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와 하나투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에이블복지재단이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저소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무료여행지원사업 '문턱없는 희망여행'을 개최했다. 사진은 횡성 '숲체원'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에이블뉴스

국내 등록 장애인은 250만명.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다'는 말처럼 누구나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인이 될 수 있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장애인이 누릴 수 있는 사회 환경 제약은 많기만 하다. 이로 인해 장애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제력과 장애인편의시설의 부재로 문화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경우는 더할 터.

이런 장애인들을 위해 한국관광공사와 하나투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에이블복지재단이 손을 잡았다.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저소득 장애인들에게 즐겁고 편안한 여행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무료 여행지원 사업 '문턱 없는 희망여행'을 마련해 준 것. 가을 냄새가 물씬 나는 주말, 강원도로 떠난 장애인들의 신나는 여행에 이틀간 기자도 함께 했다. 여행 참가자 중 가장 활발한 웃음을 띠며 여행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한철희(15·뇌병변중복1급)·김민형(42), 정주환(13·지적1급)·윤미숙(39) 모자(母子)의 여행 스토리를 담아봤다.

장애인 가족, 친구로 구성된 희망여행 참가자들··설렘 가득

5일 아침 7시 30분. 여의도 이룸센터 건물 2층 로비에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하다. 이른 아침부터 짐 챙겨 바삐 나오느라 지칠 법도 한데, 모두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이번 '문턱없는 희망여행' 길에 오르는 참가자들은 장애인(22명)·비장애인(14명)으로 구성된 가족 및 친구들. 그중 철희와 철희엄마 민형씨, 주환이와 주환엄마 미숙씨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들 가족은 소위 말하는 '절친 사이.' 8년여 전 아이들의 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 복지관을 통해 처음 만난 뒤 지금까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주환엄마는 "우린 아이들로 인해 어느 누구보다도 공감대를 많이 형성하고 있다.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웃어 보였다.

이들 가족은 장애아이를 키우는 마음을 함께 공유하며 쌓은 정 때문에 매일같이 함께 쇼핑도 하고 아이들 이야기를 터놓는다. 그래서 이번 여행도 선뜻 함께 신청하게 됐다. 장애특성상 사회 적응이 쉽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낯선 환경·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법을 알려주고, 자신감도 길러주자는 마음에서다. 장애에 대한 남들의 시선이나 환경때문에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장애인 가족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철희엄마는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면 내가 너무 지치고 힘들어, 여행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 여행은 철희와 함께하는 첫 여행이나 마찬가지"라며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휠체어 데크로드' 설치된 숲체원 등 자연과 함께하기

이번 1박2일 여행은 강원도 평창 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횡성 숲체원→봉평 허브나라→월정사→이효석문학관을 구경하는 코스. 이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 정상까지 약 1km 구간을 완만한 경사로 올라갈 수 있는 '휠체어 데크로드'가 설치된 '숲체원'이 눈길을 끈다.

뇌병변장애로 다리가 불편한 철희 군에게도 어렵지 않은 코스다. 철희 군은 "여행을 간다는 소릴 듣고 너무 좋았는데, 직접 오니 기분이 최고"라며 특유의 발랄한 웃음을 선보였다. 붙임성이 좋은 철희는 누구를 만나도 먼저 인사하고 사람들을 곧잘 따른다. 철희엄마는 ‘나몰라라'한 채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부지기수. 이런 철희에게 조금은 서운할 법도 한 철희엄마지만 그래도 "엄마 힘들까봐 설거지, 안마도 다 해주는 철희때문에 산다"며 칭찬을 늘어놓는다.

자연의 향과 함께 갈색 숲을 거닐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니 다다른 정상. 정상에 오른 사람들끼리 모여 숲을 배경으로 성공 기념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TV프로그램 ‘1박2일’을 좋아하는 주환이는 "1박"이라는 사진작가의 말에 어눌하지만 힘찬 말로 "2일"이라고 대답하며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본다.

장애아이들, 특히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많은 경험과 볼거리가 중요한 요인이라 주환이와 철희에겐 더없이 좋은 순간들이다.

주환엄마는 “밖에서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돼 아이를 많이 데리고 다녀야 하지만, 요즘은 좀 뜸했다”며 “울고 짜증을 많이 내는 주환이 때문에 이번 여행은 좀 용기 내 왔는데, 주환이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휠체어 데크로드'가 설치된 숲체원을 거닐고 있는 장애인 참가자들의 모습. ⓒ에이블뉴스

“모두에게 에너지 생기는 느낌”‥진정한 '희망여행'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무도 모를 아픔과 고충들을 겪으며 힘든 하루하루를 겪는다. 다리 수술이 잦고 시력도 안 좋은 철희 걱정에 철희엄마 역시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때가 많았다.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한 철희에게 환자 대기를 이유로 치료 횟수를 줄이길 강요하는 병원의 태도에는 눈물이 앞을 막았고, 자격 없는 학교 교사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수백 번 가슴을 쓸어내린 엄마다. 사회에서 겪는 장애아에 대한 차별, 그 모든 것은 고스란히 엄마의 상처로, 가족의 상처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장애인 가족의 힘든 마음을 위로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여가지원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필요하지만, 사회적 서비스는 전무하기만 하다.

주환엄마는 “장애가족들은 사회에서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상처들을 치유하고 장애라는 벽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행이나 프로그램들, 편안하게 가족을 지원해주는 정책들은 부족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그래서일까. 어머니들은 '문턱없는 희망여행'을 통해 많은 에너지를 받아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다른 장애유형을 가진 사람들과도 교감할 수 있어 여행이 더욱 뜻 깊다는 것.

철희엄마는 "장애는 유형이 같아도 개개인별로 다 달라 각자의 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 아이와 다른 장애인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 소중했다"고 설명했다.

주환엄마도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니까 우리 아이는 물론 모두에게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행 중 장애인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짜여 있어 장애인들의 활력을 도모했다. 저녁식사 후 마술사와 함께 진행된 마술쇼 및 레크리에이션에선 장애인들이 직접 참가해 마술체험을 하기도 했다. 낯선 사람들 앞에 설 기회가 적은 주환이와 철희도 무대에 올라 사람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주환이는 말로써 즐거움을 표현하진 못했지만, 연신 싱글벙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기분을 표현했다.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 무대에 나가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자신감과 만족감을 심어줄 수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에요. 너무 감동적인 순간입니다." 주환엄마는 주환이가 대견스러운지 꼭 껴안는다. 이번 여행은 두 모자에게 힘과 희망을 실어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 진정한 '희망여행'인 것이다.

이들 모두는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돼 장애가족들이 좋은 에너지를 받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와 하나투어,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에이블복지재단은 앞으로 2․3차의 '문턱없는 희망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2차 여행은 오는 19일부터 20일까지 청주 일원(청남대, 속리산, 제빵왕 김탁구 전시체험관 등)에서 지체·뇌병변 장애인인 부모와 비장애 자녀(13~25세)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또한 3차 여행은 오는 12월 3일부터 4일까지 부산 일원(태종대, 낙동강하구에코센터, 동백섬 등)에서 지적·자폐성 장애자녀(13세~25세)와 비장애 부모를 대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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