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준)이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절박한 투쟁이 시작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원회는 지난 20일 오후 4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곧바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전장연(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의 투쟁은 중증장애인 스스로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절박한 투쟁이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즉각적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특히 전장연(준)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자립생활센터 시범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시혜와 동정으로 중증장애인을 우롱하고 있다”며 “중증장애인 중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몇 명인지, 얼마만큼의 양이 필요한지, 활동보조인 파견의 객관적 기준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않고, 일부의 장애인에게만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센터의 사업비 형태로 제공하는 것은 활동보조가 필요한 수많은 중증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전장연(준)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인류역사 속에서 가장 억압당했던 중증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구걸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며 “이명박 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서울시 후보들은 우리의 요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노숙농성에는 활동보조인 없이 혼자서는 생활이 곤란한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중증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에서 내려 바닥에 앉아 있다. <에이블뉴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영희 공동대표는 “이 사회는 장애인들이 돗자리 깔고 앉아 농성하는 모습이 낯설겠지만 우리는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우리들은 가진 것이 없고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자리 깔고 앉는 것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얻기 위해 이렇게 앉아 질기게 요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전장연(준)은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모든 장애인에 대한 실태조사를 즉각 실시하고, 활동보조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활동보조인이 시급히 필요한 중증장애인부터 서비스 이용을 보장하고 이후 대상범위를 계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 전장연(준)은 중증장애인 당사자를 중심으로 무기한 노숙농성을 진행하면서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관철해낸다는 계획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시작해 내년 말까지 진행되는 자립생활센터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의 경우도 복지부의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여부를 판단하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들어 활동보조인 제도화 TFT 구성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서울시 최영남 장애인복지과장과 유시영 장애인정책팀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서울시청 본관 뒷마당에서 전장연(준) 관계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 실태조사나 서비스 제공 기준을 마련하라는 요구에 수긍의 뜻을 전했다.

서울시측은 두 시간에 걸친 면담 후, 21일 오전 서울시청 장애인복지과에서 다시 만나 공식적인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노숙농성을 선포하는 기자회견. <에이블뉴스>

해가 지자 노숙농성 참가자들이 침낭을 펼쳐 덮고 추위를 견디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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