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부모인 최지현 씨가 13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유아 보육 교육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유아가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교육청의 치료지원 카드를 받을 수 없습니다. 어제 발표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에는 차별 해소 내용이 없더라고요.”

인천 서구에 사는 만 5세 장애아동 부모 최지현 씨가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유아 보육 교육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차별받고 있는 장애 영유아의 현실을 토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가 주최하고, 11개 시민 사회단체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장애 영유아 보육·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장보연)’가 주관했다.

30개월쯤 아이 발달이 또래 보다 많이 느리다는 느낌을 받은 최지현 씨는 수많은 고민 끝에 병원에 가서 발달장애를 진단받았다.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 5단계를 오가며 아이를 돌본지 벌써 3년.

최 씨의 가족이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로 차별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그 원인은 법이다. 현행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장애영유아는 만 3세부터 의무교육 대상이지만, 어린이집은 의무교육기관으로 지정된 특수유치원과 달리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간주돼있다.

바꿔말하면, 실제로는 특수교육기관에서 의무교육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등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의 경우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나와 있다. 이 법으로 인해 유치원에 다니는 장애유아와 차별을 겪고 있는 현실.ⓒ에이블뉴스

최 씨 또한 의무교육기관인 유치원을 보내고 싶었다. “특수유치반이 설치된 교육기관을 찾아보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특수유치원이 너무 드물고 집에서 거리가 너무 멀어요.” 담담히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던 최 씨가 끝내 울먹였다.

최 씨가 거주하는 인천의 한 특수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240명인데 유치반은 딱 1반, 4명이다. 전체 정원 200명이 넘는 공립 단설유치원 정도는 돼야 특수학급이 3~4학급이 개설된다.

따라서 실제로 유치원이나 특수학교 유치부를 다니는 장애유아의 수는 5186명에 불과하며, 이보다 2배 이상 많은 1만1872명의 장애유아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는 현실.

5186명이 되지 못한 장애유아는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로 각종 지원에서 배제된다. 의무교육기관인 유치원은 교육부가, 의무교육기관으로 ‘간주’되는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지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이유로 교육청 산하 프로그램은 참여가 아예 불가능하다.

최 씨는 “올해 초 유아교육진흥원에 연락을 해봤지만, 학부모 연수 프로그램은 관내 유치원의 학부모만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이유로 더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마음마저 이렇게 거부당해야 하냐”고 피력했다.

이어 최 씨는 “장애인등록까지 하고 장애인등록증까지 있는데도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아예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에서 제외된다고 하고 교육청의 치료지원 카드나 방과 후 교육비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제발 장애영유아 차별이 철폐되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대통령은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했다.ⓒ청와대홈페이지

지난 12일 문재인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린이집 장애유아의 차별 현실은 담기지 않았다.

대책을 보면, 장애아전문·통합 어린이집을 향후 5년간 60개소를 신설해 발달장애아의 보육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하고, 통합유치원 및 유치원 특수학급 확대를 통해 특수교육대상 유아 교육지원도 함께 강화하는 내용이다.

최 씨는 “증설 내용은 환영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 차별을 해소하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우석대학교 김윤태 교수 또한 “장애영유아 어린이집 확대로 해결이 안 된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쓴소리를 냈다.

결국 해결을 위해서는 특수교육법상 어린이집을 의무교육기관을 지정, 유치원을 이용하는 장애유아와의 격차 없이 동등한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특수교육법상 의무교육 간주 규정을 삭제하고 장애유아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유치원과 동일하게 특수교육기관으로 인정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수교육법상 특수교육기관과 각급학교에 어린이집을 추가하고 어린이집에 특수학급을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유아 보육 교육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 토론회’ 전경.ⓒ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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