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박상규 극본, 곽정환 연출)은 억울한 누명을 쓴 사법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대변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고졸 국선 변호사 박태용과 생계형 기자 박삼수의 정의구현 역전극이 그려진다.

예전부터 ‘개천에서 용났다’라는 속담이 있다. 개천이라는 곳에서 용이 나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개천에서는 용이 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바뀌어서, ‘개천에서 용났다’는 속담조차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났다’가 사라진 오늘날 개천에서 난 용을 주제로 드라마를 엮어가고 있다.

박태용(권상우 분)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고향 양식장에서 물고기를 키우다가 새엄마의 도움으로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분수를 알라고 했지만, 박태용은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태몽을 믿었다. 대학도 못 가고 사법고시에 패스한 고졸 변호사다.

날아라 개천용. ⓒSBS

박태용 변호사는 쟁쟁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어쩔 수 없이 오랫동안 수임료 30만 원을 받는 국선 변호사로 활동한다. 그러는 가운데 박태용은 노숙소녀 살인사건 재심에 승소하여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에 박태용은 앞으로는 자신의 인생에 성공만 있을 것을 자신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박태용이 수임료 30만 원을 받는 착한 변호사라는 미담이 퍼지면서, 정작 그를 찾아오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의뢰인들이었다. 그러나 박태용은 집세도 못 낼 정도로 쪼들리고 있었으나 승천하는 용이라는 어머니의 태몽을 믿으며 큰소리치고 있다.

그렇게 찾아온 사람 중에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의 사연은 박태용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세 사람의 청년이 억울함을 호소하여 그를 찾아 왔던 것이다. 이른바 <삼정시 초원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이다.

억울한 누명을 쓴 ‘삼정시 3인조’는 임수철(윤주빈 분), 강상현(하경 분), 최재필(정희민 분)인데 임수철이 말하기를 친구 둘은 발달장애가 있다고 했다.

박태용이 어쩌다가 그렇게 됐느냐고 묻자 “무서워서‘라고 했다. 경찰과 검사가 살인자라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3인은 살인죄로 5년 형을 구형 받아 5년 동안 징역을 살고 나왔다.

박태용은 임수철 등 세 사람이 찾아왔을 때는 그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도 않았다. 그러나 가난에 쪼들려서 돌파구를 찾다가 그들이 놓고 간 서류를 뒤적였다.

“와! 이거 대박이다. 잘 조사해서 재심을 하면 세상이 뒤집어질 거 같다.”라며 자신했다. 그러나 그의 곁에는 월급도 제대로 못 주니 사무관들까지 다 떠나고 아무도 없었다.

삼정시 살인사건의 세 피해자. ⓒSBS

박삼수(배성우 분)는 서울 변두리에서 노동자로 일하다가 그의 글솜씨에 반한 뉴스앤뉴 문주형(차순배 분) 대표에게 발탁되어 뉴스앤뉴 특종 기자로 활동한다. 문주형 대표는 박삼수 기자의 글솜씨를 인정하여 그를 강철우(김응수 분) 서울시장 자서전 집필자로 보낸다.

그 무렵 삼정시 슈퍼에서 살해당한 할머니의 딸이 박삼수 기자에게 그 사람들은 진범이 아니라며 진범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 하나를 보내왔다. 박삼수 기자는 강철우 시장의 자서전을 쓰러 가면서 그 테이프를 다른 기자에게 맡겼는데 녹음테이프는 어디선가 분실되었다.

박삼수는 문주형 대표에게 자신을 기자로 만들어 준 은혜를 갚기 위해서, 강철우 시장의 비리를 눈감아 주고 강아지 똥을 치우는 등의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는 바람에 회사에서 쫓겨나 박태용 변호사를 찾아간다.

박태용은 다시 찾아온 박삼수 기자를 잡았다. 그래서 <삼정시 초원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이 재심한다는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당시 진범을 잡고도 임수철 강상현 최재필 세 사람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징역을 살리고 진범을 풀어 주었던 장윤석(정웅인 분) 검사는 고민에 빠졌다.

장윤석 검사는 박태용 변호사가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을 재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의 뒤에는 그의 장인 강철우 서울시장을 비롯하여 대법관 조기수(조성하 분) 뿐 아니라 전 검찰총장 김형춘(김갑수 분) 대형 로펌 김병대(박지일 분) 고문 등 여러 사람이 있었고 이들은 모두 뉴스앤뉴 문주형 대표와 연결되어 있었다.

재심을 방해하는 사람들. ⓒSBS

제일 먼저 대형 로펌 김병대(박지일 분) 고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박태용 변호사에게 파격적인 대우로 자기네 로펌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박태용은 가난에 찌들어 있었기에 대형 로펌에서 파격적인 대우로 자신을 초빙한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더구나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은 재심을 하지 말고 합의를 보자고 했다.

대형 로펌 김병대 고문은 “피해자분들께 형사 보상금과 국가 배상금에 준하는 돈을 지불하겠으니 재심을 포기하고 사건의 공론화를 중지하라”고 했다.

박삼수 기자는 박태용이 대형 로펌으로 가 버리면 자신은 뭐가 되냐며 투덜거렸다. 더구나 삼정시 사건의 합의금은 그 막대한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며 의심했다. 박삼수 기자가 추리한 돈줄은 강철우 시장이었다.

박삼수는 합의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임수철이 12억, 강상현과 최재필이 각각 8억 원이니 합해서 28억이다. 어쨌거나 돈이 생기는 일이니, 박삼수도 자기 몫은 주어야 한다면서 세 사람과 자리를 마련했다.

합의 자리에는 장윤석 검사와 김병대 대형 로펌 고문이 나왔다. 이쪽에서는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 그리고 임수철, 강상현, 최재필 세 사람이 나왔다. 그들 앞에는 합의서가 놓여 있고 이제 합의서에 사인만 하면 28억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3인은 장윤석 검사를 보자 지난날 자신들을 겁박했던 모습이 떠올라 서명을 망설였다. 박태용 변호사가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하자 박삼수 기자는 서명만 하면 28억이 생기는데 왜 망설이냐고 성화를 부렸다. 망설이던 세 사람은 결국 펜을 던지고 나갔다.

합의를 망설이는 세 사람. ⓒSBS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은 합의가 결렬되었다.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는 다시 재심을 준비했다. 그런데 조기수 대법관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동안만 진범을 잘 숨기면 된다는 것이다.

장윤석 검사는 진범을 꼭꼭 숨겼다.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는 사방팔방으로 진범을 찾아다니다가 지쳐서 황민경(안시하 분) 변호사를 찾아갔다. 황민경 변호사는 삼정시 3인조 사건을 처음에 담당했던 검사인데 당시 진범을 잡아서 원칙대로 수사하다가 웬일인지 수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황민경 변호사는 박태용 변호사와 박삼수 기자의 순수함에 반해 “저쪽에서 꼼수를 쓰면 이쪽에서는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며 그들과 동지가 되었다. 박태용은 우여곡절 끝에 진범 중의 한 사람인 김원복(어성욱 분)을 찾아냈으나 그는 이미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한 후였다. 박태용이 수박 한 통을 사 들고 주원복의 어머니를 위로하자 어머니는 박태용의 위로에 감복하여 진범 이철규(권동호 분)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박태용과 박삼수는 이철규를 찾아갔다. 이철규는 결혼을 했고 그의 아내는 만삭이었다. 그러나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은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이철규에게 자수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의 재심. ⓒSBS

삼정시 3인조 살인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장윤석 검사 등이 짜놓은 판 위에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던 박태용과 박삼수에게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진범 이철규가 그동안 괴로웠기에 마음을 바꿔 범행을 자백하겠다는 것이다.

이철규는 재심 법정에 나왔다. 재심을 한다고 해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었다. 세 사람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 했고, 이철규는 자신이 진범이라고 했을 뿐이다. 검사는 세 사람이 범행을 자백하고 이미 형을 다 살았는데 왜 이제 와서 재심을 하느냐고 이철규를 다그쳤다.

이철규는 할머니 옆에 쏟아진 물이 있는데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진범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검사는 당시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죽은 할머니 옆에 물 자국이 있었다. “우리는 할머니를 죽일 생각은 아니었지만, 할머니가 숨을 쉬지 않아서 급히 물을 떠 와서 할머니에게 먹이려고 하다가 할머니가 물을 먹지 못해서 쏟은 겁니다.”

박태용 변호사는 최후 진술을 했다. “누구나 법정에 서면 존경하는 재판장님으로 시작하지만, 저는 오늘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습니다.” 박태용은 지난 재판에서 경찰, 검찰, 판사 모두가 잘못했는데 범인으로 몰린 세 사람이 약자라서 무시당했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이 재판이 일어나는 도중 단 한 사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진범 이철규 씨만이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미안하다는 그 말이 그렇게 하기 힘든 말입니까?”

휴정 시간에 재판장은 선배를 만났다. 선배는 적당히 해서 무죄나 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합의부 배석판사는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장은 하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할머니의 묘지. ⓒSBS

강상현, 임수철, 최재필 세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기뻐했다. 박태용은 황민경 변호사에게 세 사람을 데리고 피해자인 할머니 묘지로 오라고 했다. 박태용도 이철규와 같이 묘지로 향했다. 이철규는 피해자 할머니 묘지에 술잔을 올리며 “정말 죄송합니다. 평생 반성하면서 살겠습니다.”라며 진심으로 사죄했다.

‘날아라 개천용’에서 삼정시 3인조 살인 사건은 실화를 모티브로 한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는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께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잠을 자고 있던 유 할머니(당시 77세)를 살해한 뒤 현금과 패물 등을 털어 달아난 사건이다.

경찰은 당시 수사 결과 삼례에 거주하던 최모(당시 19세), 임모(당시 20세), 강모 씨(당시 19세) 등 3명을 붙잡아 강도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세 사람은 미성년자이자 발달장애인이라 자기 변론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1999년 10월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고, 이들은 각각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1999년 11월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가 부산지검에 접수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시 부산지검은 진범으로 지목된 용의자 3명을 검거해 자백을 받은 뒤 전주지검으로 넘겼으나, 전주지검은 자백 번복 등을 이유로 진범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 재심 무죄 선고 . ⓒKBS

이후 복역을 마친 세 사람은 2015년 3월 '경찰의 강압 수사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다'며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에 사는 40대의 남성이 '나를 비롯한 3명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는 자백을 하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탔다.

이후 전주지법 형사1부는 2016년 7월 8일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 사건에 대한 재심 청구에서 진범의 자백 등 무죄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2016년 10월 28일 전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열린 재심 판결에서 강도치사 혐의로 복역을 했던 3명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10년)는 2009년 만료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삼례 나라슈퍼 사건(1999)’에서 발췌.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삼정시 3인조 강도사건은 박태용 변호사가 재심을 맡았고, 진범이 자수를 하면서 3인의 발달장애인은 무죄를 받았다. 드라마에서는 한글도 제대로 모르던 발달장애인에게 자필 진술서를 쓰게 하는 등 경찰과 검찰의 강압 수사로 인해 진범으로 몰렸다고 했다. 그리고 재심 변호사는 경찰, 검찰, 판사 등 모두가 잘못했음에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고 진범 한 사람만 사죄했다고 했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 이 사건은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 재판을 맡았다. 실제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 1심 배석판사였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2월 14일 오심에 대해 인정하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박범계 의원. ⓒ박범계 블로그

「박 의원이 사과를 결심한 것은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재심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의 계속되는 설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본인 사건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으면서 국회의원으로서 남의 잘못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박 의원이 이 사건의 주심 판사는 아니었지만,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한겨례. 2017-02-14 >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 재심으로 무죄가 선고되고, 그동안 억울한 옥살이와 살인 누명에 대한 형사보상금으로 11억을 받았다고 한다. 그중에서 일부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그리고 일부는 억울한 일을 돕는 단체에 써달라고 했단다.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은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일이 더러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유행어가 돌 정도로 우리 사회는 사법부와 검찰을 불신하고 있다. 법은 언제나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있으니까 사회적 약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현대 형사법에서는 ‘열 사람의 도둑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지만,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 발달장애인 세 사람은 3~6년 동안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재심이 받아들여져 세 사람은 무죄를 받았으므로 우리 사법부가 그렇게 야속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재심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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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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