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9일 경남 함안군에서 근무력증 장애인 조모(남·41·지체장애 5급)씨가 홀로 거주하던 집에서 동사한 채 발견된 사건이후 활동보조인 서비스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장애인계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 제출, 보건복지부 장관 면담 요청 등을 진행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원회(이하 전장연)는 지난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중증장애인 189명의 진정서를 제출하고, 국무조정실에 국무총리 면담 요청서도 전달했다.

중증장애인 189명이 정부와 지자체가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도화하도록 인권위가 정책권고를 해줄것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 제출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중증장애인 189명 인권위에 집단 진정=전장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즉각적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도화하도록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정책 권고를 내려줄 것을 요구하는 중증장애인 189명의 진정서를 지난 25일 제출했다.

이에 앞서 인권위 건물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프랜드케어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서주관 대표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죽음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 중증장애인의 삶”이라며 “중증장애인들은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인간의 존엄이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그만큼 절실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장연 박경석 공동준비위원장은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분명히 중증장애인의 권리, 인권의 문제이고 이것을 국가와 지자체가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차별의 문제”라며 “현재 복지부는 자립생활센터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프로그램화시켜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유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활동보조인서비스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베푸는 시혜나 자선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증장애인들이 주체적인 인간으로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에 대해 신속한 정책 권고를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의 필요성을 알리는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무총리 면담 요청서 전달=이날 집단진정 후 전장연은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전장연은 국무조정실 관계자를 만나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하고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다.

이후 전장연은 정부중앙청사 정문에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촉구하는 리본달기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이를 허락하지 않아 외교통상부 앞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용기 대표는 “중증장애인들은 방구석안에 처박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활동보조인 서비스라는 사회적 권리를 인정받으면서 지역사회 안에서 당당히 살아가기를 희망한다”며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생존권 차원에서 제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활동가 김정하씨는 “미신고 시설 조사를 하면서 만난 장애인 중 누구도 시설에서 살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도 장애인복지예산 중 385억원을 시설 예산으로 편성했으며, 자립생활 예산은 6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정부는 장애인 수용시설에 대한 지원이 아닌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통해 장애인 자립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며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중증장애인의 생활전반, 인권이 송두리째로 달린 문제임에도 수용시설 정책 일변도로 가는 정권은 우리 앞에 사죄하고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장연은 서울시에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TFT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에이블뉴스>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 면담=이날 결의대회 후 전장연은 서울 시청으로 행진했으며 서울시청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영희, 최용기, 조영권 공동대표와 전장연 박경석 공동준비위원장은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들을 만나 활동보조인 서비스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8일 서울시 장애인복지과를 찾아 활동보조인 서비스에 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측은 보건복지부에서 실시 중인 자립생활센터 시범사업에 대한 결과에 따라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날 면담에서 전장연 박경석 공동준비위원장은 “현재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자립생활센터 지원 전달체계 등에서 약간의 예산이 가고 있을 뿐 활동보조인 서비스에 대한 지원책이나 논의구조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시에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TFT를 구성해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 방안을 마련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장애인복지과 홍기은 과장은 “서울시의 장애인 정책관련 공식 논의기구인 장애인복지위원회를 통해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에 관해 논의하겠다”며 “TFT 구성에 관해서도 회의 안건으로 올려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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