정을 납치한다. 이태풍이 이 사실을 알고 한유정을 찾으러 갔다가 깡패들에게 얻어터진다. 그 후 이태풍은 걸핏하면 머리가 아팠다.

31년 전 서지숙의 기억을 잃게 만든 사람은 주화연과 그의 비서 구천수(이정용 분)였다. 주화연은 차우석과 서지숙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알고 차우석에게서 서지숙을 떼어 놓으려고 했을 뿐 아니라 서지숙의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다가 서지숙은 산 아래로 구르는 바람에 기억을 잃었고, 그 아이는 한대철이 키운 한유정이었다.

산 아래서 정신을 잃은 서지숙을 구해준 것은 강상현(이진우 분)이었다. 서지숙은 기억을 잃어버려 자신이 누군지도 몰랐기에 강상현은 윤수희라는 이름으로 살게 했고 딸도 하나 있었다. 강상현은 아내의 과거를 찾아주려고 노력했는데, 아내가 수놓은 제비꽃 손수건이 차우석과 관련이 있음을 알고 찾아가다가 주화연에게 죽임을 당하고 주화연은 강상현의 죽음을 이경혜에게 덮어씌웠다.

서지숙이 사라지고 차우석과 결혼한 주화연은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아마도 그 아들 차서준도 친아들이 아닐 것 같다.

한편 주화연은 DL그룹에서 운영하는 복지재단 이사장인데 이경혜와 합작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경혜는 아들 이태풍이 발달장애인이라 장애인타운을 건립하려고 하는데 주화연이 여러 가지로 비리를 저지르고 있어 이를 말하려는 이경혜의 입을 막은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주화연. ⓒKBS

차우석이 서지숙이 그렇게 된 게 주화연의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서지숙을 만나러 뛰쳐나간다. 주화연은 차우석이 서지숙을 못 만나게 하려고 뒤따라가다가 달려오는 차 앞에 쓰러진다. 주화연은 입원했고, 의사는 별문제가 없다는데 신경을 다쳤는지 주화연은 하반신마비가 된다.

주화연의 하반신마비를 보고 차우석은 서지숙에 대한 마음을 접었고, 며칠 후 주화연은 휠체어를 타고 퇴원한다.

드라마가 아무리 코미디 같은 막장이라고 하지만, 주화연이 집 앞에서 차에 치이지도 않았고 차 앞에 쓰러졌는데 어떻게 하반신마비가 될 수 있는가 말이다. 주화연의 하반신마비가 드라마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라면, 남편 차우석은 물론이고 엄마라면 끔찍이 여기는 아들 차서준이 최소한 여기저기 다른 병원이라도 알아보면서 주화연의 하반신마비를 고쳐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주화연은 한유라를 쫓아내고 혼자 일어서서 춤을 추는 모습이 한유라가 설치해둔 휴대폰에 찍혀 한유라가 다시 돌아오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냥 웃어넘기겠지만 어느 하반신마비 장애인은 이 장면을 보면서 너무너무 화가 났다고 했다.

드라마는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가 다시 시궁창으로 처박히는 등 앞뒤도 없고 개연성도 없어 막장에 막장을 거듭하고 있다.

‘비밀의 남자’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엄마 이경혜와 태풍이네 재산을 가로채 달아난 한유라, 결정적 증거를 찾았음에도 발달장애로 인해 증거를 빼앗기고 생사를 헤매게 된 이태풍은 서번트 증후군으로 기적처럼 천재가 되었다.

비밀의 남자에 나오는 사람들. ⓒKBS

천재가 된 이태풍이 엄마를 죽인 범인을 밝히고 복수하는 활약상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이태풍은 한유정을 만나서 엉뚱하게도 사랑 놀음에 빠져 복수는 지리멸렬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주화연과 한유라가 서로의 비밀을 폭로하는 줄다리기의 반복이었다. 결국 한유라가 이혼을 못하겠다고 뻗대자 주화연은 한유라를 정신병원에 가두었다. 한유라가 이경혜 사고의 마지막 증언자이므로 이태풍이 한유라를 찾아서 협상을 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가 끝나기 전에 이태풍은 엄마 이경혜의 복수를 끝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 갈수 있을까. 이태풍은 자꾸만 머리가 아프다고 하므로.

필자는 그것이 궁금했다. 며칠 전 발달장애인 관련 단체에서 일하는 A 씨를 만나서 ‘비밀의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A 씨 : “발달장애인이 물에 빠졌다고 천재가 될 수 있다면,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을 전부 다 물에 빠뜨릴 겁니다.”

그러면서 A 씨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말하더냐고 물었다.

필자 : “저는 서번트 증후군을 직접 만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 이태풍은 그냥 보통 사람들처럼 말하던데요.”

A 씨는 간혹 서번트 증후군을 만나기도 하는데 지하철 정류장을 줄줄 외운다든가, 수학 문제를 잘 푼다든가 피아노를 잘 치는 등의 천재성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말하는 것은 여전히 예전의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이다.

A 씨는 필자의 이야기에 어이없어했지만, 발달장애인 관련 전문가 중에서 ‘비밀의 남자’를 보는 사람은 없는지, 시청자 게시판을 아무리 훑어봐도 이태풍의 서번트 증후군에 대해서 이렇다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주화연의 하반신마비에 대해서는 너무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드라마에서 장애인이 등장한다는 것은 고맙고 좋은 일이다. 시청자들에게 장애인을 알리는 계기가 되니까 그야말로 다다익선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은 좋은데 장애인의 일상이 이태풍의 서번트 증후군이나, 주화연의 하반신마비처럼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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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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