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 포스트. ⓒ글러브 공식사이트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희망과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희망을 희망으로 승화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희망을 스스로 받아드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구성원 전체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사회구조적 차별 때문에 원천적으로 기회가 박탈되어 일부 장애인들은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반면, 이 차별을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많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그런 영화다. 분명 장애는 자신의 삶속에서 어두운 현실이었고 절망의 늪이었다. 그 어둠속에서 작은 빛을 찾고 한 줄기 희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고, 잔잔한 감동과 함께 자신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글을 새겨놓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프로야구 최고의 간판투수였던 LG트윈스 야구단의 김상남 투수가 음주폭행에 야구배트까지 휘둘러 KBO(한국야구위원회)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그의 매니저는 빠른 야구 복귀를 위해 청각장애야구단에서 이미지 관리나 하라고 ‘충주성심학교’ 임시 야구코치직을 맡긴다.

야구선수 전체 10명, 더욱이 아이들의 실력은 비장애인 중학교 야구부와 맞붙어서도 가까스로 이기는 실력. 듣지 못해 공 떨어지는 위치도 못 찾고, 말 못해 팀플레이도 안 되는 이 야구부의 목표는 전국대회 첫 출전 및 첫 승이다.

상남의 등장에 그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이 왔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상남은 여전히 “글쎄, 안 된다니까~”를 외친다. 그 누구보다 전국대회 출전에 부정적이었던 상남은 아무도 믿어주지도 않고, 자기가 친 홈런 소리조차 듣지 못하지만 글러브만 끼면 치고 달리며 행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묘한 울컥함을 느낀다.

그때부터 상남은 이렇게 얘기한다. “듣지 못해도 소리 질러, 다fms 사람들이 욕하더라도 소리 질러 넌 너야”라며 아이들의 내면을 깨우기 시작한다.

여기에 야구실력을 냉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군산상고(야구명문)와 시합을 하게 된다. 결과는 32:0의 참혹한 패배. 아이들은 낙심 대신 자신들의 실력을 판단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 더욱 훈련에 열을 올린다.

이들에게 훈련은 희망이었고, 자신의 삶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어갔다. 상남은 장애로 위축된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더욱 강한 훈련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에 대해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는 전형적인 스포츠 휴먼요소와 드라마적 감각이 잘 녹아 있는 영화다.

스포츠를 통해 서로 화합하고, 또 좌절 속에서 성공을 이룩하는 주인공들의 얘기에서 우리는 희망을 공유하게 되고, 관객들 스스로의 가슴에 작은 움직임을 느끼게 한다.

140분 가까운 러닝타임은 꽤나 긴 시간이다. 하지만 영화 글러브에는 잔잔한 감동과 주인공들의 소소한 행동이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더 환호하는 것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작은 도전기가 실제라는 것에서 감동과 용기를 동시에 얻는다고 할 것이다.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야구단, 그러나 ‘기어코 해내는 야구단’에는 장애인이 있었지만 장애는 없었다. 그들의 영화는 계속 되고 있으며 첫 승리가 이루어지는 날 그들은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또 다른 꿈을 꿀 것이다. 행복한 그들의 도전과 용기에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글러브>의 영어표기는 ‘glove’다. 영화 속 대사이기도한 ‘야구에는 사랑(love)이 있다’라는 말처럼 글러브 속에는 사랑이 있었다.

그들의 멈추지 않은 도전과 우정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이 희망으로 귀결되는 날, 그들의 사랑은 더 큰 사랑이 되어 좌절과 실의에 빠져있는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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