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점자도서관 출입구 경사로 미설치 모습. ⓒ박경태

시각장애인의 여가,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울산광역시점자도서관(이하 도서관)이 공간부족이 심각해 이용자들의 불편이 크다.

실제 도서관을 방문해 각종 편의시설 및 도서관시설을 점검해 본 결과 물리적 공간부족도 심각했지만, 장애인편의시설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장애인편의시설을 살펴보니 도서관을 출입하는 주 출입로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 4월 15일 울산해인학교(시각장애학생반)학생들이 도서관을 견학할 당시, 휠체어를 탄 학생들의 휠체어를 들어서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생했다.

화장실도 장애인편의시설이 미흡했다. 특히 남성 변기와 세면대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화장실 입구에는 약 2cm정도의 턱이 있어 보안이 시급해 보였다.

남자화장실 소변기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다. ⓒ박경태

도서관 내부의 문제는 더 심각했다. 내부 공간은 약 90m² 수준으로, 기본 시설을 갖추기에도 빠듯했다. 특히 열람실과 서가의 공간부족으로 통합되어 있어 효율적인 도서 관리가 어렵고, 늘어나는 도서를 정리할 공간조차 없어 도서 관리는 사실상 포기해야 할 상황으로 보였다.

또한 도서를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인 열람실이 도서관 내 한중간에 배치되어 있어 사실상 도서를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공간적 환경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마저도 동시에 열람 가능한 이용자는 약 4∼5명이고, 칸막이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각장애인이 많다.

공간부족으로 열람실과 서지실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박경태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도서를 이용하는 방법에 따라 제공되어야 할 독서 확대기, 음성합성(text to speech)pc도 이용자용은 배치되어 있지 않아 사실상 열람공간을 이용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점자책 점역을 위해 점자프린터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전 도서관이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점자프린터기의 소음은 75에서 85DB(자동차소음정도)로 도서관내에서 점자프린터기를 사용하면 열람실은 물론 녹음도서 제작까지 올 스톱되어 버리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녹음도서 제작에 참여하고 있던 한 자원봉사자는 “점자프린터기만 사용하면 소음이 심해서 녹음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확인 결과 녹음실은 지난 2월 울산의 한 기업체의 지원을 받아 방음공사를 완료했지만 점역실 자체의 방음이 되어 있지 않아 고스란히 소음에 노출되는 구조로 도서관이 이루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동시에 점역과 녹음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점역실의 소음으로 이용자들이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

한편 지난 2006년에 개관한 도서관은 점역 및 녹음도서를 제작해 전국의 시각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자도서관을 개설해 시각장애인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공간의 부족과 편의시설 부족으로 오프라인 이용자들은 점점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여가지원과 문화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해 이용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울산시교육혁신도시협력관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복지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도서관이라서 복지과 측에서 일부 시설 및 설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도서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서지를 지원하는 것은 검토해 보겠다.”라고 밝혔다.

도서관을 직접 지원하는 울산시사회복지과의 한 관계자도 “도서관이 협소한 것은 알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당장 우리가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확보 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며 “공간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검토해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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